<수필>
오직 한 사람 그 이름 어머이
이승에 태어난
한 여인의 이름 어머이
다양하게 변화되어왔다
보통 어려서는
간난이 언년이 부엌데기 식모 공순이 여아 딸 손녀라 부르고
학창시절은
여동생 여학생 여중생 여고생 누나 언니라 부르기도 한다
젊어서는
연인 여인 여성 그대 애인 숙녀 아씨 처녀 여친
중년에는
엄마 올케 동서 시모 질녀 장모 처 부인 안댁 여사 고모
이모 숙모 아내 며느리 주부 형수 제수 처형 처제 사모님
당신 어멈 아줌마 내자 아낙네 과수 안덜
가사업무에 종사하는 범위만큼 이름도 많았다
나이 드니
어머이 어머니 모친 자당 노친 어멍 내상
할멈 할매 노파 할망구 할머니, 여편네
종교에 입문하면
여승 비구니 수녀
여자의 일생은
이름부터 기발한 글귀들로 구성되어 있다
양손 어깨 등거리 머리 위의 짐이
크고 버거웠겠다
가사노동의
걱정 근심에 이름 값하느라
고생 많았겠다
한 여인의 개인 역사가
황혼에 이르렀을 때
거칠거칠한 음지에서
흔적없이 묻혀 버려지는 이름인 것을
그 옛날은 이름도 없이
김. 이. 박. 최씨... 성만 남아 있다
겹겹이 걸맞게 입으려는 옷들이
누더기로 무거웠겠구나
훌훌 털고
낙조의 황혼길
자연으로 돌아가는 날
오로지 하나의 이름이 존재한다면
간절하고 포근한
어머니라는 말에
만족하고 감사할 뿐이다
추석 성묫길
소탈한 사투리 우리말
어머이 생각하니
눈시울 뜨거워진다
그 흔하게 부르던 이름
이름도 없는 성만 ‘김씨,다
모두 증발하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이름
어머이라고 부르고 싶다
지극정성 존경심으로 사랑하고 싶은데...
시대는 육십여 년 전이다
피붙이 셋째아들이 고등학교입학자격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해 장학금 받으며 공부하게 되었다는 말에
소박하게 기뻐하시던 주름진 그 얼굴 모습 떠오른다
창호지 문틈으로 새어드는 가는 바람에
깜박이는 등잔 불빛으로
떠듬떠듬
언문(한글) 익히시던 아련한 옛 추억들
인자하신 어머이
추억된 단상들로 마구 피어오른다
허리 굽힌 늦깎이
여기 봉분 앞에 서 있습니다
한가위 둥근 달빛처럼
가슴에 저며오는 환영...
어머이-
늘 잊지 않고
사랑하고 있답니다
시인/ 수필가 / 현법 / 유 재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