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이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대체 지금까지 이 제품을 왜 쓴 거지.’ ‘아, 비싼 돈 날렸다.’ 아니면 화장품 한 통을 다 쓸 때까지도 잘못 썼는지 모른 채 지나갈지 모른다. 그러면서 ‘이 제품 영 효과 없네’라고 투덜대겠지. 화장품 설명서는 이런 후회를 미연에 방지하라고 있는 거다. 그 안에는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사실들, 그리고 당신이 모르는 의외의 정보들로 그득하다.
“화장품 설명서요? 마음 내킬 때만 읽어요.” “스킨이나 로션은 잘 안 읽고요. 팩, 각질 제거제처럼 정확한 사용법을 알아야 하는 제품만 읽죠.” “아, 전 귀찮아서 안 읽는데.” “전 화장품 다 쓸 때까지 화장대 옆에 붙여두는 걸요.” 이상은 여러 사람들의 화장품 설명서를 읽는 습관에 대한 답변이었다.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화장품 설명서를 꼭 챙겨 보는 사람은 38%, 필요할 때만 읽는 사람이 53%였으며, 화장품 설명서를 전혀 보지 않는 사람도 4%나 됐다. 참고로, 대한민국 여자들이 제품 구입할 때 꼭 챙겨 보는 것은 유효기간이다.
물론, 여기선 ‘화장품 설명서를 꼭 읽어라’라는 그런 진부한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이 화장품이 이렇게도 사용할 수 있었네!’ 내지는 ‘이래서 내가 효과를 못 봤구나!’ 라는 소소한 깨달음을 얻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그 후에 화장품 설명서를 꼭 챙겨 보든, 예전처럼 마음 내킬 때만 읽든, 필요한 것만 챙겨 읽든 그건 당신의 선택.
1 순서가 뒤바뀐 것 일반적으로 에센스는 스킨과 로션 사이에 바른다고 알고 있는데 아모레퍼시픽의 에센스 대부분은 로션 다음 단계에 발라야 한다. “랑콤 블랑 엑스퍼트 뉴로 화이트 X³ 나이트 에센스&퓨리오-패치는 나이트 크림까지 다 바르고 마지막에 바르는 제품이에요. 이 제품을 사용하고 나서 화장품 사용 순서에 신중하게 됐어요.” 시세이도 더 스킨케어 아이 모이스춰 리차지 또한 영양크림까지 다 바르고 젤 마지막 단계에서 발라야 탄력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것 보통의 마스카라는 지그재그로 발라야 풍성하고 볼륨 있는 속눈썹을 연출할 수 있지만 디올의 아이코닉 마스카라는 사선형 브러시라 지그재그로 바르면 안 되고 꼭 일직선으로 발라야 한다. 또 일반적인 미스트나 스프레이 제품은 사용 전에 살짝 흔들어 뿌리는 반면, 아벤느 오떼르말 스프레이는 절대 흔들어 사용하면 안 된다. 흔들면 노즐이 막혀 분사가 잘 안 되는 것이 이유. 그리고 제품이 흡수될 때까지 두드리면 안 되고 저절로 흡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 제품을 발라야 한다.
3 모양, 이름만 보고 판단하지 말 것 우스갯소리 하나. 친구한테 베네피트의 포지틴트를 건넸더니 그걸 열심히 손톱에 칠했다는. 하하, 그게 생긴 게 붓 타입 립틴트였기 때문에 벌어진 에피소드. 이렇게 모양, 그리고 이름만 들으면 무슨 제품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설화수 윤조 에센스, DHC 아세로라 에센스, 코스메 데코르테 리포솜 에센스. 이것들은 버젓이 에센스의 이름을 달고도 스킨 전에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고, 다음에 바를 제품의 흡수를 돕는 부스터 역할을 한다.
4 사용 시간이 중요한 것 사람들이 많이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 마스크 팩을 오래 하면 영양성분이 더 많이 흡수될 거라는 생각에 30분, 1시간 동안 팩을 한다는 것. 그런데 오히려 오랜 시간 팩을 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에센스뿐만 아니라 수분까지 흡수해서 피부가 더욱 건조해지고, 너무 많은 영양성분이 공급돼 피부에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다. SK-Ⅱ 트리트먼트 마스크 팩은 10분 동안 팩을 한 후 남은 에센스를 두드려 흡수시키지 말고 토너로 닦아내야 한다.
5 사용법이 헷갈리는 것 그 중 하나는 클렌징 오일이다. 시세이도 티스클렌징 오일은 건조한 손으로 피부를 문지르다 바로 물로 세안해야 하고, 슈에무라 클렌징 오일은 건조한 손으로 20~30초간 문지른 다음 물기를 가볍게 묻혀 1~2분 꼼꼼하게 마사지를 한 후 미온수로 세안해야 한다. 2차 세안은 필요 없다. 반면 DHC 딥클렌징 오일은 클렌징 시간이 1분을 넘기면 안 된다. 오일로 인해 씻겨 나갔던 메이크업 잔여물이나 노폐물이 다시 모공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각질 제거제는 물기가 있을 때 사용하는 것, 물기가 없을 때 사용하는 것, 살살 문지르는 것, 시간이 지난 후에 닦아내는 것 등 브랜드마다, 제품마다 사용하는 방법과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이니스프리와 입큰의 와인 필링 소프너는 특이하게 제품을 화장솜에 덜어내서 사용하는 제품이에요. 몰랐다면 제품을 바로 손에 덜어 얼굴에 문질렀을 거예요, 다른 필링 제품들과 달리 매일 사용해도 괜찮아요.”
6 사용법이 독특한 것 유독 사용 순서가 뒤바뀌거나 사용법이 독특한 브랜드가 있는데, 코스메 데코르테가 그렇다. 코스메 데코르테는 에멀전 퍼스트라고 해서 기초 화장 시 유액을 먼저 바르는 걸 권장한다. 하이드로 사이언스 소프트닝 에멀전은 이름은 로션인데 세안 후 가장 먼저 바르고 심지어 손이 아닌 화장솜으로 발라야 한다. 굿스킨도 사용법을 유념해야 하는 브랜드 중의 하나. “아이 리플렉스 투는 데이용과 나이트용의 사용법이 달라요. 데이용 젤은 두드려 바르는 것이 아니라 눈가에 바르고 3분 정도 기다려야 해요. 두드리면 제품이 밀려요. 확실히 흡수되길 기다렸다 마지막에 톡톡 두드리니 눈가가 팽팽해진 기분이 들어요. 반면, 나이트 밤은 따뜻하게 녹여 발라야 해요.” 또한 굿스킨의 베스트셀러인 트리엑티라인은 주름 커버 제품으로, 문지르면 안 되고 꼭 톡톡 두드려야 주름을 효과적으로 가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