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늦가을비와 강풍이 지나간 후 기온이 급강하 했다. 이제 우리의 신체는 서서히 겨울을 대비하게 된다. 작정하고 우리 텃밭을 괴롭히는 도둑이 있다. 20년도 부터 개간을 시작해 3년째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22년도에도 도둑이 들기는 했지만 마치 자기가 다녀갔다는 표를 내는 듯이 삽 한자루를 가져갔었다. 여름과 가을 두차례의 기습으로 삽 두자루를 분실했었다. 삽 한자루의 가격은 1만원 이하이다.
금년은 봄부터 도둑의 침범이 잦았다. 일부 수확해놓은 마늘을 가져가는가 하면 역시 또 삽자루를 가져가는 도난을 당했다. 금년에만 두자루를 분실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고 본격적으로 괴롭힘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때마다 도난예방을 위해 울타리를 손보게 되지만 그건 한계가 분명하다. 울타리 전체에 철망펜스를 설치하지 않는한 대책이 없다. 어쩌면 울타리가 없어야 도둑이 안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산에 붙어있는 밭이기 때문에 울타리가 없으면 고라니의 침범으로 농작물을 지켜낼 방법이 없다. 고라니는 안들어 오지만 밤줏으러 다니던 건달들 중에 유난히 우리밭에 눈독을 들이는 작자가 있었든가보다. 산쪽은 모두 그물망으로 되어있다보니 그물망을 칼로 자르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 도구함을 이용해 자물쇄로 채우도록 했는데, 나이탓으로 연장을 꺼내 작업을 하다가 실수로 잠그지를 않고 그냥 온 그 틈새를 도둑이 기가막히게 이용해 또 도난을 당하고 말았다. 금년에만 6번째의 도난이다.
비록 20여만원의 물질피해이지만 이 일을 통해 더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경건의 모양은 분명히 있지만 과연 나에게 경건의 능력이 있느냐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도구함에 접근하기 이전에 창고를 만들었고 창고의 입구를 분명히 문짝을 만들어 자물쇄를 채웠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나 헛점이 많은 출입문이라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분명히 출입문에 잠금장치가 돼 있다. 경건의 모양이다. 하지만 점검을 하지 않았다. 경건의 모양은 있지만 과연 경건의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점검도 하지 않았음을 깨달은 것이다. 아! 나는 왜 이렇게도 헛점이 많은 것이란 말인가? 그야말로 착각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도둑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야말로 나는 그냥 흉내만 내는 신앙인임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도 나는 죽고 내안에 예수가 살아계시기에 가능한 일임을 확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