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삼성은 이원석 영입을 발표했다.
잠잠하던 FA 시장에 첫 이적 계약이라는 점에 관심이 모아졌다.
4년간 총액 27억원(계약금15억원.연봉3억원). 비교적 현실적인 계약 규모로 성사 되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NC로 이적한 박석민, 일본행을 선택한 나바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내야 멀티 플레이어’ 이원석 카드는 삼성 입장에선 최선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보상선수. 20인 보호선수 이외 한 명을 내줘야 했다.
삼성은 두산 전력을 꼼꼼히 분석한 뒤 보호명단을 건넸고 27일(일) 오후 장고 끝에 두산은 이흥련(포수)을 지명했다.
삼성은 군 입대하는 선수까지 보호명단에 포함시킬 여력도 없었을 뿐 만 아니라 ‘설마’ 하는 마음이었으리라.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두산은 딱히 보강 할 포지션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포수자원 역시 든든하다.
두산이 이흥련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미래를 기약하는 차원에서였다. 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판단에서였다.
김태형 감독은 영입 이유에 대해 ‘향후 트레이드 카드로도 쓸 수 있고 활용 폭이 넓을 것’ 이라며 ‘포수 자원 확보’ 그 자체 의미를 강조했다.
발표 직후 ‘삼성이 선방했다’ ‘두산이 손해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사진제공: 삼성라이온즈
당장은 어느 팀이 잘했다 못했다 단언하긴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삼성이 일격을 당했다는 점이다. 이원석은 이흥련 보다 3살 많은 선수. 그런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팀 내 제 2의 포수를 놓쳤다.
이흥련은 전역 후 복귀하면 한국나이로 서른이 된다. 요즘 서른은 절대 많은 나이가 아니다. 특히 포수는 한창 물이 오를 시기다.
또한 현역도 아닌 ‘포수 양성학교’ 라 일컫는 경찰야구단에서 2시즌은 보내며 얻을 경험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일단 ‘이원석 FA 영입- 보상 선수 이흥련 ’ 결과물만 놓고 보면 두산 입장에선 손해 볼 것 없는 거래였다.

이흥련. 사진제공 :삼성라이온즈
삼성은 현재 상황만으로도 벅차다. 불안한 내야에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고 내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 김상수에 대한 차선책도 필요했다.
이원석 영입은 미래를 위한 최선이었다. 하지만 전력에서 이탈하는 선수를 묶는 여유까진 없었다. 물론 이흥련의 군 입대를 염두하고 경험 있는 포수 자원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 대상자 중 한 명이 최경철이다.
2003년에 입단한 베테랑. 그러나 유강남. 정상호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최경철은 LG구단에 직접 보류 선수 명단 제외를 요청, 새 둥지 찾기에 나섰다.
내년 시즌 이지영-최경철 두 포수로 시즌을 꾸려갈 삼성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대안은 아니다. 젊고 어린 포수를 발굴해야 한다.
김한수 감독이 이끄는 삼성 선수단은 34일간의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28일 귀국했다.
참가선수는 1.5군, 군 전역 선수 신인 등으로 이 중 포수는 김민수,권정웅,김융,나원탁,최종현 등 5명이나 됐다.
이들은 2012~2014년 삼성의 배터리 코치로 활약하다가 2015~2016년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뛰다 이번에 다시 돌아온 세리자와 코치와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 코치로 변신한 이정식 코치의 지도하에 구슬땀을 흘리고 돌아왔다.
이 다섯 명의 공통점은 대졸 선수라는 점이다.

왼쪽부터 김융-나원탁-김민수-최종현-권정웅
상원고-영남대 출신 김민수는 2014년 한화 2차 2라운드로 입단했으나 상무 입대를 앞두고 권혁의 보상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전역선수.
권정웅은 덕수고-한양대를 거쳐 2015년 2차 6라운드로 입단, 올해 1군 3경기에 출장한 경험을 갖고 있다.
김융은 강릉고- 성균관대 출신으로 2016년 2차 9라운드로 입단했다. 나머지 나원탁과 최종현은 신인이다.
이 5명 가운데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가 있다.
세광고-홍익대 출신으로 올해 2차 2라운드에 입단한 나원탁이 그 주인공이다. 대학 최고의 포수라는 수식어를 달고 한화 1차 지명 선수 유력 후보였다.

나원탁은 멕시코에서 열린 23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뒤늦게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 팀 훈련을 소화하고 귀국했다.
그는 ‘어느 정도 감을 찾기 시작하자마자 돌아왔다’ 라 개인적으로 짧았던 캠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하 인터뷰 전문)
- 멕시코에서 돌아와 곧장 오키나와로 향했다. 많이 피곤했을 것 같다. 체중변화도 있지 싶은데
“정말 힘들었다(웃음) 3-4위 순위 결정전까지 하고 오는 바람에 쉴 틈 없이 바로 귀국했다가 다음 날 오키나와로 날아갔다. 시차 적응이 쉽지 않았다. 체력적인 부분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첫 선을 보인다는 것이 알게 모르게 부담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일본에 도착해서는 오히려 괜찮았다. 또래 포수 형들이 많아 빨리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었다. 프로필에 내 체중이 98kg로 나와 있는데 그건 작년 것이다. 올 초 91kg까지 줄였다가 95kg로 늘린 후 유지하고 있다.”
- 다른 선수들에 비해 짧게 다녀왔다. 보여줄 건 제대로 다 보여주고 왔나?
“18일간 있었다. 그래도 훈련 스케줄은 정상적으로 다 소화했다(웃음) 오기 전 연습게임 2경기에도 출전했고 수비도 나섰다. 크게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은 중간이었다. 뭔가 보여주겠다는 생각보다는 배우겠다는 심정으로 갔다. 정말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걸 깨닫고 왔다.”
-입단 첫 훈련 어땠나? 당연히 홍익대의 훈련 보다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웃음)
“당연하다(웃음) 3일턴, 4일턴, 다시 3일턴, 4일턴으로 하다가 하루 휴식, 홍대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웃음). 충분히 쉬다 보니 재충전도 되고 의욕도 생기고 무엇보다 내 플레이를 복기 할 수 있어 좋았다. 체력적으로 힘 든 건 없었다. 다만 훈련 방식이 낯설어 익히느라 어려웠다. 팀마다 기술 훈련이나 시스템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빨리 습득하는 것이 중요한 거 같다. 주변의 폐 끼치지 않게 하려니까 눈치도 보고 실수 없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플레이가 제대로 나오지 않더라.”
-지난 이야기지만 한화 1차 지명 후보로 평가 받으며 고향 팀 가는 분위기였었다. 당시 실망이 제법 컸을 것 같다.
“대학 3학년 때부터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연고지 팀의 1차 지명이라면 평생 자랑꺼리가 아닌가. 내심 기대했다. 실망은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냥 내가 못해서 밀려난 거라 생각한다. 솔직히 좀 상처 받았다(웃음). 그래도 장채근 감독님이 운동을 계속 시키시고 정신없이 하루하루 보내다 우승 하면서 다 풀렸다(웃음). 2차 드래프트가 가까워지면서 NC와 삼성이 포수 쪽을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그때 현장에 참석했는데 어땠나?
“긴장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웃음). NC가 1라운드에서 신진호형을 부르고 곧장 삼성이 (최)지광이 이름을 불렀다. 1라운드는 넘어가는 구나 싶더라. 그래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삼성의 지명을 받아 기뻤다. 원래 대학 1,2학년 때 롤모델이 진갑용 선배님이었다.”
- 그럼 현재는 롤모델이 바뀐 상태인가?
“ 아니다 없다. 자주 듣는 질문인데 없다고 말한다. 누구를 닮고 싶기 보단 내가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에서다. 물론 지금은 많이 부족하다. 오키나와 가서 많이 배웠다. 세리자와 코치님께 디펜스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한 가지에 대해 무한 반복 연습을 강조하시면서 플레이 한 동작 한 동작에 대해 잘했다 못했다 다 평가해 주셨다. 정말 꼼꼼하시고 열정적이라 놀랐다. 이정식 코치님도 경험이 많으셔서 쓸데없는 습관 같은 걸 캐치하시고 지적해 주셨다. 대학 땐 2루 송구 연습을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씩 했었는데 여기선 다치면 안 된다며 강한 송구는 많이 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시더라. 역시 프로라 그런지 섬세하고 관리도 잘해주시는 것 같다.”
- 다른 포수들과도 많이 친해졌나? 보이지 않는 경쟁심도 있었을 것 같은데
“게임 위주 훈련이 아니다 보니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김)민수형이 상무 전역 후 준비 많이 하고 온 것 같더라. 잘했다. (권)정웅이 형은 머리가 좋은 것 같더라. 센스가 있다. (김)융이 형은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친해졌다가 다시 만났다. (최)종현이도 잘하더라. 방망이도 좋고 다들 열심히 했다. 이흥련 선배가 보상선수로 팀을 떠난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같은 포지션이다 보니 귀가 번쩍했을 것 같다.
“그보다는 팀이 먼저 걱정됐다. 입대하는 선수를 데려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홍대 선배님이시라 의지하는 마음이 컸는데 많이 서운하다. 난 이제 갓 들어온 새내기 아닌가? 감히 1군 포수 선배님이 떠난다고 내게 기회가 주어질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아니라도 다른 형들이 잘해서 전력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최경철 선배님이 오신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다.”
-마무리캠프 기간 김한수 감독님과 대화는 나눠 보았는가?
“없었다. 조용하시지만 은근 카리스마가 있으신 것 같다. 그냥 지켜보고 계시는 느낌을 받았다. 프로에 와보니 순번은 지명 당일뿐이지 다 똑같은 입장에서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더라 잘하는 모습 보여드려서 포수 쪽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 들이고 싶다.”
- 세광고 시절 청소년대표도 하고 대학 진학 후에도 3번이나 대표팀에 발탁됐다. 엘리트 코스를 제대로 밟았다.
“초등학교 2학년 야구를 시작해 6학년 때 포수로 포지션을 정했을 때 무릎도 아프고 힘들어 잠깐 야구를 관둔 적이 있지만 그 이후엔 이게 내 숙명이다 여기고 운동을 해왔다. 돌아보면 큰 어려움 없이 꽃길만 걸어왔다. 나름 최대 위기는 올해였다. 지명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더라.
고등학교 땐 2학년 때부터 대학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중간 순번 정도라도 지명을 받으면 프로가야지 했는데 어느 구단도 뽑아주지 않았다. 지금도 후회는 없다. 다만 대졸이다 보니 군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다.”
-이전과는 달라진 것 같다. 그새 성숙해졌다고나 할까? 느낀 바가 많았나 보다.
“멕시코 23세 이하 대회에서 난 아직 멀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고교졸업 후 프로생활을 시작한 (김)준태형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진짜 잘하더라(웃음). 대학에서 나름 잘 나갔지만 프로는 다르다. 초심으로 돌아가 많은 땀 흘리며 노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다.”
- 올해 목표는 다 이룬 셈 아닌가
“프로에 왔으니 그런 셈이다. 이젠 야구로 진짜 밥벌이 하는 사람이 됐으니 프로다운 모습을 배워가야 할 것 같다. 노력 또 노력할 것이다.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 잘 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 이 시기는 누가 봐도 포수 자원이 힘을 내야 할 때다. 내가 아니라도 그 누군가가 치고 올라가야 한다. 그것이 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백업요원으로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꾸준히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김한수 감독은 ‘몸에 힘이 넘치는 스타일로 배팅에도 파워가 있고 2구 송구도 수준급’ 이라며 ‘ 다만 포구 동작, 블로킹 등 인사이드 워크에서 조금 가다듬을 부분이 있다’ 고 평가했다.
나원탁은 한국 최정상의 포수를 꿈꾼다. 그러나 그 목표가 언제 이뤄질지 본인조차 알 수 없다 .다만 현재 팀 사정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을 빨리 내비쳐야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회는 예상 보다 일찍 찾아 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