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각 고을로 파견하셨던 일흔두 제자가 돌아온다.
예수님께서는 이들의 성공적인 활동을 보시고
하느님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졌다고 기뻐하신다(복음).
인도 콜카타의 마더 데레사가 어느 날 큰 보육원을 짓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때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보육원의 건축 기금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습니까?”
데레사 수녀가 대답하였습니다.
“지금 준비된 기금은 3실링뿐입니다.”
그러면서 책상 위에 실제로 동전 세 닢을 꺼내 놓았습니다.
그러자 기자들은 웃었습니다.
그때 데레사 수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이 3실링과 나로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3실링이 하느님의 것이 될 때는 불가능한 일이 없습니다.”
우리의 힘만을 믿고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
그 일이 잘 되지도 않을뿐더러 일하는 중에
불목과 갈등이 쌓이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주도하신다면
힘이 들면서도 한마음으로 기쁘게 그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파견된 일흔두 제자가 돌아와
예수님께 이렇게 보고합니다.
“주님,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
이 말의 핵심은 ‘마귀들까지 복종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의 이름 때문에’ 이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철부지입니다.
하느님 아버지 없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모든 일은 우리의 지혜와 슬기로 해내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이름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자연의 오묘한 섭리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가을입니다.
파견된 제자들이 돌아와 예수님께 보고하였듯이,
가을이 되니 하느님께 무엇을 보고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곱게 물든 단풍처럼 하느님께서 주신 시간에
제 자신의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꾸몄는지 성찰해 봅니다.
지는 낙엽을 통해 우리 인생 또한 유한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랑을 위해 가꾸어야 할 과제이며,
사랑은 완성해 나가야 할 숙제임을 깨닫게 됩니다.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루카10,20)
우리의 믿음은
궁극적으로
세상의 평가보다
하느님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네.
진정한 기쁨이
세상에 있지 않고
하늘에 있음을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다면
우리의 이름이
세상에 기록되는 것 보다는
하늘에 기록되기를 바라며
뒤돌아보지 말고
끝까지
성실히 달려가야 하리.
- 김혜선 아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