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리얼 지엠에 올라온 소식 중 밀리시치의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더군요. 댓글들을 보니 대부분이 밀리시치 비난일색으로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이나 변호를 해 볼까 합니다. 그의 발언은 분명 잘못된 처사입니다. 아무리 리그에 정이 떨어졌고, 억울한 일이 있다하더라도 자신에게 돈도 쥐어줬고 나름 NBA리거라는 타이틀을 달게 해 준 곳에 '거짓말쟁이 투성'이란 말을 하면 안되죠. 하지만 이렇게 말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한 번 잠시나마 살펴보면 조금의 이해는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1. 과대평가... 이보다 과장될 수는 없다!!
다르코는 드랲 당시부터 엄청난 과대평가를 받았었습니다.
세르비아 리그를 주름잡고 왔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메이저 리그도 아니었던 관계로, 가드보다 빠른 스피드 어쩌고 저쩌고... 이런 리포트가 전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경우가 많았었습니다. 심지어 당장 리그에서 20-10 찍어줄 빅맨, 르브론보다 가치 있는 빅맨... 이런 수식어가 붙었을 정도인데... 척 봐도 과대평가였죠. 근 20년을 돌아봤을 때 루키가 리그와서 20-10 찍은 경우는 던컨과 오닐밖에 없었습니다. 이 선수들은 대학때부터 완성형 선수였죠. 헌데 다르코는 이제 갓 피어나는 어린 선수였단 점이 사람들이 크게 오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었습니다. 따라서 다르코가 기대에 부응 못했다곤 하지만, 그 기대속엔 말도 안되는 기대치가 있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봅니다.
당시 밀리시치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대한 글이 있어서 참고용으로 링크 걸겠습니다.
밀리시치 스카우팅 리포트 글
2. 드래프트 된 팀이 하필이면...
그리고 뽑혀간 팀도 문제였죠. 디트로이트는 챔피언 자리를 노리고 잘 짜여진 조직력으로 승부보는 팀이었습니다. 당연히 리그 물을 많이 먹어 본 선수많이 그 시스템을 이해하고 녹아드는데 유리하죠. 이런 팀에선 아주 특출난 재능이 아니고선 커 나가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감독은 루키를 거의 등한시하는 래리 브라운... 다르코가 디트시절에 얻었던 거라곤 팀이 이기는데 응원하는 것 밖엔 없었습니다.
헌데, 디트와 래리브라운의 입장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팀은 우승을 목표로 로스터를 탄탄히 갖춘 상태였습니다. 루키 선수가 성장을 하는데 있어 시행 착오는 필히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인데, 이 팀은 그 통과의례를 용납할 입장이 아니었단 뜻이죠. 브라운이 다르코를 등한시 했던 점도 이해가 갑니다. 분명 본인은 즉전감으로 쓸 수 있는 카멜로 앤써니를 원했는데 듀마스는 전술을 짜고 팀을 이끌어야 할 감독의 의견을 무시하고 포텐을 봐 버렸던 겁니다. 플랜에 없던 선수가 로스터에 추가되었는데 이 선수를 그간 쌓아온 틀에 굳이 맞춰넣어야 할 필요를 브라운으로썬 못 느낀거죠. 오죽했으면 다르코.. 겨우 5분밖에 못 뛰게 하면서 라쉬드를 트레이드로 데려왔을까요. 다르코가 특출난 재능을 선보였어도,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 기량에 의한 것이지 디트로이트가 원하는 팀 플레이에서의 강점은 아니었을 겁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리그 짬밥 좀 먹어 본 선수들만이 자연스레 팀 시스템에 녹아 들 수 있으니까요.
이런 팀에 만 18세가 안된 청소년 선수가 들어간 겁니다. 축구 좀 한다는 고딩이 조기 축구회 나가서 아무리 잘 해 봤자 아저씨들에게 인정받는건 아니죠. 그 축구회에서 원하는데로 못 하면 잘 해도 욕먹는겁니다. 프로라고 많이 다르지 않겠죠. 게다가 주변엔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 뿐인데요. 여러모로 다르코에게 디트로이트는 성장환경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성인도 안된 선수인데,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착한 곳은 치밀하게 짜여진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팀이었습니다.
낯선 환경 중에서도 그런 험난한(?) 상황에 있었으니 가뜩이나 감정 조절도 잘 안되는 판에 성숙한 마인드를 가지긴 힘들었겠죠. 물론 훌륭한 선수라면 이렇게 해야 하는게 정상인데, 다르코는 거기에선 예외였을 뿐입니다.
3. 디트시절 이후...
올랜도 오고 나서 그나마 늘어난 롤 덕에(게다가 옆에는 하워드라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었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본인도 올랜도 생활에 만족했었습니다. 헌데 올랜도가 라샤드 루이스 맥시멈 지르려고 다르코를 내 치면서 또 꼬였죠(사실 다르코가 좀 심한 몸값을 부르기도 했던게 문제였죠).
그래서 넘어 온 곳이 멤피스... 사실 멤피스에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파우 가솔 옆에서 궂은일도 떠 안아가며 뭔가 배워가려는 자세를 보였었습니다. 헌데 중간에 가솔 튀어나가버리고...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빅맨으로 전락했습니다. 그 다음해... 마크 가솔이 오면서 가끔 그와 함께 트윈타워로 출격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 때 정말 좋은 모습 보여줬었습니다. 리그 초반 밀리시치 뛴 경기 승률(사실 20경기 남짓 됩니다)이 4할이었습니다. 제가 전체적으로 아이비 감독을 못마땅하게 생각은 했지만 그 중 하나.. 잘 한게 있다면 다르코 활용을 잘 했다는 점이죠. 분명 마크 가솔과 함께 발전하는 모습도 보였고, 심지어 마크를 벤치로 밀어내고 주전으로도 뛰었을 정도였습니다. 헌데 그 뒤에 찾아온 손가락 부상... 이걸로 2달 가까이 쉬었더니 감독교체... 홀린스 감독은 다르코를 아예 없는 인간으로 취급했죠(개인적으로 상당히 맘에 안들었었습니다).
마크가 쉴 때에도 아써-워릭으로 이어지는 엽기 스몰라인업으로 일관했었습니다. 전 왜 아직도 홀린스가 다르코를 싫어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경기에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했거든요. 연습때 도저히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다르코는 부상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더블더블 종종 찍어주며 마크와 함께 그리즐리스 골밑을 든든히 지켜주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다르코는 분명 정신력이 약했고,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도 그리 좋진 않았었습니다. 헌데 이게 팀 경기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팀원과는 그럭저럭 지냈으니 말이죠.
홀린스 감독에게 찍힐 수 밖에 없게 행동한 다르코의 잘못도 있겠지만, 그간 잘 운영되어왔던 마크-다르코 라인을 깨부순 홀린스도 그렇고, 무엇보다 pan out되는 중간에 찾아온 다르코의 손목부상.... 이게 상당한 타격이었다고 보네요.
4. 밀리시치는...
사실 다르코가 마인드가 엄청 약한 선수입니다. 정신적으로 많이 나약한 선수라 조금만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도 심술부리고 제 페이스를 못 찾는 스타일입니다. 당연히 리그에서 롱런할 스타일은 아니죠. 헌데 그리즐리스에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오프시즌에 닉스로 팔려가면서 거의 커리어가 종결난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개인적으론 사연도 많았고, 그간 그리즐리스에서 보여줬던 활약을 생각해 보면 최악의 2픽으로 거론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신력이 나약한 선수이기도 하지만 참 운도 안따른 케이스 니까요.
다르코를 보면 2년 전 미들스부르에 있었던 이동국이 생각납니다.
실력은 있지만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본인 스스로도 frustration에 시달리다가 팀을 나오게 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었죠.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동국에게 제대로 된 기회를 주지도 않고 의도적으로 내쫒았다고 말이죠. 물론 이동국의 실력이 부족했던것도 있었지만, 완전한 기회가 거의 없던것도 사실입니다. 다르코도 그런 맥락에서 평가를 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5. 첨언
결과론적인 말일 뿐이지만, 만일 밀리시치가 저런 과대 뻥튀기 평가 없이 적당한 순위에 책정되어 어느 정도 출전시간을 보장 받는 팀으로 뽑혀갔다면... 아니면, 원래 2픽의 주인인 멤피스가 그대로 픽 행사를 했다면... 전 단언까진 아니라도 준수한 빅맨으로는 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밀리시치는 농구 재능을 꽃피우기에 앞서 정신적인 시련부터 견뎌나가야 했기에 제대로 농구를 해 볼 기회도 못 가졌다는 생각도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물론 대성할 선수였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정신력이 약한 선수는 그렇게 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역대 최악의 2픽'이나 '네 분수를 알고 떠들어대라'라는 등의 혹평까지 받기엔 그에게 주어졌던 기회는 너무나도 적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세르비아로 돌아가겠지만, 이곳에서의 나름 상처(?)를 이겨내고 훌륭한 농구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25세도 안 된 성장기에 있는 선수인만큼 NBA에서 못 다 이룬 꿈...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어쩌다 이리 되었소...
첫댓글 여담이지만 다르코 마인드가 좋지않은 선수아닌가요? 예전에 너의 가족들 모두 죽여버리겠다 인가.. 아내를 죽여버리겠다 인가 라는 말 한걸로 기억하는데... 다른선수인가 가물가물하네요
스카우팅 리포트 링크 걸어주신데가 안들어가지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제와서 결과를 보고 말하는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저는 마인드도 선수를 픽할때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만큼 밀리시치의 2픽은 애초부터 잘못이었고 과대평가였다고 생각합니다. 기회, 즉 운이 없었기도 했지만, 무려 03년 2픽이라기엔 한계점이 분명했던 선수라고 말이죠.
말하고 나니, 슈케르9님이 쓰신거랑 비슷하네요.. 워낙 글을 잘써주셔서 그런가 봅니다..-_-;;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사실 마인드의 문제도 후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은 말 그대로 되는 일이 없으면 인간성도 꼬이기 마련이거든요. 최소한 유럽에서 뛸때 마인드 문제된다는 이야기는 없었죠.(과거 메이요도 그렇고 물론 외국이라 정보문제가 있지만 스카우터들은 신인들의 마인드에 민감하죠.) 타국에 와서 신경써주는 사람도 없고 자기는 잘하고 싶은데 기회도 전혀 주지 않는 감독 밑에서 17살이란 어린 나이에 상처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거의 백프로 그렇다고 봐도 무방하죠.
진짜 이 픽은 디트에게나 자신에게나 악몽과도 같내요
으헣으헣
래리브라운이 당장 승률만 보는 시야가 아니라 좀더 프랜차이즈를 신경쓰는 시야를 가졌다면 밀리시치에게 기회가 많이 갔을겁니다. 사실 뭐 그런데 포포비치나 과거 레드아워백처럼 애초에 자기가 단장이나 다름없는 감독이나 그게 가능한거지 래리 브라운처럼 돈받고 몇년 그 팀에서 감독하는 프리랜서감독들이 그럴 이유가 없기는 하죠.
다른 것은 몰라도 다르코의 말은 디트로이트에는 해당된다고 봅니다. 워낙 로스터가 빵빵했으니 뭐... 차라리 팀에서 달래주기라고 했어야 했는데. 저메인 오닐도 인대애나 이적 후 포틀랜드한테 속았다고 얘기했었죠.
만일 그 픽에서 밀리시치가 뽑히지 않고 멜로가 디트에 픽되었더라면..멜로가 디트에서 수퍼스타로 클 수 있었을지 의구심이 갑니다.
원래대로 멤피스로 갔으면 2픽급은 아니지만 10-10 정도의 보것정도 성적은 해줬을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