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75세부터 매년 주행시험… 日, 인지기능검사 통과해야 면허갱신
[고령운전 ‘비상등’] 해외의 ‘고령운전자’ 대책은
日, 면허반납 고령자 편의 위해 병원 등 바로 연결 교통망 활성화
고령 운전자의 조작 실수 인한 교통사고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9년 일본에서도 87세 남성 운전자가 도쿄 시내에서 가속페달을 밟아 시속 100㎞로 주행하며 30대 여성과 3세 딸 등 2명을 숨지게 하고 10여 명을 다치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일정 연령 이상일 경우 면허 취득 요건을 강화하거나, 갱신 주기를 단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동시에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도 고민하고 있다.
호주는 7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매년 운전실기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거부하면 운전 지역을 제한하거나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80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2년마다 면허증을 갱신하도록 했다. 시력검사와 도로주행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면허가 취소되거나 제한된다.
미국 일리노이주는 75∼80세 운전자는 4년, 81∼86세 운전자는 2년, 87세 이상 운전자는 1년 주기로 도로주행 시험을 치른 후 통과한 사람에 한해 운전면허를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주행 시험에 탈락하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종류나 운전 시간 등을 제한하는 한정 면허를 발급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재심사를 의무화했다. 건강 검진을 통해 신체적 조건, 정신 상태가 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확인한 후 부적격자를 대상으로 보충적 주행능력 평가(SDPE)를 실시한다.
일본은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갱신할 경우 운전 적성검사 및 안전 교육을 의무적으로 수강하게 한다. 또 75세 이상 운전자는 면허를 갱신하기 앞서 2시간의 ‘고령자 강습’을 진행한 후 인지기능검사와 운전기능검사에 통과해야만 면허를 갱신할 수 있다.
또 일본에선 면허를 반납한 고령자의 교통 편의를 위해 병원이나 대형 쇼핑몰 등으로 바로 연결되는 단거리 대중교통도 활성화하고 있다. 도쿄의 경우 70세 이상 주민은 연간 20만 원가량만 내면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연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실버패스’를 구입할 수 있다. 소득이 낮은 경우 연간 1만 원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저소득고령층 이동권도 보장하고 있다.
해외에 비해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자격 유지 검사를 진행한 후 조건부로 면허 반납 대상을 정하는 방안 등을 유관기관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주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