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정적’으로 알려진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16일(현지시간) 옥중에서 사망했다. 불과 47세 젊은 나이에 생을 접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나발니는 징역 19년형을 복역하던 중 사망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말 북극권 야말로 네네츠 지역 하르프에 있는 IK-3 교도소로 이감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 연방 교도소는 성명을 통해 “나발니는 산책 후 상태가 좋지 않았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면서 “의료진과 구급차가 즉시 도착해 응급 조치를 실시했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이 나발니의 사망을 확인했다”면서 사망 원인을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나발니의 변호인 레오니드 솔로뵤프는 현지 언론에 아직 코멘트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나발니가 국제적인 지명도를 얻은 것은 2020년 8월 독극물 테러에서 살아남으면서다. 그는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신경제인 노비촉 공격을 받아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음달 항공편을 통해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혼수 상태에 빠졌으나 의식을 되찾았다.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하는 러시아인이 적지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계의 후손이다. 아버지 아나톨리 이바노비치 나발니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주 이반키브 라이온의 잘리시아 마을에서 태어났다. 나발니는 모스크바로부터 남서쪽으로 100km 덜어진 오브닌스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여름에는 우크라이나 할머니 집에서 지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93년 러시아 민족우호대학에 입학해 1998년 법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러시아 연방 지원 금융대학에서 증권과 환전을 공부했다.
그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푸틴과 러시아 정부의 부패 치부를 폭로하면서다. 2008년 로스네프트, 가스프롬 등 5개의 천연가스 회사 주식 30만 루블 어치를 사들여 이들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행동주의자가 됐다. 2010년 11월 나발니 러시아 인민해방운동 대표는 트랜스네프의 비밀 회계 감사 자료를 공개했다. 경영자들이 동부 시베리아에서 진행되던 태평양 석유 파이프라인 공사 도중 무려 40억 달러를 빼돌렸다고 폭로했다.
2000년 정계에 입문, 인종차별과 남오세티야 분리 반대 등 논란을 겪었지만 2009년 이후 러시아 연방 정부의 부패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푸틴의 치부를 드러내 주목 받았다. 2018년 대선에 출마할 뜻을 비치자 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4년의 횡령죄 판결에 따라 나발니의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고인의 어머니 류드밀라 이바노브나 나발나야는 지난 12일 교도소를 방문했을 때 아들이 건강하고 활기 있었다고 러시아에서 차단된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에 털어놓았다. 그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도 "러시아 정권과 푸틴은 그들이 러시아에 하는 잔혹한 행위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레오니트 볼코프는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당국의 발표를 믿지 못한다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나발니가 죽었다'가 아니라 '푸틴이 그를 죽였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학자 예카테리나 슐만도 나발니가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건강했다면서 그의 사망이 "살인에 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유재벌 출신 반정부 인사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공식적인 이유와 상관 없이 그의 독살을 처음 승인하고 그를 투옥한 푸틴이 그의 이른 사망에 개인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