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한번 유로 2000 리뷰를 꼭 써보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만해도 그냥 가끔 국대 경기나 보던 평범한 고딩인 제가
본격적으로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는 대회였으니까요.
또 하나의 이유라면, 제가 글 쓰는 걸 좀 좋아합니다.
마침 중국에 유학중이다보니 미칠듯이 한글이 쓰고 싶더군요-_-;
고등학교 1학년, 체력도 한창 넘칠 시기이고 또 공부의 압박도 그리 크지 않은 시기라서 그런지
시험기간에 진행된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경기를 생중계로 봤습니다-_-;
하지만 이변이 속출하는 월드컵과 달리 '참가국 모두가 우승후보'라고 누가 했던 말처럼 망친 시험이 아깝지 않을 만큼 한경기 한경기가 상당히 재미있었고,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이때 망친 기말고사는 후에 엄청난 내신의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전 내신성적 반영을 전혀 안하다시피한 학교를 가게 되었지요-_-;)
그러면 한번 끄적거려보도록 하지요 'ㅁ'
1. 내기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제가 유로 2000을 그렇게 미친듯이 본 이유는 경기 자체가 재미있기도 했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친구들과 한 '내기' 때문이었습니다. -_-; 대회 자체랑은 큰 상관없지만 재미로 보시라고 한번 적어보도록 할게요. 당시 제 친구 3명(축구에 꽤 조예가 깊고, 실축도 대단히 잘했던 Y군, 축구에 쪼금 관심이 있었던 K군, 그리고 축구는 잘 몰랐지만 내기를 좋아했던 L군)+저는 4개 조 16개 국가를 드래프트 형식으로 넷이서 4팀씩 지명 후, 이긴 팀을 지명한 녀석에게 진 팀을 지명한 녀석이 밥을 쏘는 형식의 내기를 했습니다. 물론 조별로 소유국가가 중복되지 않게 짰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4명이서 하기에 딱 적당한 게임이었요. 여러분들도 유로08을 맞아 주변에 맞는 친구 셋만 불러모아 한번 해보심이...(퍽!)
대략 지명국가를 보자면..
L군- 네덜란드 스웨덴 유고슬라비아 루마니아
K군- 스페인 독일 터키 덴마크
Y군- 잉글랜드 노르웨이 체코 벨기에
저 -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앞에 적은 국가가 각 라운드당 선택한 국가이고, 순서는 1, 2, 3, 4, -4, 1, 2, 3, -3, 4, 1, 2, - 2, 3, 4,1 순입니다. 그러므로 네덜란드는 1라운드 1순위 노르웨이는 2라운드 2순위, 덴마크는 4라운드 3순위가 됩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조별예선부터 한번 끄적거려보도록 하지요 'ㅁ'
동시간대에 진행해서 보지 못한 경기, 혹은 기억이 가물가물한 경기가 있는 관계로 조별예선은 주요 경기 위주로 풀어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국가는 조별순위대로 나열하도록 할게요. 고로 처음에 쓰는 국가가 조1위로 8강진출, 그 다음이 조2위로 8강진출한 국가가 되겠습니다.
A조 - 포르투갈, 루마니아, 잉글랜드, 독일
이변이었습니다. 우승후보였던 잉글랜드 독일이 지금은 은퇴한 동유럽 최고의 미드필더 하지가 이끄는 루마니아와 '골든제너레이션'을 필두로 한 포르투갈에게 무너진 대회였죠. 특히 포르투갈. 89년과 91년 청소년 대회를 제패한 포르투갈의 젊은 소년들이 유로 96 8강진출을 거쳐 유로 2000에서 과히 만개된 기량을 뽐내죠. 골든제너레이션의 주요 멤버로는 빅토르 바이아, 페르난도 코투, 루이코스타, 주앙 핀투, 그리고 루이스 피구가 있습니다. 특히 루이스 피구 선수. 98월드컵의 주인공이 지단과 프랑스였다면 유로2000의 주인공은 피구와 포르투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4강진출에 불과한 국가에서 MVP가 나왔으니 말 다했죠. 여담이지만 포르투갈은 당시 친구들과 한 내기에서 별 생각없이 포르투갈을 찍었던 저의 배를 두둑히 채워준 고마운 국가이기도 합니다.
포르투갈 3(피구, 핀투, 누누 고메즈) vs 잉글랜드2(스콜스, 맥마나만)
초반은 예상대로 잉글랜드 페이스였습니다. 잉글랜드의 자랑 베컴의 정교한 크로스는 경기 시작 20분만에 스코어를 2-0으로 벌려놓았고 당시 잉글랜드를 찍었던 Y군과 Y군의 아버지, 저와 함께 축구를 시청하시던 저희 아버지, 기타 많은 축구팬들이 '역시 베컴' '역시 잉글랜드' 라는 말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_-; 그렇지만 이때부터 포르투갈의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맥마나만의 골이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피구의 깔끔한 중거리포를 시작으로 전반이 끝날 무렵, 02년 월컵때 박지성 선수에게 십자꺾기를 시전하여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주앙 핀투 선수의 헤딩 동점골이 터집니다. 포르투갈의 공세는 후반에도 계속되어 결국 20분 경 누누 고메즈의 역전골이 터지고, 포르투갈은 서전을 대역전승으로 장식합니다. 반면 잉글랜드는 루마니아에게도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경기끝에 3대2로 패하며 예선탈락을 하게 되죠. '골든제너레이션'의 황금기를 알리는 잊을 수 없는 경기입니다.
포르투갈 3(콘세이상 3) vs 독일 0
잉글랜드전 대역전승 + 루마니아전 종료직전 버저비터 골로 신승. 마치 신들린듯한 경기력과 행운마저 따랐던 포르투갈, 반면 루마니아전 졸전끝 무승부, 잉글랜드전 역시 졸전 끝에 시어러옹에게 일격을 당해 1무 1패로 벼랑끝에 몰린 독일. '독일이 마지막인만큼 만만치 않을 것이다'라는 예상을 비웃어버리는 경기였습니다. 포르투갈의 콘세이상은 퍼펙트 해트트릭(왼발 오른발 헤딩 한골씩) 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했고, 독일은 비어호프의 뒤를 이을 킬러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98월드컵 크로아티아에게 3대0 관광 이후 독일팀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녹슨 전차' 라는 오명을 씻지 못한채 유로2000에서 퇴장합니다. (그렇지만 이때부터 킬러 발굴에 열을 올린 독일은 결국 7부리그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대기만성의 스트라이커를 얻어 '녹슨 전차'라는 오명을 씻게 되죠. 그의 이름은 다들 잘 아시는 미로슬라프 클로제^^ 모든 일은 새옹지마인가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동시간에 진행되었던 루마니아 vs 잉글랜드 전을 보지 못한게 안타까웠습니다. 루마니아가 재역전 끝에 3대2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거든요^^;
B조 - 이탈리아 터키 벨기에 스웨덴
이탈리아 1위 나머지 팀들의 2위 싸움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그대로 따라갔습니다-_- 당시 눈여겨보았던 점이라 하면 98월컵때 부상으로 활약이 없었던 델피에로의 국제무대 재도전, 그리고 부상으로 빠진 비에리를 대신하여 이탈리아의 공격을 맡은 인자기, 그리고 피구 못지 않은 센세이션이었던 토티의 등장 정도 되겠습니다. 사실 B조는 제가 1순위로 지명한 이탈리아가 3승으로 무난하게 진출한 관계로 맘놓고 편하게 봐서 그런지 기억이 정말 나지 않습니다 ㅠㅠ (그리고 지금은 제가 아주리 팬이지만 당시만 해도 이탈리아는 그리 좋아하는 팀이 아니었습니다 ㅠㅠ)그렇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한번 적어보도록 할게요.
터키 2(하칸 수쿠르 2) vs 벨기에 0
이탈리아에 2대1 패, 스웨덴과도 무승부를 기록해 이겨도 본선진출이 불투명했던 터키. 반면에 자국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스웨덴에 시종 우세한 경기끝에 2대1 승. 이탈리아와도 대등한 경기 끝에 아쉬운 1대2 패를 기록했던 개최국 벨기에. 이탈리아 스웨덴과의 경기 결과에 따라 1위 진출도 바라볼 수 있는 상태인데다가, 상대가 비교적 해볼만한 터키였기때문에 벨기에의 8강진출이 유력해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벨기에의 그런 기대는 가장 믿었던 그들의 수문장에 의해 그냥 기대로 남게 됩니다. 시소게임, 아니 벨기에의 근소한 우세 속에 전반이 마무리될 무렵, 터키의 장신 공격수 하칸 수쿠르가 왼쪽에서 올라온 그다지 정확하지 않은 크로스를 향해 몸을 날렸고, 벨기에의 베테랑 수문장 데빌데는 수쿠르의 점프에 위축된듯 어이없게도 점프도 못한채 제자리에서 손을 뻗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1 - 0. (하긴 수쿠르같은 거구가 눈앞에서 점프를 하면 정말 무서울거 같긴 합니다; 마치 여포가 적토마를 타고 달려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그 한방의 의미는 컸습니다. 단순한 한 골이 아닌 완벽한 기선제압, 그것도 전반이 다 끝날 무렵에 터진 그 기선제압은 결국 수쿠르가 후반에 추가골을 넣은 터키를 8강으로 이끌게 되죠.
쓰고나니 두서없이 대충대충 쓴게 마치 일기 휘갈겨 쓴거 같네요 ㅋㅋㅋㅋ;
오타라던가, 제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 있으면 언제든지 지적해주세요 'ㅁ'
한국은 지금 막 6시가 되었겠군요. 여기 북경은 4시 반만 되어도 어두워진답니다 ㄷㄷㄷ;
다음에는 유고슬라비아의 아스트랄한 경기력이 눈길을 끌었던 C조와, 역대 최고 죽음의 조(프랑스 네덜란드 체코 덴마크)로 꼽히는 D조에 대해 적어볼게요 'ㅁ'
그럼 모두들 좋은 저녁 되시고요 감기 조심하세요 'ㅁ'
첫댓글 ㄲㄲ 전 이떄 초 3이였나그랬는데 태권도가는거 포기하고 유로대회 재방송봤답니다 ㄲㄲ 그때 참 재미있었음 ㄲㄲ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이대회 조 다외우고있었죵 ㄲㄲ 지금은다까먹었지만;;;;;; ;;; 아무튼 ㅋㅋ 유고vs슬로베니아였나 3:0 에서 3;3 만든경기가 그경기가 제일 기억에남네요 ㄲㄲ
벌써 7년전.. 전 중3이었는데ㅋ
나도 저 때 내기해서 돈 좀 땄는데 ㅋㅋㅋㅋ 나 포르투갈 우승이었는데 아 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