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총선이 어느덧 두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편 워낙에 변화무쌍한 우리나라 정치판을 입증하듯, 불과 두달여사이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지난 1월말까지만 해도 사실상 궤멸할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새누리당의 경우 이제 총선 최대 기대치가 130석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고, 반면 공천논란과 후유증 그리고 야권연대 문제로 인한 갈등을 거치면서 민주당의 지지세는 많이 하락한 상황이다. 두달전 일시적으로 40퍼센트 가까이까지 육박했던 민주당 지지율은 현재 30%대 초반에서 정체되어있다.
사실 2008년 총선에서 153석의 당선자를 냈고, 한때 의석수가 170석을 넘기까지 했던 (현재는 공천탈락 반발로 인한 탈당, 불출마선언등으로 인해 162석)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임을 감안하면, 과반수에서도 20석이나 미달하는 130석을 기대치로 잡고 승리 운운하는 모습은 측은해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0 6.2 지방선거의 참패에 이어 작년 보궐선거에선 서울시장 자리마저 야권에 내주면서 총선에서 전멸하는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던 새누리당임을 감안하면, 지금 상황은 확실히 많이 호전(好轉)된 것 같다.
모 인사의 지적처럼 사실 아무리 죽을쒀도 기본적으로 120-130석이 가능한게 새누리당임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새누리당과 그 계보를 잇는 이전의 한나라당등은 확실히 운이 좋은편같아 보이기도 하다. 2004년 총선의 경우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분 상황에서 박근혜가 정면에 나서 121석의 당선자를 냈고, 96년의 신한국당도 김영삼의 지지도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오히려 139석의 당선자를 내는 선전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따지고보면, 새누리당의 기본 지지기반인 영남이 워낙 덩어리가 큰데서 이유를 찾아봐야할것 같다. 2012년 19대 총선 기준으로 영남 의석수는 총 67석. 246개 지역구의 27.2%다. 총 112석의 수도권에 이어 우리나라 선거권역중 두 번째로 큰 덩어리인것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경우 설사 영남에서 한 10석 정도를 야권에 내준다 하더라도, 강원,충청권(총 33석)에서 절반 정도의 당선자를 내고, 수도권에서 반타작정도만 하면 비례대표 20석을 포함 과반수에 무난히 도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우 30석 호남권을 설사 전부 석권해도, 강원,충청에서 절반을 얻고 수도권에서 최소 70-80석 이상의 초압승을 해야만 과반수 달성이 가능하게된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과반이 가능했던것이 바로 그 수도권 초압승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헌데 필자는 근래들어 유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판세변화를 하나 주목해보고자 한다. 바로 이전에는 보통 전통적인 여당(또는 보수층)텃밭지역으로 알려진 강원,충북지역 민심이 변화하고 있는것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특히 충북 같은 경우 사실상 민주당의 새로운 텃밭으로 부상하고 있는걸로 봐도 그리 성급한 판단이 아닌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과 특히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이슈가 되었던 2004년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이 충북 8개 선거구에서 모두 당선되었다. 한편 153석의 열우당이 81석의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참패를 했던 18대 총선에서도 충북은 오히려 8개 지역구중 7곳에서 민주당이 당선되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이시종 민주당 후보가 충북지사로 당선되었다. 이와같은 충북의 민주당 우세가 이번 총선에서도 이어질수 있을지 눈여겨볼만한 부분이다.
전통적인 보수층 텃밭을 증명하듯 98년 이래 한나라당 소속 김진선 지사가 3선을 했던 강원도의 경우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광재 민주당 후보가 그리고 이듬해 재선거에서 다시 최문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특히 이 두 선거는 모두 애초의 여론조사에서 10퍼센트 이상 뒤지던 민주당 후보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역전 당선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최근 강원지역 언론들이 합동으로 실시한 총선 여론조사에선 강원도 9개 지역 선거구중 새누리당 우세지역은 단 2곳이고, 나머지 7곳이 초박빙으로 나왔다. 7곳이 초박빙이란것은 다시말해 민주당이 이곳을 다 석권할수도 있고, 다 패할수도 있다는 말이다. 중요한것은 10여년전까지만 해도 전통적으로 보수여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강원,충북 두곳의 민심이 흔들리는 정도를 넘어서 많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수도권의 경우는 어떨까 ? 사실 수도권은 매 선거때마다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혼전지역이자 최대 승부처라는 점에서 함부로 예단하기가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 총선 여론조사는 크게는 20퍼센트까지 오차가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방송사 출구조사조차도 수십곳이 빗나가는게 전통(?)이었다. 따라서 수도권 판세는 어떤 정치평론가도 함부로 섣부른 예상을 내놓지는 못할것이다.
다만 필자는 한국일보가 공개한 새누리,민주 양당의 판세분석표만 살펴보고자 한다. 수도권 판세분석에서 새누리당은 확실한 우세지역을 포함 경합지역까지가 모두 당선된 경우를 새누리당이 당선 가능한 최대 기대치로, 우세지역만 당선되었을 경우를 최악의 상황으로, 민주당은 경합열세지역까지를 포함한 수치를 최대 기대치로 우세와 경합우세지역만 당선된 경우를 최악의 상황으로 가정 양당의 수도권 당선자 최대 기대치와 최악의 수치를 추산해보고자한다. 이와같은 계산을 하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총선 여론조사는 20퍼센트까지 오차가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야당표를 숨은표로 가정 경합열세지역을 민주당이 막판추격이 가능한 지역으로 보고 하는 계산이다.
이렇게 계산할 경우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당선을 기대할수 있는 최대 기대치는 총 57석 최악은 28곳만 당선된 경우가 된다. 민주당의 경우 최대 기대치가 76곳(경합열세지역까지) 최악의 상황은 53곳밖에 당선이 안 된 경우다.
사실 여론조사는 지난 지방선거때 이미 10-20퍼센트를 뒤지던 강원,충북,인천의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 역전 승리한 전력이 있어 여론조사 자체에 대한 불신과 문제점이 많은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어온지 꽤 된다. 덧붙이자면 서울시장 선거 역시 본래 여론조사에서 10퍼센트 이상 뒤졌던 한명숙 후보가 막상 개표에선 0.6% 초박빙의 승부를 벌였으니 여론조사 예측이 빗나간 지역에 포함된다.
지방선거 당시 지적된 여론조사의 주된 문제점은 휴대폰 사용이 보편화된후 집전화 사용자가 많이 줄어들어 집전화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많이 줄어든점, 평일낮에는 대개 노년층이 전화를 받고 젊은층은 주말에 받게된다는점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또 이번 총선 공천과정에서 각당 여론조사 경선에선 심지어 나이를 속여 대답하라는 조작을 조직적으로 실시했다는 사실이 여야를 막론하고 드러나, 실제 여론조작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는것이 사실로 확인되기까지 했다. 여하튼 여론조사 자체에 대한 불신은 여느때보다 커진것이 사실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의 경우 유권자들의 패턴이 특히 부동층에서 자기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는 비율이 20퍼센트까지 늘어났음을 지적하며, 특히 이 계층이 야권이나 젊은 지지층일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6.2 지방선거의 경우를 감안하면 충분히 일리있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의 경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이 극에 달해있는 요즘같은 분위기에선 오히려 야당 지지층이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말하고, 여당이나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많이 위축되어 여당 숨은표가 더 많을수도 있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실제 신한국당의 참패가 예상되는 사회분위기였던 96년 총선에서 오히려 여당이 선전한 사례가 있음을 감안하면, 고박사의 분석 역시 일리있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숨은표’가 여권표일지 야권표일지는 누구도 알수없다는게 정답이다. -.- 숨은표란게 글자그대로 자신의 지지의사를 정확히 밝히지 않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이야긴데, 그럴진대 여론조사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걸 할지라도 그 속마음을 제대로 알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유념해야할점은 있다. ‘숨은표’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면, 그건 그만큼 우리사회의 정치불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그 계층이 젊은층에 많다면 그 심각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젊은 세대의 기성세대와 제도권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것을 의미하는것 아닌가.
이제 내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향배를 보면 여하튼 두달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의 참패가 예상되었던것이 여권으로선 분위기가 많이 호전된것만은 사실인것 같고, 반대로 야권은 어쩌면 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있다. ‘숨은표’의 진심이 무엇인지도 두주일후 저녁 여섯시를 지나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면 그때 제대로 파악할수 있을것이다. 96년 총선 당시엔 김영삼 정권의 신한국당이 참패할것 같은 사회분위기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당의 선전으로 나타났고, 2년전 지방선거의 경우 대체로 야당이 고전하는는듯한 여론조사가 뚜껑을 열어보니 여당의 대참패로 나타났다. 과연 두주일후 미소를 짓게될 정당은 어느정당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