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탈출 짧은 여행 (125) - 목포 1(목포진 - 시비공원)
목필균
그동안 왜 남매와 짧은 여행이라도 시도해 보지 않았을까?
이제야 일가를 이루고 사는 남매와 목포에 가기로 했다.
남매 모두 방학이 되어야 시간이 맞아서 겨울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2008년 나도 모르게 세워진 시비가 있다는 목포로 정한 것은 아마도 엄마를 생각하는 자식들의 배려가 담긴 것이리라.
역사교사인 아들은 마치 가이드처럼 목포 시내를 데리고 다녔다.
목포역 중심으로 꽤 번화할 것 같은 시내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살았던 적산가옥들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놀라웠다.
슬레이트 지붕에 작은 두 집이 붙여서 지어진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집들이 해방 후 80년이 지났어도 그대로 남아있다니.....
재개발로 급하게 변화하는 요즘 시대에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근래에는 무안 쪽 신도시로 개발된 곳으로 인구 이동이 되어서... ...
목포역 주변은 더 썰렁해지고, 점포들도 문 닫은 곳이 많았다.
빈 집들도 눈에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무인 갤러리가 많았다.
예술인들을 많이 배출한 목포 다운 노력이 도시 살리기의 방편이 되었나 보다.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인 목포 진으로 올라가니, 이순신 장군이 고하도를 방패로 군사작전을 짜고, 군사 훈련을 시킨 역사의 현장을 의미 있게 살펴보았다.
목포에서 유명하다는 게장과 병어 초무침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 다시 시내를 돌아다녔다.
목포는 일제강점기 내내 호남평야 서 거두어들인 쌀과 목화를 부두를 통해 수탈해 간 현장답게.....
거대한 창고와 포구 근방에 더 많은 적산가옥이 있었다.
유달 초등학교 강당은 그 시절 지은 모습 그대로 입구 장식이 남아있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목포해양대학교 시비공원으로 갔다.
나도 모르게 세워졌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전국 시인들을 대상으로 바다에 관한 시들을 추천받아서, 목포가 고향인 각처의 유지들이 성금을 모아 만든 시비가 40 개가 넘게 해양대학 캠퍼스 곳곳에 서 있었다.
내 시비 앞에서 남매가 엄마의 기쁨조가 되어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오늘 일정의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최장거리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건너 고하도에 도착해서 둘러보았다. 또 거북선을 6개 포개놓은 듯한 전망대에 오르니 시야가 탁 트였다. 층마다 목포의 역사를 살필 수 있었는데......
5층에는 가요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 극 예술의 선구자 김우진, 극작가 차범석, 소설가 박화성, 평론가 김현 등 걸출한 문인들을 소개한 곳이었다. 문인의 한 사람으로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해상공원과 목포해양대학 사이에 있는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첫날을 보냈다.
몇 년 전 내가 응급실 행으로 남매를 놀라게 했는데......
이렇게 회복해서 함께 여행을 하게 되어서 모두 행복해했다.
첫댓글
이번 짧은 여행기는 그 어느편 보다 사람냄새 풍기는 여행기로군요
모처럼 장성한 아들딸과의 필연적 여행기 이니까요
목포의 여러 명소가 인상 깊겠지만 뭐니뭐니해도 목시인님의 시 '바다에 간다기에' 시비가 건재한 목포해양대학 시비공원이 백미일겁니다
일신동문님들이 목포에 가게되면 꼭 들려야할 핫플레이스 이기도 하니까요
초지 형님의 안내로 맨청도 구름정,트리스텐 선배님 그리고 또 다른 동문님들도 목시인님의 시비앞에서 인증샷과 글을 남기며 카페를 장식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여행기갸 **-1 이라는 타이틀이 붙은만큼 **-2도 조만간 카페에 소개될테니 사뭇 기대가 되는군요
목시인님의 이번 아들딸 남매와의 목포여행이 지친몸 끌고가는 길에 이정표가 되기를 기원하며 응원하겠습니다..^^
자식들과 함께 한 목포 여행의 의미가 참 많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었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서 시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바쁘고, 힘들다는 이유로 자식들에게 해 준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기본적인 것들을 해 달라는 것 해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여행은 물론 좋은 옷 한 번 해 준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잘 자라고, 일가를 이루고 잘 사는 것으로 효도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목포는...
목 시인을 기억하고.
간직하려는 항구입니다.
* 바다에 간다기에(全文)
목필균
바다에 간다기에
밤새 몰아쳐줄 파도를 생각했지.
내가 부딪치다 지친 세상 때문에
거대한 바위섬과 부딪쳐 나자빠지는
그 거센 파도의 도전을 그리워했지.
바다에 간다기에
하늘 가득 펼쳐질 갈매기의 노래를 생각했지.
내가 못다 부른 노래를 마음껏 불러주다
가고 싶은 곳으로 미련없이 날아갈 갈매기
그 자유로움을 위해 박수를 보내려 했지.
바다에 간다기에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을 거니는 연인을 생각했지.
내가 못 다한 사랑의 몸짓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바닷가의 낭만
그 사랑을 위해 편지를 띄우려 했지.
바다에 간다기에
파도에 실려온 예쁜 조개껍질을 생각했지.
내가 못 다한 수많은 이야기를
조개껍데기에 담을 수 있는 바다의 꿈
그 꿈을 위해 빈 주머니를 가져가려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