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방학 첫 주, 스스로 방학의 뜻을 살린다[5. 17-22]

[전정일]

봄 방학 첫 주, 방학의 뜻을 살린다.

올해 봄 방학은 마을, 교육청, 대안교육연대, 교사대학 관련 회의와 연수, 강의로 가득 찬 첫 주를 보냈다. 날마다 모둠살이 아이들을 만나니 또 즐겁다. 일이기도 하지만 일상을 챙기며 늦잠도 자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일과 새로운 만남과 연수들로 스스로 나름 방학의 뜻을 살린다. 여름학기 아이들을 맞이할 몸과 마음을 함께 만들어간다.

 달날에는 자연속학교를 마무리하는 바깥 서류 처리도 한 몫 했고, 꿈의학교 관련 회의와 마을자율방범대 교육이 있었다. 학교마치고 모둠살이 어린이들을 보니 또 금세 반가웠다. 모둠살이 김경미 선생이 학교 청소를 정말 깨끗하게 해놓았다. 학교 강당과 부엌, 화장실, 마당 쓰레기 정리까지 주말 청소가 없는 상태에서 주말 행사가 있다보니 치울 게 많았을텐데 많이 미안하다. 모둠살이 때문이라도 청소 배치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다음 주로 깜빡 했다. 학교 꽃밭과 학교 안 꽃 화분 조경까지 신경쓰고, 학교 책을 분류하고 붙이고 정리하는 사서 노릇까지 우렁각시처럼 많은 일을 해주시는 모둠살이 선생이 이주 동안 학교를 돌보는 덕을 보겠다.

 불날에는 마을주민자치 회의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교사대학 교사양성과정에 참여한 분들에게 강의를 했다. 우리학교 일놀이교육과 마을교육공동체 실천을 소개하고, 밧줄놀이 연수를 진행했다. 삶을 위한 교사대학이 꾸준히 양성과정 기수를 배출하고 있다. 강의를 채비하고 워크샵을 열 때마다 되돌아보며 참여자들의 처음 열정을 받아 안는다.

 물날 부처님오신 날에는 푹 쉬며 잠을 많이 잤다. 나무날에는 성남으로 출장을 가서 경기도 교육청 관련 회의에 참여했다. 대안교육기관법이 제정된 상황부터 교육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안교육기관과 학교 밖 청소년 교육복지가 있는지 묻고 교육복지에서 소외된 아동청소년들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제기해 올해에 중요하게 논의하기로 한 성과가 있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고 지원이 절실한 대안교육기관의 처지다. 저마다 할 수 있는 만큼 곳곳에서 애를 쓰고 있으니 조금씩 나아지리라 본다.

 이번 주는 일놀이꿈의학교 기획과 채비로 손과 눈이 바빴다. 일놀이꿈의학교(과천마을교육공동체사회적협동조합)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가꾸며 행복한 미래교육 현장을 만들어 갈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가 양성과정을 만들었는데, 10강의 강사진 섭외와 원고를 모은 자료집 구성, 10강의 웹자보와 신청 서식까지 품이 많이 들어간다. 경기꿈의학교는 마을교육공동체를 지향한다. 학교 밖에서 마을교육공동체로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을 열어간다. 스스로, 더불어, 앞날을 열어간다는 철학이 맑은샘학교 으뜸 정신과 같다. 이를 뒷받침하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배우고 나누는 자리로 학교 밖에서 한국 대안교육, 전환교육 흐름과 함께 또 하나의 새로운 대안교육을 열어가는 꿈의학교를 가꾸며 마을교육공동체로 교육자치를 꿈꾸는 분들이 연결되기를 꿈꾼다.

 한숨 돌리고 나서야 쇠날쯤 부슬비 틈 사이에 텃밭 가서 풀을 잡았다. 감자꽃도 따주고, 호박 둘레 풀 잡고, 토마토 순치기하고 묶어주고, 딸기 맛도 보고, 땀 흘린 품삯으로 조금이지만 마늘쫑을 얻었다. 다 그렇지만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봄방학 마치고 어린이농부들이 오면 또 풀을 잡고, 딸기 따고, 상추 따고, 지지대 묶어주고, 마늘쫑 뽑고, 두루 돌볼 게 많다. 오전에는 어제에 이어 학교 건물 등기관련해서 시청과 안양등기소에서 한참을 보냈다. 등기 관련 서류 떼고 쓰는 일은 언제나 낮설다. 오후 늦게 대안교육연대 운영위원회가 줌으로 열렸다. 대안교육기관법 제정 뒤 시행령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교육과정위원회에서 수학교과 나눔을 기획했는데 참여하기로 했다. 부족하지만 우리학교 수학 공부를 되돌아보고, 다른 학교들의 사례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발표 채비하느라 시간을 많이 써야 하지만 함께 나누는 재미가 있다. 지난해 책읽기교육을 정리해 학술대회에 참가하고 논문을 썼는데, 올해는 수학교육이다. 부족하지만 학교에서 실천하는 일놀이 수학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발도르프 수학과 생태수학으로 알려진 쟁쟁한 수학교사들과 함께 같은 자리에서 우리 학교 수학교육을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자리이다. 덕분에 또 배우게 되리라 믿는다.

 이 번주 줄곧 운영일꾼들이 학교 생일잔치와 후원의 날 채비로 대화방이 활기차다. 덕분에 으쌰으쌰 기운을 받는다. 16주년 17살 생일잔치가 코로나19로 새롭게 원격방식으로 채비되고 있다. 작은 교육공동체가 만들어가는 역사이다. 늘 그렇지만 함께 해서 고맙고 미안하고 영광이다.

 흙날에는 무지개교육마을에서 주관하는 민주시민교육 강좌를 들었다. 예전 우리학교 열린강좌에서 모셨던 박준성 선생을 만나니 또 반갑다. 암 투병을 이겨내고 진실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생 덕분에 잠시 학교 역사교육과 우리 시대 민주주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민주시민교육 예산을 삭감한 과천시의회 횡포에도 경기도 민주시민교육 예산을 따와서 우리 동네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하는 강좌야말로 과천시의회 의원들이 듣고 같이 토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임을 알기에 씁쓸하다.

주말에는 실컷 영화를 볼 계획을 세웠다. 시리즈에 또 푹 빠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