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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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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5월호의 시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68 13.05.23 10:5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 번 5월호의 시를 일부 올렸는데

시간을 내서 다시 읽고

나머지 부분에서 8편을 골랐다.

 

이번에 같이 올리는 야생화는 노린재나무 꽃이다.

이는 노린재나뭇과에 속한 낙엽 관목, 또는 소교목으로

활엽수이며,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5월에 흰 꽃이 원추 꽃차례로 피며

열매는 9월에 하늘색으로 익는다.

연장의 자루나 지팡이 따위를 만드는 데에 쓰이는데,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 친구야! - 김영호

 

밥보다 술을 더 좋아했던 친구야,

오늘 비가 내린다.

 

밥보다 국수를 더 좋아했던 친구야,

오늘 비가 내린다.

 

사랑보다 술을 더 좋아하고

여자보다 친구를 더 좋아했던 바보야,

오늘 국수가 내린다.

 

해가 좋은 날도

비를 맞던 우리의 젊은 날

우리가 그 토록 국수를 먹던 일은

빗줄기 같은 국수

국수 같은 우리의 삶,

그 삶의 몸부림의 육질을

슬픔이 진화한 비의 면발을

묵묵히 삼키어 되새김하는 일이었지.

 

고춧가루 풀어 놓은 얼큰한 국수국물

북받쳐 오르던 시대의 피눈물이었지.  

 

 

♧ 만주바람꽃 - 김승기

 

만주에서 불어오는 바람

한겨울 얼마나 뼈저리게 아팠으면

봄은 저만치 있는데

어찌 이리도 일찍 꽃 피웠으랴

 

옅은 노란빛을 띠는 너의 환한 얼굴 웃음이

온몸을 따듯하게 데운다

 

신경세포마다 비틀리고 쪼그라드는 겨울 한파

찡그림 없이 견디어냈는데도

왈칵 눈물 쏟아진다

 

늙어갈수록 팍팍한 세상살이

한겨울에도 꼭꼭 입 앙다물며 보낸 사람아

꽃샘추위 기승을 부리는 어느 날

느닷없이 눈물 난다면

저기 저 산에 올라

만주바람꽃에게 말 한마디 건네 보라

 

깊은 잠 이루지 못하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겨울의 절망을 맛본 이는 알리라

채 녹지 못하는 눈얼음 틈새에서 빠꼼히 고개 내밀며 피우는

저 조그만 꽃 하나가

얼마큼 편안한 위로와 힘이 되어 주는지를

 

마음 모두 내려놓았어도

경칩 무렵 몸서리치게 꽃샘추위 닥치면

가끔 덧나는 겨울의 상처

짓물러터질 때 왜 없으랴

 

耳順의 나이, 여전히 끝나지 않는 꽃샘추위

바람 차거워도

나는 기쁘게 너를 만나 새봄맞이를 준비한다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저 환장할 봄을  

 

 

♧ 바람의 하프 - 조경희

 

이밤 누가 하프를 켜는가

눈 내린 밤 맨몸으로 달려와 운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삼천년 전 미라가 된 바람 서늘히 깨어나

시간의 활시위를 당기며 운다

높고 낮은 음역을 오가며

무슨 할 말이라도 있다는 듯

문 앞에서 흐느껴 운다

그 소리에 내 마음도 젖어 흐른다

뼛속으로 스미는 한기(寒氣)

이대로 세상 다 얼려버리고 뜨겁던 내 심장마저 멎어버릴 듯

영혼의 갈비뼈 울리며, 울리며 현을 탄다

새들도 쉬이 잠들지 못하는 동지섣달 시린 그믐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꿈결인 듯 바람의 전언을 듣는다

어둠에 갇혔던 빛의 실마리가 풀리며

무덤처럼 고요한 아침이 슬며시 눈을 뜬다

창문으로 투명한 햇살이 비추고

간밤 바람의 하프소리에 울음 잃은 고양이가

제 울음 찾아 양지 녘을 기웃거리는

처마 밑 고드름이 은빛 현을 조율하고 있다

손으로 튕기면 맑고 투명한 소리가 흐를 듯

허공 깊숙이 박힌 현이 환하다

 

 

♧ 세 여자의 옴니버스 - 배옥주

 

저녁이 식탁에 둘러앉는다

 

엄마는 먼저 기도를 하고

나는 바로 젓가락을 든 채 드라마를 보고

딸은 냉큼 과일샐러드에 스마트폰을 들이댄다

 

기도에서 주말데이트가 피어나고

막장이 군살로 불어나고

렌즈 안으로 축약된 요리가 통째 당겨진다

 

노년과 중년과 청춘이 열연하는

세 편의 저녁

성찬은 퍼포먼스로 시작된다  

 

 

♧ 듣는 풍경 - 홍우식

 

   나른한 잠을 자다 깬 오후, 새가 되어 날아다녔는지 물고기가 되어 헤엄쳐 다녔는지 구름이 되어 흘러다니다 왔는지 바람이 되어 굴러다녔는지 어깻죽지는 땀에 젖어 있고 몸은 근질근질하다

   창밖에는 풍문으로 듣던 꽃이 피어 있다 계절이 절룩거리며 지나가고 있다 나무가 나무에게 건네는 말들, 귀가 간질간질하다 나른한 잠을 자다 깬 오후 혼자 집을 지키던 날의 기억으로 풍경이 번진다

   나는 지금 조조할인 영화관에 앉아 있다  

 

 

♧ 꽃 이야기 - 채영선

 

기다리던 내일은

기다림 속에 사라져 버리고

여운만 껍데기로 남아 있다

그 기억과 향기만 남아

뿌리가 하얗게 드러난 채로

향기에 취해 버려서

향기에 녹아 버려서

어디에서 불어온 바람인가

어디를 향하여 가는 바람인가

살며시 찾아와 몸을 흔드는

생명의 꽃 몽우리여

어쩔 수 없다고

잡을 수 없다고

다시 올 수 없다고 슬퍼하지 말라

기다리면서

기다림 속에

오고 가는 것이 계절이라면

그럴수록 더욱 아름다운 이생이라면  

 

 

♧ 귀거래 - 김석규

 

하늘 저무는 서녘으로 새는 날아가누나

남루와 궁핍으로 젖어 있는 타관의 거리

비록 바닥에 엎드려 낮게 살지라도

언제든 돌아갈 고향 있으니

햇빛 무량으로 넘쳐나는 산자락

따비로 풀뿌리 걷어내어 밭 일구고

감자씨 옥수수씨 이랑 따라 심으리라

비 오는 날은 들어 앉아 그림자랑 놀고

냇물 맑아지면 길어다 마시리라

맑은 바람과 달빛은 본래 임자가 없으니

탐욕도 한갓되이 부끄러움일 뿐

풀피리 소리로 한세상을 다 흘러도 좋을

하늘 저무는 서녘으로 구름 붉게 타누나  

 

 

♧ 복수초 - 나병춘

 

아련한 향기가 칼바람 녹슬게 했나

노란색깔이 육각형 날카로운 눈꽃 눈멀게 했나

눈 사이에 피어난 네 수줍은 미소

그 누가 달빛 별빛 향기로 빚어냈느냐

 

눈치 보며 맴도는 꽃샘바람 보아라

네 외로움 도둑질하는 시냇물 소리 들어라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새 봄을 훔친

불면은 어디서 왔느냐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새벽

복수의 칼날 무릎 꿇린 여인이 있다

천지신명이시여 이 봄에는 더욱

노란 복수초 꽃잎으로 어두움 불 태우소서

매운 미소로 눈꽃의 유혹 떨치소서

 

말 한마디 없이 말을 거는

눈꽃 침대 깨끗한 곳을 가려 피는

꿋꿋한 절개

더욱 홀로이 별빛 메아리 품어 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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