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가까운 봉담에서 텃밭농사를 하는 후배로부터 배추와 무우를 뽑아가라는 연락을 받고 다녀왔다. 배추가 얼마나 크던지 한포기가 거의 9~10킬로나 나가 5포기이면 우리 겨울양식 준비로 충분하겠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무우도 얼마나 크던지 개당 1.7킬로나 나간다. 우리도 텃밭에 배추40포기와 무우 20여개를 심었지만 작황이 너무나 초라해 집 가까이에 있는 e마트에서 염가에 판매하는 김장재료를 구입하려던차 였다. 전혀 생각지않던 연락이라 너무나 반가웠다.
청년시절 같은 회사에 근무를 했고 교회도 같은 교회를 다녔다. 내가 신학교에 입학하고 2년후 같은 학교에 입학해 선후배가 되었으니 특별한 인연이다. 출석하던 교회의 설립목사님은 매우 열정적인 분이셨다. 조용기목사의 교회를 개척때부터 부모님이 출석하셨다고 하였다.
군포에 개척해 목회를 잘하시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국바람이 불어 이민을 가셨다. 이민목회를 하면서도 한국의 청년들을 잊을 수 없었다고 하였다. 그만큼 목회자를 기쁘시게 해드리는 순수한 청년들이었다. 그러나 이민목회가 힘들었겠지만 정들었던 목회자를 떠나보낸 교인들 역시 후임목사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해 심적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러한 애로를 과연 알고 계셨는지 모를 일이다. 일부 교인들이 격렬히 반대했음에도 끝내 자신의 손위 동서를 후임으로 세우셨다.
이따금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옛 청년들을 소집해 함께 식사도 하면서 회포를 푸셨지만 후임목사 문제로 고통을 경험했던 우리들로서는 결코 반갑지마는 않은 좀 어찌보면 억지 참여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미 80을 앞둔 이분이 한국에 나와 다시한번 목회를 해볼까한다는 말을 듣고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이분은 역시나 자기중심적이구나 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자신이 떠남으로 인해 남아있던 교인들이 겪은 고생에 대해서는 관심도 뉘우침도 없구나하는 생각이다.
목회자는 반드시 자아가 죽은자여야 한다. 철저히 죽어야 한다. 오직 내 안에 예수님만 살아계셔야 한다. 오늘도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삶을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