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손절 당하지 않으려면…
목적을 잃어버린 교회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걱정한다”는 우스갯소리 같은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이러한 말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목회자를 포함한 성도와 교회를 둘러싸고 언론에 오르내리는 불미스러운 일들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 채 세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맛을 잃은(Saltless) 교회와 같다. 한국 교회 일련의 세속화 현상은 심화하고 있으며 더 강화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세속화란 사회와 문화의 여러 영역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현상이다. 세속화는 제도적 측면 외에도 개인적 측면이 존재한다. 즉 개인의 종교적 신념과 실천이 약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리스 도인으로서 기준점을 잃어버리고 세상이 제시하는 기준이 중심이 되어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교회 공동체가 거룩성을 지녀야 할 대안 공동체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세상과 구별되지 못한 채, 세상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세속화란 성도와 교회가 세상의 영향을 받아 그 본연의 비전을 상실해가는 현상인 동시에 세상이 더 이상 그리스도인의 삶과 교회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사회와 그 구성원들이 직면한 세속화 환경(다원주의, 물질주의, 이성주의 등의 환경)이 강해질수록 개신교 역시 세상의 가치관과 문화에 영향을 받게 되었고 이제는 개신교 신앙 고유의 정체성 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사회와의 구별이 점점 사라지는‘교회 세속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교회 세속화’란 신앙인의 믿음이 약화되고 선한 삶의 열매가 사라지는 것, 교회가 세상에 목소리를 발신하지만 세상이 듣지 않으며,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 교회의 교회됨을 상실하고 세상과 같아지는 것 등을 의미한다.
성도와 교회는 기본적으로 선교적 공동체이다.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고 이 땅 위에 하나님나라를 구현하기 위해 부름받은 존재이다. 이를 현재의 세속화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본다면 교회는 ‘경계에 서는 공동체’ 또는 세상과 하나님나라 ‘사이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교인들은 교회 안에서만 살아갈 수 없으며 세속화된 사회를 살아가면서 그 안에서 수많은 관계성을 형성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결국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필연적으로 개신교 전통과 세속화된 사회라는 삶의 공간을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개신교인의 삶은 단순히 살아진다기보다는 살아내야 하는 것이며, 수많은 고민과 선택으로 채워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신앙인과 한국 교회가 직면한 실존적 현실이며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는 미래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경계에 선다는 것,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양쪽 모두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존재해야만 하는 그리스도인의 필연적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은 신앙의 가치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 세속의 가치에 함몰되지 않으면서도 겸손한 태도로 소통하며, 기독 신앙에 대한 굳은 심지와 견고한 믿음으로 세상 속에서 하나님나라를 이루며 살아가는 여정이야말로 오늘의 그리스도인이 실현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속화 현상은 엄연한 현실이며 신앙과 교회의 위기이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신앙인과 교회 공동체가 필연적으로 처하게 될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동시에 세상과 소통이 가능하면서도 세속화를 극복 가능하게 하는 탈세속적 그리스도인과 실천적 교회 공동체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개혁된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est semper reformanda)는 개혁교회의 정신처럼,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교회 공동체는 세속화된 오늘의 세상 속에서도 그 본질적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 한국 교회 트렌드 2025, 지용근 외 10인 / 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