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화재로 순직하신 고 박수훈 소방관님이 키우시던 두 마리의 고양이 두부와 흰둥이를 어제 데리고 왔습니다. 사실 어제는 다른 일정도 있었지만 살아오면서 몇 차례나 소방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고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순직하신 고인의 유족을 뵙고 직접 애도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 내려간 것입니다.
12년 전 오늘, 어머님을 화재사고로 잃은 저는 한동안 마음을 못잡고 매일 밤마다 술의 힘을 빌어 지새웠었습니다. 화재사고가 난 한달 반쯤 후에 당시 화재를 진압하셨던 소방서에서 전화를 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냐? 괜찮으시냐"라고 묻기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아직도 많이 힘들다."라고 했더니 당시 살고 있던 광진구의 '정신건강센터'가 있는데 그곳에서 상담을 한 번 받아보시라고 하더군요.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고,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한 후 두 차례의 상담을 받았습니다. 당시 카운셀러께서는 딱히 무슨 대단한 얘기를 해주신 것은 아니었지만 제 얘기를 들어주시고 공감해준 것만으로도 마음의 상처가 많이 치유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새롭게 생활하기 위해 첫번째 했던 일이 바로 당시 유기견이었던 흰돌이, 흰순이의 입양이었죠. 두 아이의 입양으로 제 삶은 큰 변화가 있었고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어제 두 고양이를 데리러 고 박수훈 소방관이 생전에 살고 계셨던 경북 상주의 빌라에 도착했을 때 1층 현관 앞에 아버님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집에 들어섰는데 아드님이 살다 돌아가신 집이라 저까지 마음이 휑한 느낌이 들더군요.
두 고양이가 있던 방에 갔더니 한쪽 벽에는 급식기가 두 개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우리 팅커벨 입양센터 아이들도 먹고 있는 ANF 사료가 있더군요. 고양이가 있던 방만 봐도 고인께서 아이들을 평소에 얼마나 잘 돌봐주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고인의 아버님께서는 아드님이 특전사를 전역하고 난 후 소방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 때부터 고양이를 키웠다고 합니다.
* 고인의 집에 들어선 후 돌보던 사진을 몇 장 찍을까하다가 결례가 될 것 같아서 마음 속으로만 담아왔습니다. 사진자료가 없는 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드님이 일이 있어서 며칠씩 집을 비울 때마다 아버님이 돌봐주셨다고 하네요. 하지만 지금은 아드님을 잃은 슬픔으로 고양이들을 볼 때 마다 더 많이 생각나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이렇게 보낸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아무 걱정마세요. 저희 팅커벨입양센터 고양이방에서 잘 돌보다가 좋은 가족에게 입양을 보내겠습니다. 고양이가 보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사진 보내드리겠습니다." 라고 하고 제 명함을 하나 드렸습니다.
올해 5살인 회색 아이의 이름은 두부, 흰색 아이의 이름은 흰둥이입니다. 두 아이는 영양상태도 좋고 잘 관리가 되어 있습니다. 다만 고인이 돌아가신 후 보름 동안 지내다보니 지금은 털이 조금 엉클어진 상태였습니다.
흰둥이, 메이쿤. 5세. 남아. 체중 6.1kg. 중성화 완료. 건강상태 양호. 순하고 사람의 손길을 따름.
두부, 페르시안친칠라. 5세. 여아. 체중 4kg. 건강상태 양호. 순하고 사람의 손길을 따름.
흰둥이와 두부는 앞으로 팅커벨 입양센터 고양이방의 작은방에서 일정기간 둘이만 지내게 하며 고양이방의 다른 아이들과 천천히 익숙해질 시간을 가진 후 합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두 아이를 잘 돌봐주실 좋은 입양가족을 찾아드리겠습니다.
" 박수훈 소방관님이 목숨을 바쳐 국민을 지켜주셨으니 이제는 국민이 박수훈 소방관님의 소중한 가족을 지켜드려 은혜에 보답할 차례인것 같네요."
첫댓글 저도
그 고양이를 볼때마다
어르신의 마음이
와 닿씁니다
자식을 먼저 보내면
앞산이 안보인다는 말이
어르신도 건강하시고
두아이들도 사랑해줄 가족들이 하루빨리
기왕이면.
둘 다 같은집으로~~~~~
자식을 앞세우신 그마음을 어찌 헤아릴수가 있을까요
감히 위로의 말씀도 못드리겠습니다
정말 저 두아이는 팅커벨에서 잘 지내다가
같은곳으로 같이 입양갔으면 좋겠네요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데...정말 그 마음 헤아릴 수 없지요...ㅠㅠ
두 아가 팅커벨에 건강하게 잘있다가 따뜻한 가족만나서 행복한 모습 박 소방관님이 보셨음 좋겠습니다.
너무도 깨끗하게 관리된 두 아이의 맑은 눈동자에
고인의 시선이 담겨있는 것 같아 눈물이 나네요.
자식 앞세우시고 고양이들 보기 힘든 아버님의 마음도 십분 이해됩니다.
비슷한 상처가 떠올랐을 대표님도 애쓰셨어요 ㅠㅠ
이런 게 우리 팅커벨의 존재이유인것 같아 뿌듯하기도 한 아침입니다.
갑자기 아빠 잃어서 두 아이가 심적으로 힘들겠네요. 빨리 좋은가정에 같이 입양되기를 응원합니다
삼가 故人의 명복을 발원하옵니다. 왕생극락하십시오 _()_
박수훈 소방관님 아이들 걱정마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두 아이의 눈빛이 참 슬프게 느껴집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님의 심정이 느껴지네요 팅커벨에 있다가 좋은 가족 만나길 바랍니다
아버지의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이쁜 두 냥이가 좋은 가족 다시만나서 행복하기를 기도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들 건강하다니 다행이네요.. 넘 예쁜 아이들이니 좋은 곳에 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