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지랄헐 때마다
차승호
무좀이 아닌가베
한포진이라는 듣보 보도 못한 습진
손바닥 발바닥 점령한 다음
돌팔이는 무좀이라고 했다
물집 잡히는 무좀두 있대유?
볼 거 읎어, 무좀이라니께
수차례 무좀약만 환부에 덧칠했지만 웬걸,
점점 더 격렬해지는 한포진
한두 개 좁쌀만 한 물집 돋을 때에는
이슬 먹고 똥도 안 누고 살아온 내 정신에
드디어 사리가 열리는구나
구라 때릴 여유도 있었는데
청포도처럼 주렁주렁 사리 열리매
이거 큰일 났다 싶은 명절날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도 잠시
어머니 기절할 듯 발 벗고 나서신다
양방에 한방 민간요법까지
석 달 열흘 쏟아 부어 그런지
어머니 정성이 닿아 그런지 잠시 소강상태
볼 거 읎어, 습진이 잠수 타는구먼
씨벌늠, 믿을 건 못 되지만
재발헌대유 말 대신 우선해졌구먼유
반갑구나 반가워, 나보다 더 반가운 어머니
습진이야 지랄허다 지치면 사라지겄지만
어머닌 오래 사셔야 되겄유
뭣이 지랄헐 때마다 말려주셔야 되니께
오래오래 사셔야 된단 말유
'차승호' 시집 <소주 한 잔>; [애지, 2009] 중에서
첫댓글 어머니의 정다운 다독거림에 무좀이 없어졌습니다....우리의 어린시절 담박질하다가 무릎이 깨져 피가 흐를때 처방을 해주시며 다독거린 할머니의 말....금방 낳을 것같고 아픈 것도 금방 없어졌죠...//..위의 시모습도 그렇습니다...그래서 시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