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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벚꽃 & Remind
앙꼬 없는 찐방도 충분히 맛 있음을 알았다 이번 여행의 본태인
18개월전 50년 여행에서 친구들 즐겁게 해주어 ‘명 가이드’로
등극했던 승일 이름이 명단에 안보이자. 문득 떠 오른.. ‘앙꼬
없는 찐방 과연 먹어야 하나?’강서 사는 몸이라 첫 지하철 타도
6시 40분 도착이 어려워 강남 사는 재명에게 버스 앞 자리를
부탁했다. 깡촌 출신도 아니련만 아직도 버스 멀미하는 마눌 땜시~
28인승 리무진이 무엇보다 맘에 들고 진정한 가이드는 말 수가
적어야 한다는 주원의 해괴한 멘트를 시작으로 출발한 차내에는
한 모금 소주로 벌써부터 오브라디 오브라다 멜로디가 흐른다
인생도 여행도 먹자고 하는 일 ~벚꽃 터널 지나 서울보다
농염한 봄 기운 속에 낮 끼니 해결하고 화엄사로 향했고 사전
준비가 억수로 많아 하루 종일 하라 해도 마다하지 않을 전국구
문화해설사 인수의 격조 높은 설명에 우리 모두는 말 잘 듣는
다소곳한 학생이 되었다. 초딩부터 대딩까지 동문수학 인섭이가
내게 ‘날로 달로 멋져부러’ 덕담을 보내준다.이제부터 무위자연
으로 돌아간답시고 3개월간 염색을 끊어 검도 희도 아닌 내 머리
칼라에 대한 익살맞은 촌평이리라~여튼 나도 저렇게 남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각오와 함께
언제부턴가 절에 가면 방하착(放下着) 일념으로 반성과 함께 회개
를 거듭한지라 이제는 더 고백할 건덕지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아, 아직 딱 한가지가 남아 있었다
57년전 1962년 중 2년 2학기 생물과목 중간시험에서 범한 잘못을
비로서 내려놓았다. 당시 시험 범위가 나와 별로 친하지 않던 멘델
의 법칙이었고 20점 짜리라 과감히 포기하고 학교에 가니 녀석이
날 보자 죽은 할머니 살아 돌아온 듯반기며 변소로 끌고가더니
주머니에서 뿌석 뿌석 뭔가를 꺼내는데 놀랍게도 그건 잠시후
만나야 할 생물 시험지였다. 일찍 와서 여기 저기 어슬렁 거리다가
등사실 문이 열렸기에 들어가보니 휴지통에 있더라고 했다
비록 인쇄가 선명치 못했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고 그놈이나 나나
도긴개긴이 문제였기에 공부 잘하는 친구를 수배했고 짧은 시간에
정답을 모두 외울 수 있었다. 우리는 학식은 없어도 양심은 있어야
했기에 2문제 정도는 일부러 틀리기로 약속을 했는데 며칠후 성적
발표에 그 놈이 만점을 받았음을 알고 순간 나도 공범으로 체포
되겠다는 공포를 느꼈으나 다행히 선생님이 그놈을 째려보며
‘심증은 있되 물증이 없다’는 명언을 남기며 해피엔딩이 되었다.
사성암 오르는 미니 버스에서 누군가 ‘저 강이 섬진강?’ 했을 때
승기가 아재 개그했다. ‘몇 년전 내가 왔을때는 섬진강이었는데
지금도 섬진강인지는 모르겠네...’나도 수년전 다녀갈 때 미처 다
오르지 못했던 오산(鰲山) 542m 정상을 이번에 정복했다. 한번의
여행에서 모든 것을 다하지 않고 까치밥 정도는 남겨두는 것도
괜찮은 것이구나...태문이 안 사람이 혼자 내려가시기에 물었더니
태문이는 아직도 ‘결국 내려올걸 왜 힘들게 올라가냐’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태문아, 낮은 곳이라면 올라가는거지?
섬진강을 가로 지르는 두꺼비 다리에서 회장 기영이는 강과 벚꽃이
어우러지는 배경으로 부부 커플의 인증샷을 두꺼비처럼 말없이
묵묵히 박아 주었고..지리산 호텔에서 다시 승일이 생각이 난다
‘승일아, 너 와도 될뻔 했어. 객실 미니 바에 위스키. 보드카가
전혀 없더라구..’ ㅎㅎ불원천리 온양에서 호텔로 달려온 충복이
반가웠고 야외 바비큐 파티에서 용식의 발렌타인, 주원의 대문짝
만한 매실주, 형식의 이름도 어려운 중국 백주도 좋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백미는 홀연 55년만에 울산에서 나타난 석호였다.
그 시절에도 그랬는지 모르지만 좌중을 휘어잡는 그의 현란한
말 솜씨는 압권이었지..말 대꾸 한다고 수현 회장이 야단 맞았고
끝내는 담배 대령까지 해야 했었다.규현의 교가 제창 제의에 호응한
우렁찬 고성방가로 호텔 맞은편 산수유 마을 꽃들이 춘풍낙화
우수수 떨어졌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만들어졌습지요.이제 그만
객실로 들어 가겠다는 성철을 한사코 붙잡아 쐬주 한~ 잔 더 꺽고
놓아 주었는데..성철아, 나 실수한 것 없지...? ‘경아, 오랜만에 같이
누워 보는군 ~'취한 덕분에 애초 계획이었던 객실 더블베드 별들의
고향 패러디는 싱겁게 무위로 끝났고 코 곤다고 소파로 쫒겨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이틑날 아침 일찍 일어나 몸 담근
온천 사우나의 청량감은 멋졌지만 조식후 예정이었던 산수유 마을
산책은 어제밤 우리들 교가로 인해 꽃들이 폭망하는 참사로 인해
차창 관광으로 대체되었다 우리 뒤로 이곳에 오시는 분들에게
엄청난 폐를 끼치게 되었으니 앞으론 우리, 꽃 피는 마을에 가걸랑
절대로 교가는 부르지 말도록 합시다
광한루에서는 일찍이 방자가 썼다면 어울렸을법한 야리꾸리 모자를
걸친 영일 前 부회장의 예사롭지 않은 사진 솜씨가 오인 진사와
필적할만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확인함이 큰 수확이었고 철진이는
오작교 아래 유유자적 노니는 참치같은 덩치의 잉어에 연신 입맛을
다시더니 우리가 그네터로 이동할 때 한동안 시야에서 사라진바
있었는데 귀경후 남원발 뉴스에 의하면 오작교 잉어 마릿수가
줄어드는 사고가 발생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광한루를 뒤로 하고 나오니 어제 사성암에서 꽃 사과를 나누어 주며
친절했던 귀현이가 대뜸 엿 먹어라! 하기에 할 수 없이 엿을 받아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 코스인 마이산은 불과 5개월전에 다녀간
곳이고 주차장에서 20분 정도 평지를 걸으면 되었기에 어제 사성암
오산보다는 훨 수월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젠장! 예상은 언제나처럼
늘 빗나가더군..그때 그 주차장 모습이 아니기에 그동안 리모델링
했나 했더니 북부 주차장이라나 뭐라나...예서 탑사까지는 1시간
소요되고 5개월전 그 주차장은 남부 주차장이란다
도대체 이놈의 나라는 어떻게 된게 주차장마저 남북으로 갈린 게야..?
아니 그건 그렇고 우리 집행부에서는 왜 일부러 이렇게 개고생을
시키는 거야?포장도로를 수월하게 걷다가 가위 박물관 입구에서
가파른 계단이 보이는데 그곳으로 가야 한단다. 갈 말까 망설이는데
행사를 진행하는 김의창 후배 차가 보였고 그는 힘들면 내려가자했다
마침 종섭이가 잽싸게 차에 올라 타는 것도 보였고. ..그때 계단으로
오르는 수현이와 창도가 보였다 (승현이는 보지 못했다)
순간 나는 결심했다. 묵묵히 올라가기로.내 비록 지금 고관절 트러블로
산행이 여의롭지 못하기는 하지만 아침 사우나에서 목격한 넉넉한
몸매의 수현이와 창도가 가는데 내가 못 간다면 말이 안되지 않겠는가..
남부 주차장에 이르른 어느가게 A4 용지에 뭐라고 쓰여진 글씨가보였다
‘환영! 14회, 11회’ 동문들.. 버스에서 정보를 입수한 것 같은데 어찌
기막힌 상술 아니겠는가..물론 어김없이 일찍 도착한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학순이 따라주는 동동주 맛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아직 달이 뜨지 않아 학순 주모의 육자배기를 듣지 못함이 애석하기는
했지만..좋은 시작은 절반이고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떡갈비를
곁들인 중식 ‘홍삼 마늘밥 정식’은 멋진 휘날레였다. 좀 먼저 떠나는
우리 버스에 다른 차 승객이었던 석호가 타더니 막걸리 2병이 있다고
운을 떼며 우리에게 박수를 치라하고 자청해서 노래도 한자락 깔기에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으나 끝내 막걸리 뚜껑은 열리지 않았고
봄 바람에 흩날리는 꽃 비가 내리면서 그렇게 봄 날은 가고 있었다.
아, 그럼요. 인생 뭐 있나요. 이렇게 동무들과 즐기며 사는거 아니겠어요?
재환이의 건강한 모습을 다시 본 것은 큰 기쁨이었고 저녁에 호텔로
왔다가 아침에 돌아간 온양 천재 충복아 고마웠다. 일상으로 돌아
갔다는 네 글 읽고 나도 일상 복귀해 열심히 청소하고 빨래하고 있다
그리고 석호야, 집에 가서 막걸리 맛 있게 먹었지?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연이어 치루어 낸 집행부에 엄청난 감사의 마음 전하며
우리가 8순에 이를때 졸업 60년 여행을 또 원한다면 욕심이겠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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