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폭’ 2863명 입건, 77%가 양대노총 소속
경찰, 3개월간 건설현장 특별단속
월례비 8100만원 등 금품갈취 최다
“상위단체 조직적 지시 여부 조사”
경찰청이 3개월 동안 건설현장 폭력행위를 특별 단속해 2863명을 입건했는데, 입건자 4명 중 3명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양대 노총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경찰청이 발표한 ‘건설현장 폭력행위 특별단속 중간성과’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7일까지 진행한 특별단속에서 총 581건, 2863명을 입건했다. 이 중 2214명(77.3%)이 양대 노총 소속이었고, 기타 노조와 단체 소속은 649명(22.7%)에 그쳤다.
유형별로는 전임비나 월례비 등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이들이 2153명(75.2%)으로 4분의 3을 차지했다. 현장 업무방해가 302명(10.5%)으로 뒤를 이었다. 구속된 피의자는 29명이었는데 이 중 12명(41.3%)이 양대 노총 소속이었다.
단속에선 전·현직 조직폭력배 일당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이른바 ‘페이퍼’ 노조나 시민단체 등을 설립한 뒤 금품을 갈취한 사례 10여 건도 적발됐다. 건설현장에서 조직폭력배 일당의 개입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충북의 경우 지역 내 폭력조직 P파와 S파 조직원 3명이 명목상 노조를 설립한 뒤 8개 건설현장을 돌며 “불법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를 신고하겠다”, “건설현장 입구에서 매일 집회하겠다”고 협박해 월례비 명목으로 총 8100만 원을 갈취했다가 적발됐다. 경기남부청은 허위 노조를 설립한 후 건설사를 상대로 “우리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장기간 집회를 열고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협박해 전임비 명목으로 총 1100만 원을 뜯어낸 지역 건설노조 간부 1명을 구속했는데, 이 간부 역시 조폭이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숭례문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2.28. 뉴스1
부산경찰청은 장애인, 환경 단체 등을 세운 뒤 경남지역을 돌며 “장애인 고용 등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공사를 방해하겠다”며 3400만 원을 가로챈 장애인 노조 지부 일당도 검거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조합원 중 장애인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입건자 중 102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나머지에 대해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6월까지 특별 단속을 이어가며 상위 단체의 조직적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