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511) - 어수선한 추석 전후, 그래도 행복으로
추석 연휴가 낀 한 주간, 기상관측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고 태풍의 영향을 받은 호우가 대지를 적신다. 그래도 추석은 즐거운 명절, 들판은 황금물결이고 곳곳에서 축제가 열린다. 국내에서 해외에서 행복과 건강, 평안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뜨고 가족끼리, 이웃끼리 주고받는 인정이 아름답다.
추석을 맞아 요양원 안의 우리 교회는 지역의 생활보호대상자들과 사회복지시설에 작은 선물을 전하였다. 나라와 사회의 지원을 받던 양로원 시절의 어려움을 딛고 주변과 이웃을 향해 도움의 손길을 펼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명절을 앞둔 주일에는 전 교인과 직원, 봉사자들이 참여한 윷놀이를 통해 풍성한 추석맞이를 자축하였다.
휠체어에 앉아 윷 쪽을 던지는 양로원 할머니들
지난 월요일(9월 12일) 저녁, TV를 보고 있는데 아내의 카톡에 지진소식이 떴다. 대구의 처제가 진도 5.1의 첫 진동을 겪고 보낸 전갈, 잠시 뒤 TV 자막으로 속보가 전해진다. 벨기에의 아들네에게 뉴스를 전하려니 카톡이 불통, 전화도 안 걸린다. 잠시 뒤 광주에서도 큰 진동이 일어난다. 생전 처음 겪는 지진체험, 첫 진동이 본진인 줄 알았더니 그것은 전진이고 둘째 것이 본진이란다. 세계 곳곳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일어나도 진도 5.8의 흔들림을 체험하기는 처음,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을 전국민이 실감한다. 여러모로 안전대비가 허술한 우리 실정, 좋은 교본으로 삼아 철저히 대처할 수 있으면 좋으리라.
추석 전날, 아침 산책길에 떡집을 지나노라니 이른 시간인데도 주문한 송편을 찾으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추석날 아침, 떡집을 비롯한 가게들은 문을 닫았는데 중년 여인이 바지락 한 무더기를 대야에 담아 손님을 기다린다. 안쓰러운 마음에 싹쓸이로 좌판을 걷게 하였다. 영광에서 잡은 바지락이 집에 더 남아 있다며 아침 먹고 다시 나올 예정이란다. 마트를 경영하는 제자는 명절이 대목, ‘저는 남들 놀 때 일하고 일할 때 놀렵니다.’는 소식이다. 일선의 장병과 비상근무자들을 비롯하여 지진 피해복구에 여념이 없는 주민들도 연휴를 잊은 체 땀 흘리는 이들이 감사하다.
추석날, 사촌 집에서 아침을 들고 꽃무릇 구경에 나섰다. 영광군 불갑사 주변은 꽃무릇 군락지, 해마다 이맘때면 축제가 열린다. 사찰 입구부터 차량들로 장사진, 제7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 1km가 인파로 붐비고 주변의 논두렁과 산기슭에 꽃무릇 물결이 한창이다. 사찰 입구에 들어서니 건장한 스님이 듬직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사랑의 이웃돕기 작은 음악회’를 연 무상 스님의 가락,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의 가사가 가슴을 적신다. 눈길로 성원을 보내며 작은 뜻을 모금함에 보탰다.
꽃무릇이 활짝 핀 솔밭, 정형택 시인의 꽃무릇 시 모음전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10여 편의 전시작을 둘러본 아내가 꼽은 시 한 수는 상사화-3,
‘아니올 줄 뻔히 알면서도 기다려 보는 일 시간이 아니런가
만에 하나 오시기라도 한다치면 기다림 없이 돌아선 사랑 어찌 할거나, 어찌할거나
기다림도 사랑이 된다면 내 이 자리 천년토록 기다리리라’
활짝 핀 꽃무릇 사이로 사뿐하게 걸어가는 관광객들
인생은 아름다워(511) - 어수선한 추석 전후, 그래도 행복으로
추석 연휴가 낀 한 주간, 기상관측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고 태풍의 영향을 받은 호우가 대지를 적신다. 그래도 추석은 즐거운 명절, 들판은 황금물결이고 곳곳에서 축제가 열린다. 국내에서 해외에서 행복과 건강, 평안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뜨고 가족끼리, 이웃끼리 주고받는 인정이 아름답다.
추석을 맞아 요양원 안의 우리 교회는 지역의 생활보호대상자들과 사회복지시설에 작은 선물을 전하였다. 나라와 사회의 지원을 받던 양로원 시절의 어려움을 딛고 주변과 이웃을 향해 도움의 손길을 펼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명절을 앞둔 주일에는 전 교인과 직원, 봉사자들이 참여한 윷놀이를 통해 풍성한 추석맞이를 자축하였다.
휠체어에 앉아 윷 쪽을 던지는 양로원 할머니들
지난 월요일(9월 12일) 저녁, TV를 보고 있는데 아내의 카톡에 지진소식이 떴다. 대구의 처제가 진도 5.1의 첫 진동을 겪고 보낸 전갈, 잠시 뒤 TV 자막으로 속보가 전해진다. 벨기에의 아들네에게 뉴스를 전하려니 카톡이 불통, 전화도 안 걸린다. 잠시 뒤 광주에서도 큰 진동이 일어난다. 생전 처음 겪는 지진체험, 첫 진동이 본진인 줄 알았더니 그것은 전진이고 둘째 것이 본진이란다. 세계 곳곳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일어나도 진도 5.8의 흔들림을 체험하기는 처음,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을 전 국민이 실감한다. 여러모로 안전대비가 허술한 우리 실정, 좋은 교본으로 삼아 철저히 대처할 수 있으면 좋으리라.
추석 전날, 아침 산책길에 떡집을 지나노라니 이른 시간인데도 주문한 송편을 찾으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추석날 아침, 떡집을 비롯한 가게들은 문을 닫았는데 중년 여인이 바지락 한 무더기를 대야에 담아 손님을 기다린다. 안쓰러운 마음에 싹쓸이로 좌판을 걷게 하였다. 영광에서 잡은 바지락이 집에 더 남아 있다며 아침 먹고 다시 나올 예정이란다. 마트를 경영하는 제자는 명절이 대목, ‘저는 남들 놀 때 일하고 일할 때 놀렵니다.’는 소식이다. 일선의 장병과 비상근무자들을 비롯하여 지진 피해복구에 여념이 없는 주민들까지 연휴를 잊은 체 땀 흘리는 이들이 감사하다.
추석날, 사촌 집에서 아침을 들고 꽃무릇 구경에 나섰다. 영광군 불갑사 주변은 꽃무릇 군락지, 해마다 이맘때면 축제가 열린다. 사찰 입구부터 차량들로 장사진, 제7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 1km가 인파로 붐비고 주변의 논두렁과 산기슭에 꽃무릇 물결이 한창이다. 사찰 입구에 들어서니 건장한 스님이 듬직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사랑의 이웃돕기 작은 음악회’를 연 무상 스님의 가락,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의 가사가 가슴을 적신다. 눈길로 성원을 보내며 작은 뜻을 모금함에 보탰다.
꽃무릇이 활짝 핀 솔밭, 정형택 시인의 꽃무릇 시 모음전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10여 편의 전시작을 둘러본 아내가 꼽은 시 한 수는 상사화-3,
‘아니올 줄 뻔히 알면서도 기다려 보는 일 시간이 아니런가
만에 하나 오시기라도 한다치면 기다림 없이 돌아선 사랑 어찌 할거나, 어찌할거나
기다림도 사랑이 된다면 내 이 자리 천년토록 기다리리라’
활짝 핀 꽃무릇 사이로 사뿐하게 걸어가는 관광객들
지방도에서 불갑사로 들어가는 길모퉁이의 천년물레방아가 운치 있고 인근의 저수지수변공원에는 색소폰 상설공연장이 마련되는 등 전원풍경이 한 폭의 그림, 꽃무릇 사진을 본 미국의 친지가 ‘한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네요?’라고 감탄하듯 우리네 강토가 모두 꽃길이요 공원인 것을.
추석 다음날,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우산을 받쳐 들고 극장을 찾았다. 보고 싶은 영화는 ‘고산자’, 고산자 김정호는 필생의 사업으로 길 없는 길을 찾아 대동여지도를 만든 선각자로 수백만 김 씨 가운데 소수인 동본이라서 더 친근감이 있다. 영화는 그가 백두산 천지와 제주 마라도를 비롯하여 경향각지의 명산대천을 찾아 전국을 하나로 집대성한 대동여지도 목판본을 만드는 고난과 시련의 행적을 밀도 있게 담았다. 그가 여러 차례 찾은 국토의 구석구석가운데 울산 주전봉수대, 울진 왕피천, 양양 바닷가 등 지난봄에 발로 밟은 장면들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7,8년 전에 노후생애설계지도자과정을 공부하던 중 노후에 하고 싶은 일 20여 가지를 기재하라는 과제를 받아 적은 기록 중에 ‘제2의 김정호가 되고 싶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의 발걸음을 본받아 국내는 물론 세계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싶은 생각에서. 그 꿈 때문인가, 그간 서울에서 고창까지 회상의 피란길 걷기(320km), 서울에서 부산까지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520km), 서울에서 목포-부산-속초-서울의 한국일주걷기(1,700여km), 부산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해파랑길 걷기(770km), 부산-오사카-도쿄와 홋카이도 및 도쿄 인근 걷기(800여km), 대만일주 걷기(1,150km) 등 5,000여km를 걸었고 세계 80여 개 나라를 여행하였다. 낭은 때에 더 열심히 걷고 돌아다니리라.
주말인 토요일, 밤부터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광주를 비롯한 남부지방에 호우경보가 내린다. 내일까지 200mm의 큰 비를 예보, 마침 저수지 등의 물이 말라 반가운 비 식인데 중국 쪽으로 건너간 태풍의 영향을 받은 비구름이라니 잘 익은 벼들이 쓰러질까 걱정되기도 한다. 북한도 유례없는 홍수피해로 고전 중이란다. 재난과 우환은 예고 없이 닥치는 일,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선현들의 지혜를 익혀 내우외환의 고비가 끊이지 않는 시국을 잘 헤쳐서 풍성하고 행복한 날들로 나아가자.
첫댓글 상사화...꽃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죠? 잎이지면 꽃이피고, 꽃이피면 잎이지는...서로 끝내 만날수 없는 그런...아픈사랑!!
꽃말과 상관없이,
꽃무릇 길을 걸으시듯 두 분의 삶이 어여쁘십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