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사람들은 자기 수도를 방콕이라 부르지 않고 ‘끄룽텝’으로 시작해서 ‘위대한 도시, 에메랄드부처의 거처, 9개의 보석을 부여받은 세계의 대수도, 행복한 도시, 위대한 지역, 분사신의 거처, 전지전능한 신의 거주지. 등등’ 장황하게 긴 이름을 가지고 있고 일반인들은 간단히 천사들의 도시라는 뜻의 첫 머리말인 ‘끄룽텝’이라 부른다. 그리고 태국어 공식적인 호칭은 공문서나 차량번호판 등에 표시하는 것처럼 “끄룽텝마하나꼰” 이다. 태국이라는 나라 이름도 태국 사람들은 ‘므엉 타이’라고 부르며 영어로 표햔할 때는 ‘Thailand’, 외교 문서나 공식 문서에는 ‘The Kingdom of Thailand” 라고 표기한다.
방콕이라는 이름은 영어식 표현이고 태국식 발음은 ‘방끅’이다. ‘방’은 강변이란 뜻이고 ‘끅’은 억센 갈대의 한 종류라고 한다. (끅이아니라 "꺽"임돠) 아유타야 시대가 버마의 침공으로 1767년 멸망하고 난 그 해 탁신 장군이 버마 주둔군을 물리치고 독립하여 나라를 되찾은 후 지금의 톤부리에 도읍을 정한다. 15년 후, 탁신 왕을 폐위시키고 짝끄리 장군이 짝끄리 왕조를 세운다. 그리고 도읍지를 강 건너 억세풀이 무성한 ‘방끅’에 왕궁을 짓고 에메랄드 부처를 모신 왕실 사원을 그 안에 세웠다. 1782년의 일이다. 지금의 푸미폰 국왕의 5대조인 라마 1세가 랏따나꼬신 왕조를 열었다. 거기가 바로 우리가 부르는 왕궁 (Grand Palace) 이고 에메랄드 사원이다. 그러니까 금년은 방콕이 수도가 된지 227년이 된다. 지금 왕궁 자리는 그때 화교들이 둥지를 틀고 있었는데 왕실에서 중국인들을 남쪽으로 내려가게 하고 그 자리에 왕궁을 지었는데 군사적 지형 조건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 하여 거기를 택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자리를 옮긴 중국인들이 새로이 터를 잡은 곳이 지금의 야왈랏과 후와람퐁 기차역 앞 강변 지역이다.
세계 대부분 주요 도시가 그렇듯이 방콕도 ‘짜오 쁘라야’ 라고 부르는 큰 강을 끼고 있고 도심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강 양편에 옛날 열대지방 특유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나지막한 나무 헛간, 통풍이 잘 되는 큰 창들이 달린 이층집. 줄 이은 수상 가옥들과 수상 시장, 그리고 수많은 절이 강변을 끼고 있다. 호족들의 별장이 있기도 하다.
방콕시에 등록된 시민은 600만이 조금 안된다. 방콕 주변에 있는 수도권을 합하면 800만 좀 넘고 유동인구를 감안하면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방콕시 일대에서 살고 있다. 교통체증의 세계적인 악명은 고가도로 및 지상철(BTS, 혹은 sky train 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2004년에 개통된 지하철로 조금은 나아졌지만 아직도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낡은 시내 버스들이 내뿜는 매연, 차량과 오토바이 굉음의 심야 소음 공해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심한 것 같다.
방콕은 태국에서 유일한 대도시이며 두 번째 큰 도시인 치앙마이가 인구 2백만 정도밖에 안되는 것과 비교가 된다. 미터가 달린 택시도 방콕 외에는 다른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다. 치앙마이에 수십 대가 2-3년 전에 생겼지만 전혀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세 번째로 큰 도시이며 계속해서 지방 사람들이 도농간의 경제 문제. 각자의 집안사정 등을 이유로 꾸역꾸역 보따리 싸들고 기회의 땅 방콕으로 몰려들고 있다.
방콕은 태국 총 인구의 14%에 불과하지만 국가 경제의 40% 이상을 생산한다. 시민 소득 수준이 전체 국민소득 평균 수준의 3배가 훨씬 넘는다. 태국은 지방자치제지만 주민 선거로 직접 市長을 선출하는 곳은 방콕과 파타야 두 곳 뿐이고 다른 지방은 중앙정부에서 임명하여 파견한다.
경제적인 면에서 태국 市場은 방콕 市場을 별도로 분리해서 고려해야 한다. 외부에서 얻는 일반적인 태국에 대한 통계나 시장 정보를 토대로 방콕 시장을 상대하면 백전백패. 그리고 방콕 시민을 상대로 하는 마켓팅 전략이 지방에 사는 태국 국민에게 먹혀 들어 갈 수 없다. 소득 수준, 교육 수준, 소비 성향과 외부 정보 접촉 빈도와 심도 그리고 생활패턴 자체가 다르다. 경제적인 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성향도 방콕과 그 외 지방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문화 수준이나 풍습도 별개다.
분명 태국과 방콕은 전혀 다른 별개의 나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방콕 시내도 상류층, 중산층, 서민층이 확연히 구분되어 보인다. 우리가 태국 밖에서 듣고 얻은 개괄적인 정보는 대게 서민층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 기준으로 볼 때 중상류층은 참으로 저 높은 곳에 있다. 대졸 초봉이 10,000받 안팍이지만 벤츠 몰고 학교 다니는 대학생도 많고 집 울타리 안에 가옥이 수 채 있고 각기 기사가 딸린 차량이 가족 수보다 더 많은 집도 많다. 그런가 하면 공책 연필 살 돈이 없어 저녁이면 시들어가는 장미 한 송이를 팔기 위해 길거리 식당 손님에게 어깨 안마해 주며 애교 떠는 초등학생이 있고 시내 중심가에서 지나가는 외국인을 호객하여 맥주 한 잔이라도 마시게 권하여 약간의 수고비로 생계를 유지하는 젊은 여자도 수두룩하다. 에어컨도 없는 단칸방 월세 2-3000 받을 벌기 위해 무작정 상경한 10대들의 일자리는 매우 제한적이고 결국은 가진 게 몸 밖에 없으니 안마, 캐디 등 단순 노동직이나 유흥 산업으로 몰린다. 정부도 관광산업 진흥이니 외화획득이니 뭐 그런 이유인지 법과는 관계 없이 대부분 눈감아 주는 것 같다. 관광객 주머니의 외화를 꺼집어 내기 위해서는 법도 무색하다.
그러나 좀 더 깊이 파헤쳐 보면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양분된 태국 사회의 단면이다. 지배층은 피지배층의 존재가 필요하고 그들의 봉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피지배층을 잘 살 게 만들 필요가 없다. 교육도 많이 시킬 필요가 없다. 민초경제를 살릴 필요가 없다. 저소득층을 위해 지배자의 주머니를 털며 서민 경제를 위해 가진 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려하지 않는다. 그런 법이 의회에서 상정된 적도 없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배가 부르면 지배층에 도전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국의 지배자는 피지배자에게 작은 일에 호의를 잘 베풀어 준다. 지배층이건 피지배층이건 나보다 덜 가진 자, 나보다 더 어려운 자에게 베풀어줄 줄 안다. 그리고 이런 풍습은 ‘탐분’ 이라는 보시 행위로 사후 다음 세계에서 보상받는다는 종교적 사상으로 태국인들의 철학에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이것이 지배자와 노예 근성의 피지배자가 다툼없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태국 특유의 구조인 것 같다.
중상류층 인구가 전체의 10%가 안되며 대부분 방콕에 몰려 있다. 대부분 나라들은 소유재산 유지 비용과 그에 부과되는 세금이 만만치 않지만 태국은 재산 소유 유지하는데 별도로 돈 들게 없다. 제산세도 별거 아니고 상속세라는 것도 없고 자동차 세금도 일년에 한 번, 영업용 택시나 벤츠나 금액이 별 차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정부 예산이 모자라 계획만 거창할 뿐 예산이 따라주지 않아 몇 년씩 연기되곤 한다. 그래도 다들 불만이 없다. 있는 사람은 대를 이어 있는 대로 즐기고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내세를 기약하며 지배자를 상전으로 모시며 길거리 개에게 보시하며 불평 없이 살아간다. 국가, 민족, 후손들을 위한 염려는 전혀 안 하는 것 같다. 상류층은 상당한 수준의 교육과 서양 문물이라든가 민주제도,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윤리와 도덕을 이해하면서도 철저한 개인 자본주의, 개인 자유주의 신봉자들인 것 같다. 피지배자를 지배하며 즐기며 살기에는 현재 제도가 그들에게는 더 없이 좋으니 바꿀 이유가 없다.
고위층에 있는 지인에게 사석에서 내가 30년 전 한국과 지금을 비교하며 태국의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태국의 장래를 염려하는 말을 했더니 “This is Thai”라며 염려 말라고 한다. 여기서도 ‘마이뻰라이’가 나온다.
지난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4위를 했다. 그 당시 태국인들의 평가도 계층별로 달랐다. 서민들은 부러워하며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태국이 한국 대표팀을 이긴 적이 있다고 애써 자위하지만 방콕에 있는 상류층 사람들은 한국이 돈이 많아 유명 코치를 사들여 이룬 것이며 태국도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어깨에 힘을 준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돈을 들이지 않으려 한다. 실제로 정부나 국가대표팀을 운영하는 기관에는 그럴 돈이 없다. 가진 자 몇 사람이 후원하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만한 애국심(?)은 없는 것 같다. UBC 안테나 달고 매달 시청료를 내면서 유럽 프로축구 생중계만 보아도 개인적으로 충분히 축구를 즐길 수 있으니까.
지난 해 정부 청사와 공항을 점령하고 수십 명의 생명을 앗아간 폭력, 판타밋과 너뻐처의 시위는 이런 계층간의 투쟁이 아니다. 지배층 간의 권력과 이권 싸움에 피지배층이 동원된 것 뿐이다. 언론을 통해 사상적으로 동원되기도 했고 일당 노동직으로 시위대로 취업했을 뿐이다. 여기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왕정파와 공화파의 지배 계급간 투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겉으로는 모두 충실한 왕정파로 행세하지만....
2004년 1월 군 무기고를 습격하면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남부 폭력사태는 방콕의 시위와는 전혀 다르다. 지배층의 권력싸움이 아니다. 종교 분쟁도 아니고 인종간의 갈등도 아니다. 지배층에 대한 피지배층의 도전이다. 방콕과 멀리 떨어진 말레이지아 접경 지역에서 일어나는 먼 변두리 지역에 있는 피지배층의 방콕에 있는 지배층에 대한 반항과 투쟁이다.
방콕은 태국을 아우르는 중심지가 아니다.
지배층이 주류를 이루는 방콕과 피지배층이 주류을 이루는 방콕 밖의 태국은 분명히 다른 나라인 것 같다.
첫댓글 화누기 오랫만이다
글도 글이지만 이래 만내니 참 방갑고 옌날생각나네.............태국갈일 생기믄 컴폼 허겠네...........^^*
ㅋㅋㅋ...그려....방콕이네....ㅎ
LG그룹 시절에는 자주 가던 곳이 방콕....빠따야.푸켓 그리고 여장 남자Show까지...ㅎㅎㅎ.잠시 생각나네만.여 (환욱)회장 만큼 복많은 사람도 드물겁니다^^
다 좋은데 여장남자(사실은 거의 性傳換者:트랜스젠더--태국말로는 "까터이"라고함)는 싫다싫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