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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노래들
◀4월의 노래 ✱박목월 작시 김순애 작곡 ◼백남옥(메조소프라노)
◀4월의 숲속 ✱강석우 작사 작곡 ◼김순영(소프라노)
◀La Capinera(달콤한 4월이 오면) ◼엠브로이신 브리(메조소프라노)
◀April Comes She Will (4월이면 그녀가 올 거야) ◼사이먼 앤 가펑클 ✱1981년 센트럴파크 공연
◀April in Paris ◼프랭크 시나트라
◀April ◼Deep Purple
◉4월이 열렸습니다.
4월의 시작을 열렸다고 얘기하는 것은 4월을 일컫는 영어 April이 라틴어의 ‘열리다’는 의미의 동사
‘aperire’에서 온 것이 유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4월은 영어로 ‘To open’의 의미가 있는 달인 셈입니다.
◉4월은 초목과 꽃들이 본격적으로 피어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밝고 젊고 희망찬 이미지들로 열리는 달이 4월이기도 합니다.
봄 느낌이 만연해지면서 새로운 느낌이 열리는 달이어서 많은 예술가가 4월의 아름다움을 예찬해 왔습니다.
‘4월을 잔인한 달’로 묘사해 음울한 이미지를 덧씌운 엘리엇의 시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특수상황으로 밝고 긍정적인 4월의 일반적인 이미지를 덧칠하기는 어렵습니다.
엘리엇이 그려낸 4월은 Deep Purple의 ‘April’과 함께 뒤쪽에서 생각해 봅니다.
◉가곡 ‘사월의 노래’는 1954년에 만들어졌습니다.
1954년이면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끝난 이듬해입니다.
그해 4월 ‘학생계’라는 잡지가 창간됩니다.
이 잡지의 편집주간이었던 박두진은 같은 청록파 시인 박목월에게 창간시를 부탁합니다.
전쟁의 참화로 피폐해진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내용이면 좋겠다는 뜻도 함께 전했습니다.
목월의 ‘사월의 노래’는 그래서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 당시 이화여대 교수였던 김순애가 곡을 붙였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여성 작곡가로 여겨지는 김순애입니다.
◉목월은 전쟁 전 이화여고 교사로 근무했습니다.
그때 4월의 교정에 목련꽃이 피면 학생들이 그 아래서 책을 읽고 편지도 썼습니다.
시의 앞부분은 그 모습을 그린 대과거(大過去)입니다.
그 시가 전란을 겪는 과거로 이어져 멀리 떠나와 이름 모를 항구에서 배를 탑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 현재로 넘어와 새롭게 맞이한 4월입니다.
그 4월이 얼마나 반가웠으면 ‘생명의 등불’이라고 했을까?
‘빛나는 꿈의 계절’,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 4월을 다시 만나 부르는 노래입니다.
메조소프라노 백남옥이 목련꽃이 만개한 휘경동 경희대 교정에서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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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숲은 모든 생명이 바쁩니다.
자신의 고유 재능으로 행복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명이 각자 나름의 작업에 나서면서 숲은 다양해지고 풍요로워지고 건강해집니다.
북진을 시작한 봄꽃들은 하루가 다르게 숲속을 다양한 색깔로 채워갑니다.
그래서 4월의 숲에 들어서면 신비롭기도 하고 경건해지기도 합니다.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해 온 탤런트 강석우는 클래식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인물입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가곡을 작사 작곡해 내놓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그동안 스스로 작사 작곡한 7편을 들고 콘서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송기창, 강혜정, 김순영 등 여러 성악가가 동참해 강석우의 남다른 용기에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사월의 숲속’은 강석우가 만든 두 번째 가곡입니다.
봄의 향기가 가득한 4월의 숲속에서 강석우는 사랑과 그리움을 읽어내고 가곡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햇살이 가득한 4월의 숲속에서 행복한 삶을 만들어 나갈 숲속 생명들의 움직임에 거는 기대가 느껴집니다.
깨끗하고 포근한 음색을 가진 소프라노 김순영이 노래의 맛을 더욱 살려줍니다.
햇살 가득한 4월의 숲속으로 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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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숲에서 분주하기는 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산비둘기와 꿩, 딱따구리, 각종 참새류, 까마귀, 까치 등 숲속을 헤집고 다니는 새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진달래도 피기 시작하니까 뻐꾸기도 곧 우는 소리를 들려줄 것 같습니다.
땅 위를 살펴보면 거기도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바로 새의 모양을 한 꽃 현호색입니다.
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모여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새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호색은 ‘종달새’(Corydalis)란 학명을 얻었나 봅니다.
하지만 정작 봄의 상징인 종달새, 노고지리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요즈음 보기가 어려워서 궁금해집니다.
◉봄을 상징하는 이탈리아의 새로 카피네라(Capinera)라고 부르는 봄 새가 있습니다.
숲속에서 맑고 경쾌하면서도 달콤하게 노래한다고 해서 봄에 크게 사랑받는 새입니다.
독일 작곡가 줄리어스 베네딕트 (Julius Benedict)가 작곡한 ‘La Capinera’는
바로 4월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이 새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주로 맑고 고운 목소리를 가진 소프라노 또는 메조소프라노가 고난도의 기교로 새소리를 나타내곤 합니다.
조수미가 ‘달콤한 4월이 오면’이란 우리말 제목으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는 프랑스의 메조소프라노 앰브로이신 브리(Ambroisine Bre)의 노래로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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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기대와 희망의 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4월이 되면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를 걸며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4월이면 그녀가 올 것’ (April She Comes Will)이라는 노래는 전설의 사이먼 앤 가펑클 (Simon & Garfunkel)이
30대에 불렀던 노래입니다.
그 두 사람은 이제 여든두 살의 노인이 됐습니다.
사이먼은 귀가 잘 들리지 않고 가펑클은 완전 대머리가 됐습니다.
그동안 숱한 4월을 보내면서 어떤 일들이 다녀갔는지 되돌아볼 나이가 됐습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부른 그 많은 명곡은 거의 폴 사이먼이 만들었습니다.
가펑클은 사이먼이 만든 그 많은 노래 가운데 최고의 아름다운 노래로 주저 없이 ‘April She Comes Will’을 꼽습니다.
늙은 가펑클은 지금도 혼자서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영상으로 올라오곤 합니다.
4월에서 9월까지 사랑이 시작돼서 사라지는 과정을 담은 노래입니다.
1967년 영화 ‘졸업’에 담겼던 첫 번째 OST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운율이 맞아 떨어지는 라임(Rhyme)이 멋집니다.
April과 Will Rain 과 Again, cold와 Old, May 와 Stay, June과 Tune, September와 Remember 등이 그렇습니다.
이 노래 속의 ‘She’는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고 꽃과 새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상상 속의 ‘She’를 떠올리면서 노래를 들어봅니다.
서른아홉 살의 두 사람이 다시 만나서 열었던 무료 공연에 50만 명이 몰렸던 1981년의 그 유명한 뉴욕 세트럴파크 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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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이민자 출신의 작곡가 버논 듀크(Vernon Duke)는 두 개의 도시, 두 개의 계절의 노래로 잘 알려졌습니다.
그 하나는 ‘뉴욕의 가을’이고 다른 하나는 ‘4월의 파리’입니다.
뉴욕의 가을은 직접 노랫말까지 직접 작성해 뛰어난 감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4월의 파리’의 가사는 Yip Harburg가 썼지만 재즈 스탠다드의 대표곡 중의 하나가 될 만큼 사랑받았습니다.
‘4월의 파리’는 1931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Walk a Little Faster’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파리의 4월을 만나기 전까지는 봄의 매력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이 노래는 도리스 데이와 엘라 피츠제럴드,
루이 암스트롱, 토니 베넷 등 많은 재즈 가수가 커버했습니다.
여기서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버전으로 만나봅니다.
드물게 가사 해석까지 들어 있어 상대적으로 듣기 편합니다.
샹송이 아니라 재즈로 만나보는 파리의 봄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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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이 다른 4월의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엘리엇의 ‘황무지’는 길고 난해한 시입니다.
5편의 시를 묶은 434행의 긴 시입니다.
이 시를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1장 ‘죽은 자의 매장’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이 시구는 많은 사람에게 익숙합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이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었다.’
이 시구절 때문에 사람들이 4월을 잔인한 달이라는 주장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4월은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살아나야 하는 때입니다.
그런데 황무지에서 살아남는 일이 잔인하다는 의미에서 4월이 불려 나왔습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우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긴 부분입니다.
하지만 엘리엇의 시는 잔인한 4월을 주제로 내세운 시가 아닙니다.
◉1차세계대전 이후 정신적으로 황폐화된 인류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불교사상과 기독교 사상 등 사이를 난해하게 유영하며 생명을 잃는 서구인의 자화상을 그려간 시는
그러나 마지막에는 재생의 희망을 이야기하며 마무리됩니다.
그래서 4월이 잔인한 게 아니라 이 시를 모두 읽는 것 자체가 잔인한 일이라는 말도 나올법합니다.
‘죽고 싶다’는 말로 시작해서 ‘오! 평화를 주소서’로 마무리되는 긴 시입니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딥 퍼플은 영국의 시인 엘리엇의 ‘황무지’에 영향받은 ‘April’을 1969년 발표합니다.
엘리엇을 원래 미국 출생으로 황무지는 미국인일 때 썼지만 나중에 영국으로 귀화합니다.
딥 퍼플은 하드 록과 헤비 메탈 발전에 크게 기여한 그룹입니다.
프로그레시브 록그룹으로 불리며 록과 클래식의 접합도 시도했던 그룹입니다.
그동안 멤버가 모두 바뀌면서 초기 멤버는 지금 없습니다.
◉‘April’은 존 로드가 이끄는 1기 멤버들이 만들어 낸 명곡입니다.
12분이 넘는 길이의 이 대작으로 이들은 록과 클래식의 접합을 시도했습니다.
1부는 리치 블랙모어의 어쿠스틱/전자기타 연주와 존 로드의 오르간 피아노 연주로 구성했습니다.
2부는 플룻과 크라리넷 현악기 등을 동원한 존 로드의 오케스트레이션입니다.
3부는 당시 보컬 로드 에반스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전체적으로 아름답지만 엘리엇의 시에 영향을 받은 만큼 슬픈 톤을 유지해 가는 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3부의 노래도 엘리엇의 시에서 따온 ‘April is a cruel time’으로 시작합니다.
‘비록 태양이 비친다 해도 세상은 천천히 그림자 속으로 잠들게 될 겁니다.
회색빛 하늘이 어디서부터 파래져야 하는지?
4월이 왜 잔인한 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노래가 나온 다음 해인 1970년 독일의 P2 TV에서 방영한 딥 퍼플의 Very Rare Footage 공연입니다.
12분이 넘는 긴 연주와 노래지만 건너뛰기는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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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fZHISHvAvw
◉긍정적인 상황이 펼쳐가고 새로운 것을 열어가는 4월은 의미 있는 달입니다.
보는 사람의 마음이 어두우면 어느달이든 암울하고 잔인한 달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4월을 열어가면 그런 어둠이 걷혀 나갈 것이 분명합니다.
◉4월의 첫날! 오랜 야인생활 후에 오늘부터 새롭게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하는 지인이 있습니다.
특히 그에게 밝은 4월이 열려 따스한 햇살이 주변에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