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일루전ILLUSION 제1부 폭동 전후(줄거리 43회)

[고요 최지훈]

왜옥동네의 전설•3

일루전ILLUSION

제1부 폭동 전후(줄거리 43회)

9. 위폐-9

그가 이른 아침 식사를 하기 바쁘게 농가의 자전거를 빌려 타고 원대동의 맹아학교로 가다가 우체국에 들러 사직서를 학교에 우송했다.

맹아학교 교문의 경비실에 닿으니 경비실에 경비원인듯한 젊은이가 그를 확인하더니 밖으로 나와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자전거를 끌며 젊은이 뒤를 좇아 학교 옆 담을 따라 난 좁은 골목길을 한 3분 가량 들어갔다.

한 집의 대문 앞에 이르러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서 경망스런 종소리가 나더니 곧 대문이 열리고 소녀가 나와서 안내해 온 젊은이와 뭐라고 낮은 음성으로 잠깐 대화하더니 양수더러 그 소녀를 따라 들어가라고 했다.

그가 들어서자 젊은이를 바깥에 둔 채 대문이 그냥 닫쳤다. 젊은이는 그냥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마당이 넓은 한옥 기와집이었다.

용철이 대청마루 끝에 나와 서서 대문을 들어서는 양수를 향해 한 손을 들어 보였다.

양수가 마루 앞에 서자

“올라오쇼, 비서 동지.” 했다.

비서 동지라는 호칭이 낯설어서 자기를 부르는 말로 들리지 않았다. 그가 다른 고위직 당원들에게는 그렇게 불러 오기는 했지만 자기가 그렇게 불리는 것은 이게 처음인 셈이었다. 뿌듯한 자신감이 새삼 솟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양수는 자전거를 한 쪽에 세워두고 이마에 내밴 땀을 소매부리로 문질러 닦으면서 마루에 올라섰다.

“학교는 우짜기로 하셨소?”

마루에서 열려있는 방으로 들어서면서 용철이가 물었다.

-----11월29일(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