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울린 키오스크, 언제쯤 말할래?말 없는 야속한 그대, 2년째 두드리다 지쳐
법 개정 한발짝…3년 유예, 면적 제한 숙제
2022년 7월 1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중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열린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한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를 클릭해 주문하려했지만 실패하고 있다.ⓒ에이블뉴스DB
[2022년 결산]-②키오스크
2022년 임인년(壬寅年), 올 한해도 장애계는 크고 작은 이슈들로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해였던 만큼, 장애계는 더 나은 미래와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처절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장애인들은 1년간 지하철을 타며 특별교통수단 및 장애인평생교육 지원과 장애인 탈시설,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보장 등 장애인들의 요구를 정부와 사회에 알렸다.
또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진행하고, 555명의 부모가 머리를 깎는 등 대규모 삭발을 전개하기도 했다.
에이블뉴스는 올해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토대로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진행한다. 두 번째는 '키오스크‘다.
2022년 7월, 그 뜨거운 여름날 시각장애인들은 참 많이 두드렸습니다. 두드리고 또 두드려도 말을 하지 않는 야속한 그대, ‘키오스크’입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장애인들은 식당을 가도, 편의점을 가도 ‘말이 없는 그대’와 마주하며, 한숨 또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는 에이블뉴스 뿐 아니라 여러 일간지에서도 다뤄진 문제입니다.
정리하자면 휠체어 이용자는 화면의 높이가 맞지 않고 시각장애인은 점자나 음성안내가 제공되지 않아 유리벽과 같은 그대를 한참이고 두드려야 한다는 점이죠.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키오스크 등도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바로 지난해 국회 통과까지 됐습니다.
우와~그렇다고 끝일까요? 법이란 게, 본회의에서 땅땅 두드린다고 끝이 아닙니다. 정부에서 세부적인 하위법령을 정리해서 또 시행시간을 갖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법 시행은 내년(2023년) 1월인데, 이미 설치된 키오스크는 또 3년이나 기다려서 2026년에나 이용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장애인단체에서 조사한 총 1002개 키오스크 중 장애유형별 편의를 갖춘 기기는 단 1개 뿐인데 말이죠. 당장 배가 고파서 분식집을 가도, 햄버거집을 가도 키오스크만 나를 맞이하는데 그렇게 3년을 더 고립돼 살아야 하냐는 분통도 쏟아졌죠. 또한 어렵게 만들지말고, 현재 있는 기계에 스크린리더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충분히 이용 가능하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산업계 측도 고충은 있습니다. 장애인 접근성을 갖추기 위해 개발도 하고 인증도 받고, 물리적 기간만 1년이랍니다. 제대로 잘 갖출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달라는 겁니다.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응답없는 키오스크 시각장애인 유리장벽에 분통터진다!!’ 피켓을 들고 있다.ⓒ에이블뉴스DB
결국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온몸으로 알리기 뿐. 서울 시내 점심시간에 사람이 많이 몰린다는 햄버거집에 시각장애인 30여명이 찾아가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특히 이 캠페인을 주최한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5개 기업을 상대로 키오스크 이용 차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이어오고 있지만, ‘법이 없으니 배째’란 식으로 나오고 있어 지지부진하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달 정부의 키오스크 접근성 보장이 담긴 하위법령,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습니다.
3년 유예란 점은 변함이 없지만, 장애계의 지적을 받아들여 기기 전면교체 없이도 최대한 접근성이 확보될 수 있는 별도의 조치를 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물론, 바닥면적 50㎡ 미만인 소규모 시설의 경우 모바일앱과 키오스크를 연계하는 등 보조적 수단이나 상시 지원 인력이 있는 경우 법률상 정당한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간주한 것을 두고 ‘악법’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습니다. 당장 시행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키오스크의 문제점을 알리고, 법을 개정했다는, 한발짝 걸어온 것만으로도 조금의 성과를 이룬 것이 아닐까요? 갑갑했던 키오스크, 언제쯤 말이 통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