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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기자관찰] 김수진 기자 | |||||||||||||||||||||||||||||||||||||||||||||||
보도국 기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기자관찰] 코너를 만들고, 누구를 1번 타자 로 모실까..생각하다가 최근 뉴스데스크 앵커로 데뷔한 김수진 기자 (재정금융팀)를 떠올렸습니다. ---------------------------------------------- 8월 21일 오후- 오랜만에 만난 김 기자는 휴가에서 갓 돌아온 탓인지 햇볕에 탄 얼굴에다 꽤 밝은 표정이었다. 경중 : 어제 뉴스데스크 진행했잖아. 어땠어? 씩씩하게 잘 하는 거 같더라. 톤이 좀 높았던가? 수진 : 저요? 그냥 별 감흥은 없었는데 좀 떨리긴 했죠. 차분하고 제가 긴장을 더 한 거 말고는 별로 그렇게 의미부여를 하진 않았거든요. 어차피 뭐 잠깐 대신해주러 나간 건데요. 경중 : 방송 끝나고 엄기영 선배를 만났는데 궁금해서 여쭤봤지. “김수진씨 어땠어요?” 그랬더니 “자신감 있게 잘하던데?” 라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구. 수진 : 지난번에 아침뉴스도 그냥 시켜서 한 거구요. 제가 뭐 나서서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어요. 스트레스 받는 자리고..약간 양면적이라고 해야 되나? 하다보면 재미는 있어요. 그런데 성격상 누가 알아본다는 게 싫거든요. privacy 를 중시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그러나 어찌 하랴. 사생활이 제한 받는 것은 방송기자의 숙명인 것을- 일주일간의 앵커생활을 마치면 그녀는 다시 재정금융팀 으로 돌아간다. 김 기자가 취재하는 대상은 요즘 한창 주목을 끌고 있는 주식시장이다. 경중 : 요즘에 증시 때문에 힘들 것 같아.. 코스피가 2000포인트까지 갔다가 갑자기 1600선으로 밀리기도 하고.. 꽤 출렁거리는데, 굉장히 바쁘지? 수진 : 그렇죠. 매일매일 리포트 하느라 힘든 건 있지만 증시 관계자들 얘기를 듣고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경중 : 그런데 말이야.. 주식시장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전망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어. 그런 고민은 어떻게 해결하지? 수진 : 사람들의 관심이 내일은 어떻게 되나, 여기에 몰려있기 때문에 안 쓸 수가 없지요. 가급적 많은 사람들 얘기를 듣고 그 중에서 주도적인 내용을 쓰는 편이죠.
문득 내가 금융팀장으로 있을 때 김 기자가 특종 취재했던 일이 생각났다. 코스닥시장을 뒤흔들었던 최초의 주식다단계 사기사건이었다. 김 기자는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사기현장에 잠입해 명백한 증거를 확보한 뒤, 뉴스데스크에 단독 보도하는 개가를 올렸다. 경중 : 나와 1년 정도 같이 있었나? 가장 인상에 남는 게 주식다단계 사건이었는데.. 그 때 분위기 꽤 험악했지? 수진 : 투자자들이 저희를 에워싸고 못 가게 하니까 흰 와이셔츠에 까만 양복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오는데 그게 사실은 저희를 도와주는 게 아니고 위협하는 거였어요. 지하 통로를 통해 도망치는 데 하얀 빛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카메라기자하고 그 하얀빛을 향해서 막 뛰었죠. 경중 : 지나간 얘기지만, 취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람 저사람 한테서 연락이 왔어. 그러니까 ‘이건 간단치 않은 사건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더욱 사명감이 생기더라구. 그런데 이런 사기에 넘어간 피해자들이 꽤 많았는데, 대박을 향한 욕심이 너무 앞선 탓이겠지? 수진 : 사람의 속성이 그렇대요. 이성적으로 투자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겠죠. 주식시장이 워낙 뜨거운 탓에 투자를 상담하는 주변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았다. 김 기자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 수진 : 모 부서의 AD가 와서 주식투자를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직접투자를 하지 말고 간접투자를 해라“고 권유했지요. 경중 : 오를 것이라는 욕망과 내릴 것이라는 불안이 교차할 텐데, 보통 사람들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professional 이 아니면 쉽지 않을 걸? 수진 : 프로들도 어렵대요. 그래도 만약 직접투자를 한다면 장기투자를 하는 게 좋죠. 만일 1년 전부터 주식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요즘 폭락장도 무섭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도 망할 회사만 아니라면 장기투자자들은 괜찮을 것 같은데... 주식시장의 장기전망을 비교적 밝게 보는 눈치였다. 리포트에다 출연에다 방송진행까지 맡아도 겁내지 않고 씩씩하게 일해 나가는 그녀지만 가끔은 힘들 때도 있을 텐데.. 특히 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적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경중 : 그런데 말이야. 내가 데스크로 있는 동안 술을 같이 못해서 미안했어. 술을 좀 마셔야 communication도 잘되고 인간적인 rapport도 형성되고 하는 건데.. 데스크에게 가졌던 불만 좀 얘기해봐. 수진 : 부장님이 말하실 때 좀 후배들을 당황하게 하는 멘트들을 자주 날리시잖아요. 경중 : 예를 들면? 수진 : 들어와서 인사할 때 부장님이 “수진 씨는 오늘 뭐했어?”하시잖아요. 제가 만약 그날 리포트가 없다.. 그러면 숨이 탁 막히는 거죠. 사람들과 만나서 수다 떨었다고 말씀드려야 되나? 그렇게 얘기할 수도 없는 거고. 경중 : 그래? 내가 “수진씨 오늘 뭐했어?”이 뜻은 “수진씨 왔어? 반가워.” 이 뜻이거든. 데스크는 외로운 하루를 보내다가 오후에 부원들이 들어오면 참 반가워. 한 사람 한 사람 반갑지 않은 부원들이 어디 있느냐고. 인생의 귀한 시간들을 함께 하는 특별한 인연들이잖아! 그래서 “오늘 뭐했어?” 라는 건 영어로 말하면 “What's up?" 이런 개념이야. 지나가는 멘트인데 부원들은 진짜 ”what have you done?"으로 느꼈다..이거지? 수진 : 부장님의 의도를 몰랐으니까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고, 그러다 보니까 저 같은 경우는 “별일 없었는데요?”하고 자리에 탁 앉아버리는 거죠. 이거 사실 대드는 거거든요. 맘이 편하지 않았어요. 경중 : 완전히 mis-communication 이구만. (하하)
경중 : 수진 씨는 워낙 바쁘지만 자유시간이 날 때는 어떻게 보내? 수진 : 고수부지에 나가는 걸 좋아해요. 남편(이세옥 기자)은 농구를 하고.. 나는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강아지를 데리고 놀죠. 경중 : 강아지도 키우고, 또 고양이도 키운다며? 서로 안 싸우나? 수진 : 전에는 가끔 한번 씩 싸우곤 했는데.. 지금은 별로 안 싸워요. 강아지는 적극적으로 저를 좋아하고, 고양이도 저를 좋아하긴 하는데 안 좋아하는 척하죠. 고양이들이 원래 성격이 그래요. 그래서 더 좋아하죠. (웃음) 경중 : 수진 씨는 하고 싶은 게 뭐있어? long-term 이든 short-term 이든 말이야. 수진 : 그냥 오늘에 최선을 다해야지.. 하는 생각이구요. 음.. 내년에는 아기를 가져 보려고도 하고 있어요. 경중 :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네. 어느덧 분장할 시간이 다가온 바람에 우리들의 만남은 약 1시간 만에 끝났다.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나는 특히 수진 씨의 다양한 표정을 보고 놀랐다. 예전의 표정이 10가지 정도였다면, 오늘은 100가지가 될 정도로 다양했다. 그녀의 내면이 변한 걸까? 아니면 나의 관점이 변한 걸까- 서로 헤어진 게 불과 달포 전인데.. [데스크의 기자관찰]은 기자관찰인 동시에 [데스크의 자기성찰]임을 느끼게 해준 만남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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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수진기자님 참 멋진분이세요~ 제가 좋아라하는 기자분중에 한분이시죠~^^ 근데 결혼하신거는 몰랐는데...ㅜ.ㅜ유부녀이시군요~ 요즘 주말뉴스데스크 꼬박꼬박 챙겨보고있는데 당당하게 멘트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결혼한 건 알고 있었는데 사내커플이었군요~
정말 진행 잘하셔서...저는 아나운서인 줄 알았습니다. 전혀 기자같은 어색한 딱딱함없이 완벽하게...멋지십니다.
요즘 기자님들은 얼굴도 너무 예쁘시네요ㅠㅠ
요즘은 여기자가 되려면 기본적인 실력(가장 중요)에 외적인 요소가 플러스 돼야........^^
고수부지? 아니죠. 둔치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