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애니메이션 전문가 송락현님의 저서 [송락현의 애니스쿨]에서 인용하였습니다(따라서 이 글의 견해는 씨네박과 다를 수도 있음). 참고로 송락현님의 [송락현의 애니스쿨(1.2권):서울문화사, 1997]은 방대한 자료와 애니에 대한 저자의 올곧은 견해로 인해 최근 발간된 애니관련 저서 중 가장 뛰어난 책이라는 점을 알려드립니다(씨네박과 송락현님과는 아무 인척관계 없음)
9대 미스터리
Q1. [은하철도 999]의 첫번째 미스터리는 왜 메텔이 철이에게 그 비싼 999호의 승차권을 공짜로 주었느냐 하는 것이다. 약간 의역하자면 왜 메텔은 철이를 그 머나먼 안드로메다까지 데리고 가야만 했냐는 것이다.
Q2. 지구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999호는 행성 타이탄에 정차하게 된다. 이곳에서 철이는 하록의 친구인 토치로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고 망토와 모자 그리고 전 우주에 단 네 자루밖에 없다는 우주 전사의 총(코스모 드래곤)을 선물받는다. 그런데 [은하철도 999] 전편을 통해 이 전사의 총을 가진 인물은 세 명밖에 소개되지 않는다. 하록, 에메랄더스, 철이, 그렇다면 대체 마지막 한 자루는 누가 가지고 있는 것일까?
Q3. [은하철도 999]의 수수께끼를 간직하고 있는 인물 중에 자칫 간과해 버릴 수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생김새 불명의 인물 차장이다. [은하철도 999]의 한 에피소드를 찾아보면 차장의 옛 연인인 마빌러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차장의 고향은 '추억의 얼굴'이라는 이름의 별이며 그곳에서 마빌러스와 맹세한 약속 등이 공개된다. 그런데 '암흑 성운 아프리카'편을 보면 기계 생명체로부터 신체 검사를 받을 당시, 그만 철이가 차장의 알몸을 보고 만다. 그때의 철이의 반응. "나는 봤다∼ 나는 봤다∼" 도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철이가 이토록 차장을 약올렸을까?
Q4. '시간성의 해적'편에서 메텔은 가짜 하록에게 이런 대사를 분노 어린 어조로 내뱉는다. "당신 해적 나으리께서는 내가 왜 이런 옷을 입고 있는지, 그 이유를 잘 알고 계실 텐데요?" 그러자 가짜 하록은 "물론 잘 알지... 괘씸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
자. [은하철도 999]에서 메텔의 의상에 대해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는가?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가짜 하록의 심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그리고 메텔과 이 가짜 하록과의 관계는?
Q5. 이 미스터리는 아마도 [은하철도 999]의 최대의 미스터리이자 999 애호가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과연 메텔의 정체는 무엇일까? 인간일까? 아니면 기계 인간일까? 대체 무엇일까?
Q6. 메텔의 정체가 너무 어려운가? 그러나 이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철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무수한 빈민가의 999호 승차권을 갈망해 하는 소년들 가운데 메텔은 하필 왜 철이를 선택했던 것일까?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필연이었을까?
Q7. [은하철도 999]TV판 첫회에서 기계백작들은 메가로 폴리스로 향하는 철이 모자의 행로를 추적해 와서 철이의 어머니를 사살하고 그 시체를 가져가 박제를 해 전시한다(유독 철이의 어머니만 박제를 했음). 6번 미스터리에서 알 수 있듯이 철이가 무언가 특별한 소년이었다면 그 어머니 역시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과연 철이의 어머니가 가지고 있었던 수수께기는 무엇일까?
Q8. [은하철도 999]TV판 마지막회를 보게 되면 잊을 수 없는 철이와 메텔의 이별 장면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 철이 혼자 탄 999호와 메텔이 탄 777호가 한순간 교차되면서 울부짖는 철이의 모습... 그리고 멀어져 가는 메텔의 희미한 그림자... 앗! 그런데 잠깐. 이 장면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정말정말 의아스러운 부분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것은 메텔이 타고 있는 777호의 객차 안에 메텔 이외에 또 한 명의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777호를 탄 메텔의 옆에는 또 다른 철이 모습을 연상시키는 한 소년이 선명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채 철이가 탄 999호와 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Q9. [은하철도 999]의 최종 극장판 [안녕∼은하철도 999. さよなら銀河鐵道 999 アンドロメダ 終着驛 81]를 보게 되면 드디어 999의 마지막 열쇠를 쥐고 있는 듯한 철이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하지만 철이의 아버지는 999의 미스터리에 대한 답은 주지않은 채 오히려 더 큰 수수께끼만을 남기고 죽는다. 그렇다면 철이 아버지의 정체는 무엇이며 메텔의 어머니인 프로메슘과의 상관관계는? 또한 그 누구보다 이 모든 비밀의 전모를 알고 있는 하록은 나중에 철이에게 아버지의 펜던트를 주게 될까?
[은하철도 999]의 9대 미스터리 대공개
과학 기술 문명이 거의 극한에 다다랐던 라메탈의 천재 과학자 프로메슘은 남편인 닥터 반과 함께 인간들이 영원한 생명을 가질 수 있는 기계화 제국 건설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본래의 의도와 달리 사회구조가 물질 만능주의로 도색당하는 현실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하록, 에메랄더스, 토치로 등의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한계가 있는 생명의 멋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이고 여기에는 기계 제국 건설에 대한 회의를 느낀 닥터 반도 듯을 같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철이의 아버지인 흑기사 파우스트는 프로메슘이 건설한 기계 제국만이 이상의 세계라고 믿고 자신의 이상향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난날의 동지였던 하록과 갈라섰던 것이다.
그런데 평소 철이의 엄마를 사모해 왔던 닥터 반은 이들마저 파우스트처럼 기계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몰래 철이와 철이 엄마를 지구로 피신시킨다. 그러자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한 프로메슘은 닥터 반을 처형하고, 지구의 기계 백작들에게 현상 수배를 하여 철이의 엄마를 사살하고 그 증거로 철이 엄마를 박제하여 보내라고 명령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때 철이의 아버지인 흑기사 파우스트는 프로메슘에게 기계 제국 건설에 있어서 철이와 같은 용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철이는 죽이지 말고 데려 올 것을 간청한다. 그러자 프로메슘은 자신의 딸인 메텔을 주요 성분이 인간과 같은 단백질로 구성된 기계 인간으로 개조하여 철이를 붙잡아 오라고 시키게 되는데, 이때 프로메슘은 고의적으로 메텔을 철이 엄마의 복제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즉 클론 기술로 만든 철이 엄마의 복제 육체에 메텔의 정신을 바꿔 넣어 철이를 유인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철이를 안드로메타까지 데리고 와야만 하는 메텔의 지루하고도 슬픈 여행이 시작된다. 정확히 파우스트의 아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메텔은 철이와 유사한 모습의 소년들을 한 명씩 지구에서 안드로메다까지 데려가고 데려가고 또 데려간다. 물론 그들은 기계 제국의 용사가 되어 영원한 생명을 얻지만 일단 기계 인간이 되어 버리면 인간으로서의 삶은 끝나게 되는 것임을 메텔은 알고 있었다. 때문에 메텔이 파우스트의 아들인 줄 알고 지구에서 안드로메다까지 데려간 소년들은 대부분 안드로메다에 도착한 다음 메넬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프로메슘의 흉계를 알게 되었고 그와 함게 자신이 메텔에게 이용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메텔에게 이용당한 첫번째 희생양이 가짜 하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짜 하록 역시 본래는 철이처럼 그 무엇인가의 신념과 꿈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파우스트를 자신의 친아버지라고 믿은 나머지, 자신의 영웅이었던 하록을 뒤로 하고 파우스트의 편에 서게 된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영웅이었지만 이제는 적일 수밖에 없는 하록에 대한 반발심을 주입받은 채 기계 제국의 용사로 거듭났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 메텔이 또 다른 파우스트의 아들을 데려옴에 따라 가짜 하록은 메텔이 자신을 속인 것을 알고는 메텔을 증오하게 된다. 때문에 가짜 하록은 999호가 필연적으로 정차하게 되어 있는 지구와 안드로메다의 대부기점은 행성 헤비멜다에 시간성이라는 자신의 요새를 만들어 놓고는, 자신의 영웅이었던 하록의 이름을 팔아먹으며 메텔이 새로운 소년을 데려올 대마다 그 소년을 시간의 흐름 속에 영원히 가둬 버리려고 했던 것이다.
메텔이 입고 다니는 까만 코드. 이 옷은 서양에서 여자들이 장례식 때 입는 문상복이다. 다시 말해 메텔은 자신 때문에 기계 제국의 이슬로 사라져간 무고한 소년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뜻에서 그런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고, 이렇듯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소년을 데려가는 메텔의 행동이 가짜 하록의 눈에는 더없이 괘씸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데려가는 철이라는 소년은 파우스트의 아들임에 분명했다. 이따금씩 메텔품에 안겼던 철이는 '마치 엄마 품 속 같아'라는 말을 곧잘 하곤 했는데 이것은 단순히 모성애에 대한 보상 심리 차원이 아닌 철이가 메텔을 자신의 친어머니로 착각할 정도로 확실 명료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철이 엄마의 몸을 가지고 있었던 메텔을 엄마로 느꼈다는 것은 철이가 바로 파우스트의 친아들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헤비멜다에 정차히기 직전 메텔은 철이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내가 없더라도 철이 혼자서 여행할 자신 있지?" 이번에야 말로 파우스트의 친아들을 데려가는 메텔은 그 여느 때보다도 위험 부담을 절실히 느꼈던 것이다.
물론 메텔은 가짜 하록과 대결해서 이길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메텔의 의상에서 풍기고 있듯 메텔은 자신이 지은 잘못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에 자신 때문에 기구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 가짜 하록을 더 이상 적극적으로 응징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메텔에게 있어서 친아들과도 같은 존재인 철이를 가짜 하록이 영영 빠져나올 수 없다는 시간의 흐름 속에 가두어 버리자 드디어 메텔의 철이에 대한 모성 본능이 폭발한다. "우주 역사에 마녀라고 기록되어도 좋아. 철이를 위해서... 나는 절대로 당신을 그냥 둘 수 없어!" 그만큼 메텔에게 있어서 철이는 소중한 존재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은하철도 999]에서 가장 궁금한 미스터리는 메텔의 정체에 관한 것이다. 그녀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쓰모토 레이지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은하철도 999]는 [천년여왕]과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태양계와 안드로메다계의 중간 지점인 헤비멜다를 중심으로 천년 주기의 공전을 하고 있었던 혜성 라메탈이 정확히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에 지구와 충돌할 궤도로 태양계에 진입한다는 [천년여왕]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천년 여왕 한나(유키노 야요이)가 메텔의 어머니인 프로메슘 가문의 일원임을 시사하고 있다. 즉 이전까지의 자료를 찾아보면 이런 식으로 천년 여왕이 메텔의 선조처럼 표시가 되고 있다.
또한 [천년 여왕] 극장판 개봉 당시 극장에서 판매했던 팸플릿을 살펴보면 1982년도판 마쓰모토 만화 왕국의 족보가 상세히 나와 있다. 여기에는 프로메슘에게 두 명의 딸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메텔과 야요이이다. 한 가지 희한한 것은 야요이와 프로메슘의 관계는 母로 표시되어 있는 반면, 메텔과 프로메슘과의 관계는 母親으로 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유독 메텔과 프로메슘과의 관계에만 친모임을 강조했다는 점은 야요이와 프로메슘과의 관계는 이보다 뭔가 부족한(이를테면 프로메슘이 낳은 사생아정도?) 차이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송락현)
즉 이상에서 [은하철도 999]는 한편의 TV 만화영화가 아니라 [천년여왕]과 [우주해적 캡틴]과 연계된 작가 마쓰모토 레이지의 심혈이 담긴 한 편의 대서사 드라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씨네박)
은하철도 999의 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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