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헌 시인 신작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걷는사람 / 2020년 11월 11일 1판 1쇄 펴냄
128*200mm / 112면 / 값 12,000원 / ISBN 979-11-89128-92-0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
주영헌 시인의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걷는사람, 2020) 출간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 프로젝트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주영헌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이 출간되었다. 체념적 어투로
상실의 경험을 고백했던 첫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 2016)
와 달리 이번 시집은 시인 특유의 재치와 상상력으로 사랑과 위로를 노래한다.
주영헌 시인은 일상생활의 아주 사사로운 것들로부터 사랑을 발견한다. 그만큼 사랑이
라는 감정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인은 일상으로부터 발견한 사
랑의 순간을 가볍고 간결한 문장으로 독자에게 선물한다. “외로움과는 관계 없”이 “한없
이 당신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고 말하는 「안목 해변에 서서」, 당신과 나는 “
서로의 그림자처럼 가까운 곳에 있었”다고 말하는 「우리가 우리를 완벽히 껴안는 방법」,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말하는 「내 사랑이 가장 단단합니다」
등에서는 주영헌 시인만의 사랑에 대한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감싸 안
고 슬픔을 어루만져 주는 일,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어떤 파국도 함께 맞이할 준비가
되”(「고백하던 날」)는 일, “최선을 다해 사랑을 낭비”하는 일 모두 주영헌 시인이 독자들
에게 제시하는 사랑법이다.
특히 일상의 사사로운 일 모두 “심(心) 써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힘은 어디에서 오
나요」, “울기 시작하면 누군가가 찾아온다”고 말하는 「울기 시작하면」, “슬픔이나 이별
따윈 어제에 놔두고” 오기 위해 샴푸를 한다는「아침엔 샴푸」, “얼마나 더 울어야 내 울
음들 잔잔해질 수 있”냐고 묻는 「강릉 바다에 갔습니다」 등에서는 친근감 있는 언어로
코로나로 지친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친근감 있는 언어로 세대를 막론한 인간 보편의 감정, 사랑을 이야기하는 주영헌 시인
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시를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속 시 한 편을 전
해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다. 시인은 김승일 시인(시집『프로메테우스』
저자)과 함께 동네 책방을 직접 방문하며 시를 읽는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 프로
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1월 말까지 14회의 낭독회를 진행할 계획이며, 11월 마지막 낭
독회로 11월 27일 12관에서 ‘시집(CGV)과 만나다’는 주제로 독자와 만날 계획이다.
“작가가 독자 앞으로 다가가야 하는 까닭은 ‘독자가 없으면, 작가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독자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주영헌 시인은 오늘도 펜을 든다.
<CGV 용산아이파크몰>12관 ‘시집(CGV)과 만나다’ 링크
http://www.cgv.co.kr/culture-event/event/detailViewUnited.aspx?seq=31173&menu=005
작품 속으로
오늘도 바다는 해변을 두드립니다
얼마나 그리워야
쉬지도 않을까요
얼마나 외로워야
하루에 몇 번이나 육지를 껴안는 것일까요
보고 있으니
나까지 쓸쓸해져서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당신을 다시 안아보고 싶습니다
—「바다는 왜 해변을 두드릴까요」 전문
까치가 아침부터 울기 시작했습니다
울기 시작하면
누군가가 찾아온다는 말에
운다는 말을 다시 생각합니다
아이가 울면
엄마가 찾아와
토닥토닥 등 두드려 줍니다
내가 울면
누가 찾아올까요
바람이 같이 웁니다
내가 가여워 나무도 손을 흔드는 것입니까
저쪽에서
당신이 오고 있습니다
—「울기 시작하면」 전문
눈물을 참으려다가
목이 메어 오는 것은 참아 낼 수 없어서
눈을 꾹 감아버렸는데
당신도 나처럼
눈물을 참고 있었습니다
당신 쪽으로만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소풍날의 비 예보처럼
짐작이 확신이 되는 날이 있습니다
당신이 먼저 울어
내 가슴의 장마가 아무 때나 찾아올 것 같습니다
—「눈물은 정해진 방향이 없습니다」 전문
세상은 원래 한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이라고
회전목마를 탄 네가 말했다
네 얼굴을 보기 위해 거꾸로 앉았고
그때부터 세상이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겨울과 여름은 한없이 냉정하고 뜨거워서,
봄가을은 진심으로 외로워서
나는 놀이동산에 가지 않아
아이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 불안하지
불안은 미끄럼틀 위에서 뛰어내리는 해맑은 아이 같아
저 감정은 아이들을 집어삼키고 놀이동산까지 집어삼키겠지
너의 미소를 하얗게 삼켜버린 것처럼
까르르 웃던 네 모습 기억할 수 없어서
정말 미안해
—「회전목마」 전문
시인의 말
내가 좋아하는 이름이 있다
너무 미안해서
다음 생이 있다면
잊지 않고 살다가
그 이름을
다시 찾을 것이다
2020년 11월 11일
주영헌
시인 소개
시인. 2009년 계간 《시인시각》 신인상을 받아 데뷔했으며,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를 냈다. 동네 책방의 시 낭독회에서 독자를 만나고 있다. 마음속 시 한 편을 여러분들의 두손에 쥐여주고자 오늘도 펜을 든다.
추천사
시를 잘 모릅니다. 그런데 주영헌 시인의 시를 읽어보니, 시를 읽어본 지 아주 오래된 저에게도 시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랑이라는 보편 감정의 힘이 이렇게 강하군요.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 특유의 긴박한 리듬, 사랑하는 순간의 밝은 멜로디, 사랑으로 인한 아픔의 잔향까지 모두 시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요. 이 시집은 단어로 쓴 사랑의 음악입니다.
-노명우(사회학자)
시는 시 쓰는 사람의 삶에서 오고 자연에서 오고 세상에서 옵니다. 시인의 시도 그렇게 자신이 겪은 삶에서 찾아낸 시입니다. 시를 두고서 시의 등급을 정하거나 우열을 따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독자의 입장으로 볼 때, 시에는 오직 내가 좋아하는 시가 있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시가 있을 뿐입니다. “미안하다, 고맙다/먼저 다가와 말해줘서 고마워요//당신 사랑이 가장 단단합니다” (「내 사랑이 가장 단단합니다」)라는 믿음으로 앞으로 더욱 좋은 시를 쓰시기 바랍니다. 시는 학學 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습習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나는 자주 합니다. 부디 습, 그러니까 열심히 읽고 쓰는 일을 계속하시어 자기만의 시, 다른 사람은 흉내 낼 수 없는 좋은 시의 업적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나태주(시인)
시집 순서
1부 당신이 잘 살아야 내가 살아요
이별 예보
당신이 잘 살아야 내가 살아요
꼭 껴안는다는 것은
당신이 먼저 안아달라고 말해서
힘은 어디에서 오나요
내 사랑이 가장 단단합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나는 호빵맨
반대쪽
가슴이 두근거리는 까닭
민들레꽃 같은
울기 시작하면
고백하던 날
2부 원망은 혼자서도 잘 자랍니다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눈물은 정해진 방향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선언한 이별
에페epee
회전목마
헤어진 다음 날
원망은 혼자서도 잘 자랍니다
어느 봄날의 일
아침엔 샴푸
이 인분 식당
구름 없는 하늘이 흘리는 눈물
3부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 본 적이 있나요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 본 적이 있나요
토마토 알러지
바다는 왜 해변을 두드릴까요
강릉 바다에 갔습니다
안목 해변에 서서
말할 수밖에 없던 비밀
당신이 필요한 날
저 문안에 누가 살고 있습니까
당신에게 포위되다
우리가 우리를 완벽히 껴안는 방법
너와 함께 걷는 눈길
첫 키스의 추억
잔상
4부 날이 좋아서 이번에는
붕어빵
날자, 고래야
빨래하기 좋은 날
슬픔을 세탁하다
반딧불이
애인
같은 감정에 끓는 몸
마음 독감
사랑 독감
손톱이 자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랑이라는 병
너의 픔을 나의 품에
키스는 뒷면을 보여주지 않아요
마지막 봄날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