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찬 변호사가 변론준비를 위해 주거환경연구원을 찾았다. 소송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데, 특히 전문기관을 찾아 문의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주거환경연구원은 주택문제, 특히 재건축재개발에 관한 연구와 교육을 표방하며 많은 활동을 하는 단체였다.
마침 사무처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특히 주택보급률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변호사님, 혹시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주택보급률은 총 주택 수를 총 가구 수로 나눈 값입니다. 5년마다 통계가 나오는데, 가장 최근인 2012년도 것을 보면 전국 1천805만7천가구에 주택수 1천855만1천가구로 102.7%였습니다.”
“100%가 넘네요?”
“선진국에서는 주택보급률 100%를 넘더라도 멸실 주택, 신규가구 증가, 주택교체수요 등을 감안하여 적정 주택보급률을 12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 대한민국은 아직 주택이 많이 부족하다는 거네요. 지역별로 편차가 있을 것 같은데요?”
“2005년도 통계에 의하면 서울 89.7%, 수도권 96%, 대구 92.5%, 울산 99.7% 등으로 100%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왔고, 인천 101%, 전남 135.4%, 충남 129.1%, 강원 126.8%, 경북 126%로 집계되었습니다.”
“지방이 더 높네요?”
“이농현상으로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농촌 지역에 빈집이 늘어난 것이지요.”
“아, 그렇군요. 그럼 서울이나 경기도 쪽은 아직도 집이 많이 부족하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문제점이 더 있습니다. 주택 보급률은 단순히 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이것만으로는 다양해진 가구 형태나 주택 유형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습니다. 가구수를 살펴보면 실제로 독립된 주거공간이 필요한 단독 가구와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비혈연가구가 빠져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가구가 총 가구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러한 1인가구를 포함할 경우 2005년도 주택보급률은 82.7%로 떨어지게 됩니다.”
서울행정법원 B205호 법정.
대한민국과 서울시, 성북구청이 매몰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원피고 사이의 수차례의 서면 공방 이후 법원에서 제2회 변론준비기일통지서가 송달되었다.
첫 번째 쟁점에 대한 논점이 거의 표출되었다고 본 재판부가 두 번째 쟁점인 비용부분으로 넘어갈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정에서 원피고 소송대리인 간 설전이 오가고 있다.
“피고들에게 도의적인 책임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청구의 법적 근거를 밝혀야만 합니다.”
법무법인 승리로의 박찬성 변호사가 덤덤한 목소리로 주장을 마무리하자, 법무법인 창천의 김명찬 변호사가 메모를 보며 답변한다.
“피고측에서 이 사건 청구의 법적 근거를 밝히라고 합니다. 청구원인을 명확히 하라는 요청 같은데요. 원고가 조합을 설립하여 공익사업인 주택재개발사업을 수행한 것은 피고들을 대신하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공법상 사무관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공법상 사무관리에 기한 비용상환청구권 내지 이에 유사한 권리입니다.”
김 변호사의 답변에 주심 판사가 상황을 정리한다.
“알겠습니다. 조서에 기록해 두겠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서면 공방을 통해 원고가 매몰비용을 청구하는 근거와 그에 대한 피고 측의 반박이 충분히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재판장이 양측 소송대리인들을 바라보며 동의를 구한다. 김명찬 변호사와 박찬성 변호사 모두 말이 없다.
“이제 이 부분은 재판부의 판단만 남은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쟁점은 이 정도로 마무리 해 두고 두 번째 쟁점인 금액부분으로 넘어갈까 하는 데 괜찮겠습니까?”
김명찬 변호사와 박찬성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앞으로는 당분간 청구금액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고측에서 먼저 이에 관한 서면을 제출해 주시고, 피고측에서 반박할 내용이 있으면 반박 서면을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제2회 변론준비기일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이제 소송이 2라운드에 들어선 셈이다. 일주일 뒤 김명찬 변호사가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준비서면이 행정법원에 제출되었다.
준비서면
사건 2013구합11110호 매몰비용청구
원고 안암6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피고 대한민국외2
위 사건에 대하여 원고는 다음과 같이 변론을 준비합니다.
다 음
1. 이 사건 청구금액의 내역을 밝히기 전에 원고 조합의 정비사업 추진과정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인 바 이에 관하여 먼저 기술한 후, 매몰비용 내역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2. 원고 조합의 사업시행구역인 안암동일대는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주거환경이 매우 노후화된 지역입니다.
가. 2003. 7. 1. 도시정비법이 시행되고 2004. 6. 25. 서울시 고시 제2004-204호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발표되면서 이 지역은 주택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나. 이 지역이 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되자 일부 뜻 있는 토지등소유자들이 앞장서서 (가칭)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진위원회설립동의서를 징구하여 2005년 4월 2일 안암6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습니다.
다. 안암6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2005. 9. 30. 시공사 선정을 위한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주식회사 백두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였습니다. 당시에는 도시정비법상 시공사 선정시기에 대한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추진위원회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었습니다.
라. 중요한 업무파트너인 시공사를 선정한 안암6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으로부터 정비구역지정동의서를 징구하여 2006. 3. 20. 성북구청장에게 정비구역지정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성북구청장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구역지정을 미루었습니다.
마. 그러던 중, 2007. 6. 21. 오세훈 서울시장이 안암동 일대의 난개발을 막고 광역적인 도시재정비를 촉진한다는 이유로 이 지역을 안암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였고, 2008. 8. 16. 안암재정비촉진계획이 고시되면서 이 지역은 최종적으로 안암6재정비촉진구역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안암6재정비촉진구역은 기존의 안암6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예정구역보다 구역이 확대되었고 토지등소유자도 950명으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바. 이에 기존의 안암6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추진위원회 변경승인절차를 거쳐 안암6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로 변경되었고, 2008. 10. 1.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기 시작하여 전체 토지등소유자 75% 이상 동의를 얻어 2009. 4. 5. 조합창립총회를 개최하고 2009. 5. 1. 조합설립인가를 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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