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고 OB들의 사스페 알펜부르멘 프로메나데 트레킹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는 여러 의미로 사용된다.
단순히 ‘꽃이 있는 길’이 아닌, 최근 ‘꽃길’이라는 말은 ‘꽃길만 걷자’, ‘가시밭길을 걷지 말고 꽃길만 걷자’라는 말로 유행하기도 했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 꽃’에 나오는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가 ‘꽃길만 걷자’라는 유행어의 어원이라고 한다.
사스페Saas Fee에는 매년 2월 빙벽 월드컵 대회 취재로 6번이나 가며 박희용, 신운선, 송한나래 선수 응원으로 목 터져라 “가자”를 소리 질렀고 언젠가는 여름에 한 번 다시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알프스의 82좌 4,000m 고봉 중 2좌의 날카롭고 검은색의 눈이 달라붙지 않는 험봉이 있는 곳이다.
사스페의 바로 아래 마을 사스 그룬트의 산길에는 800여 종의 고산 야생화가 있고 200개가 넘는 꽃에 대한 설명 안내판이 있다.
꽃의 종류와 이름은 물론 10일에 한 번씩 ‘꽃이 필 것이다’ ‘언제 졌고 언제 핀다’ 등 자세한 설명이 꽃에 대한 감탄보다는 작은 안내판의 설명에 더 감동을 준다.
그 꽃길을 무뚝뚝한 경상도 사내 8명과 같이 갔다.
알프스 3대 북벽을 등반한 경험이 있는 옥정원 대원이 1조 조장을 맡고 10년 전 몽블랑을 등정한 대원들을 중심으로 안형수, 최원주, 이승원, 남기태, 전성률 대원들이 안자일렌을 했다.
지긋하신 선배들을 ‘초딩’으로 모시고 적당히 잘난 척하며 앞서니 뒤서거니 하며 정상을 오르는 맛이 참 ‘고소미’였다.
체르마트에서의 사람에 치이는 것 같은 번잡함이 싫어서 체르마트의 유명세에 치여 음지에 있는 사스페로 꽃남 8명의 꽃길 산행을 시작했다.
여덟 꽃남들과 새벽 산행을 하고 우리가 그 자리에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아니다. 온갖 형형색색 표현하기 힘든 꽃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덟 명의 꽃남들이 하나씩 둘씩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유롭게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작은 얼음 호수에서 뛰어 보기도 하고 하늘로 날아 보려고도 한다.
너 꽃을 보는 네 눈빛이 무심한 척 잘 숨겨왔었는데
오 예! 너 산 땜에 잠도 못 자고
나 꽃 땜에 잠도 못 자고
너 산 땜에 밤새 설레는데
나 꽃 땜에 밤새 설레는데 이제는 솔직히 말해볼래
꽃길만 걷게 해줄게
너 산 맘에 쏙 들게 할게, 나 꽃 맘에 쏙 들게 할게
너 산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나 꽃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내 머릿속엔 온통 너 산뿐이야
너 머릿속은 온통 나 꽃뿐이야
항상 너 산을 행복하게 해줄게
항상 나 꽃을 행복하게 해줄게, 오랫동안 느껴왔어 누구보다!!
더 더 더 딱 알겠어, 너 산을 보는 네 눈빛이 딱 알겠어
나 꽃을 보는 내 눈빛이 딱 알겠어
혹시 너 산도 바라고 있던 거야? 오 예
혹시 나 꽃도 바라고 있던 거야? 오 예
나 때문에 잠 못 들지 마, 나 때문에 고민하지도 마
이제는 너 산만 바라볼게 All Right?
이제는 나 꽃만 바라볼게 All Right?
꽃길만 걷게 해줄게, 너 산 맘에 쏙 들게 할게
나 꽃 맘에 쏙 들게 할게, 너 산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나 꽃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내 머릿속엔 온통 너 산뿐이야
너 머릿속은 온통 나 꽃뿐이야, 산의 꽃길만 걷게 해줄게
그 길을 같이 걸을래, 매일 너 산을 설레게 할래
너 산을 알게 된 순간부터 말하지 못한 아껴왔던 이 말,
산의 꽃길만 걷게 해줄게
오랫동안 꿈꿔왔어, 누구보다 산의 꽃길 위를 걸어가는 우리
우리 일행은 데이브레이크DAYBREAK의 ‘꽃길만 걷게 해줄게’ 개사를 해보며 사스페의 알파인 플라워 트레일의 아주 작은 야생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8개의 꽃들은 눈이 되고, 돌이 되고, 벌과 나비가, 호수가 되면서 모두 모여 작은 산이 되어 가고 있었다.
트레킹 안내
소요시간 5-6시간
위치 사스페 사스 그룬트 1,559m(자동차 10분) 크로이츠보덴 2,397m (곤돌라를 두 번 갈아타고 15분)
플라트보듀 갈림 길(약 100분) 트리프트 2,072m (약 100분) 사스 그룬트(약 100분) 사스페(자동차로 10분)
코스 개요 사스그룬트Saas Grund에서 크로이츠보덴Kreuzboden까지 곤돌라로 올라가서 걸어서 내려오며 에델바이스는 물론 자연보호 지정 꽃 종을 볼 수 있다.
크로이츠보덴에서 정상인 호사스Hohsaas까지 올라가서 만년설산인 바이스미스Wissmies·4,023m의 거대한 빙하를 볼 수 있고 등반을 할 수 있다.
바이스미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하산 시간의 세락 붕괴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크레바스를 피하기 위해 새벽에 출발해 낮 12시 전에 하산을 완료하는 게 좋다.
포인트 가이드
- 호사스 정상 역까지 가려면 중간 역에서 내려 곤돌라를 갈아타야 한다.
- 호사스 정상 역에서 바이스미스 산의 웅장함을 즐기고 곤돌라로 중간 역에서 내려 하산하며 알파인 꽃을 관람하는 게 일반적인 트레킹이다.
- 중간 역부터 하산 길에는 고산 식물에 대해 자세한 설명 안내판이 있어 꽃 이해에 도움이 된다.
- 말리가(2,478m)를 지나면 암반의 길이 나타나고 오르막길도 끝난다.
-초원 지대가 시작되고 에델바이스를 비롯한 야생화가 만발해 있어 발걸음을 멈춘다.
- 트리프트(2,072m)까지 경사가 심하며 돌사태가 난 지역은 지그재그 암반 길이며 이후는 길이 편해진다.
- 임 그룬트까지 편한 등산로로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