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많은 사람엔 산삼도 독?... 복용법만 잘 지키면 `보약`
김보람 기자
입력 : 2022-06-07 22:52:34
수정 : 2022-06-07 22:52:41
코로나19 이후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예로부터 '만병통치약'으로 각광받은 산삼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실제 산삼의 학명은 'Panax ginseng C.A Mayer'로, 여기서 Panax는 '모든 병을 치료한다'는 의미의 그리스어다. 이렇게 건강에 좋은 산삼도 열이 많은 체질은 복용을 삼가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열이 많아도 복용법을 지키면 괜찮다는 설명이다. 산삼은 인삼 종류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한국과 중국 북부 등 동북아시아에서 자생한 '자연산 고려인삼'을 산삼으로 칭한다. 자연산은 조류가 배설한 씨에서 싹이 돋아 자라난 경우를 말한다. 산삼은 매우 까다로운 조건에서만 자란다. 그래서 성장 속도도 느리고 번식력도 약하다. 조선 실학자 서유구가 펴낸 농업 백과전서 '임원십육지'에도 "산삼에 싹이 나도 쓸 만하게 성장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기록돼 있다.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침엽수가 섞인 무성한 밀림지대, 고온다습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습도가 유지되는 환경, 마사토(화강암이 풍화한 흙)에 낙엽이 부식하는 곳에서 산삼이 자랄 수 있다.
이렇게 자생이 어려운 탓에 산삼은 매우 고가로 거래되곤 했다. 그런데 최근 기술 발달로 산삼 뿌리를 인공적으로 배양한 '산삼배양근'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신지영 코시스바이오 박사는 "산삼배양근은 천연 산삼과 성분이 유사하고 인삼보다 사포닌 함량이 높으며 다양한 약리 성분이 함유돼 각종 제품으로 개발된다"고 설명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산삼은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은 달다. 또 정신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오장육부를 보호하며 기가 약한 사람을 치료한다. 산삼이 이런 효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생리활성물질 '사포닌' 때문이다. 신 박사는 "특히 산삼에 함유돼 있는 사포닌은 다른 식물에 들어 있는 것보다 강력한 생리활성 작용을 해 항암·항노화 효과 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인삼에는 폴리페놀도 풍부하다. 폴리페놀은 대표적인 항산화물질로, 활성산소를 제거하거나 해롭지 않은 물질로 바꿔준다. 활성산소가 많으면 우리 몸의 정상 세포가 손상돼 여러 질병이 유발될 수 있다. 폴리페놀이 이를 막아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산삼은 성질이 따뜻해 기력 회복에도 효과적이다.
산삼은 따뜻한 성질을 지닌 탓에 열이 많은 체질에는 금물이라고도 알려졌다. 한의학에서는 사람 체질마다 장기 기능에 차이가 난다고 보고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4가지로 나눈다. 여기서 '양인'은 열이 많은 유형으로 산삼을 먹으면 안 된다고 알려진 체질이다. 실제로 이들이 산삼을 단독으로 섭취하면 뒷목이 뻣뻣해지고 두통이 발생하거나 가슴 두근거림, 피부 발적·가려움, 안압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대신 전문가들은 과량으로 섭취하지 않고 복용법을 잘 지키면 괜찮다고 설명한다. 정민우 도곡한의원 원장은 "열이 많은 체질이 산삼을 복용한다면 양을 줄이고 차게 먹거나 한의사와 상담해 다른 약재와 혼합해 복용하는 것이 좋다"며 "또 기력이 많이 쇠했다면 산삼을 직접 먹기보다 달인 물로 섭취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산삼과 잘 붙어다니는 약제는 침향이다. 산삼침향환, 산삼침향단이 바로 그것. 고급 한약인 공진단에 들어가는 약재도 바로 침향이다. 침향나무의 진이 오랜 세월에 걸쳐 굳어진 것을 침향이라고 한다. 실제로 한의학에 따르면 침향과 산삼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어 궁합이 좋다.
[김보람 매경헬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