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레미콘 협동조합이 4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생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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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레미콘 제조사 단체가 현재 파업 중인 레미콘 차주 측에 중재안을 제시했다. 당초 내년 1월 1일부터 인상키로 한 차량 1회 운송비 5천원 가운데 금년에 3천원을, 나머지 2천원은 내년 1월에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1일 이후 2개월 이상 이어져 온 울산 레미콘 파업이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울산 레미콘 제조업체 17곳 가운데 5개 회사는 5천원 인상에 동의한 상태다.
울산 레미콘 협동조합(이사장 조경태)이 4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 건설경기가 침체돼 제조사 측이 임직원을 줄이는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운반비만은 인상하기로 했다"며 "차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 현재의 난국 수습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제조사 측의 최종적인 제시안과 협조 요청에도 현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에 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총 건설기계 노조 소속 레미콘 운송자 대신 자가용 차주를 대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울산 레미콘 파업사태는 지난 6월 제조사와 차주 측이 운송비 인상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당시 7월 재계약을 앞두고 차주 측은 1회 운송비용을 현행 4만 5천원에서 5만원으로 5천원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은 지역 건설경기 침체를 이유로 운송비 동결과 함께 재계약 기간이 만료된 408명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레미콘 공급 중단으로 지역 건설현장이 공사를 중단하는 사태가 이어지자 레미콘업체ㆍ건설업체ㆍ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등이 파업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2개월여 동안 사태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 14일 울산지역 17개 레미콘 사업자들은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의 운송거부로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각종 공사 현장의 공정이 지연되는 등 사회ㆍ경제적 손실이 늘어나고 있다"며 노조 측에 성실한 교섭을 요구했다.
또 지난달 28일부터 레미콘 근로자 4명이 고공 농성에 들어가자 울산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민주노총울산본부 등이 레미콘 제조업체에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추석 전 타결을 위해 사측은 성실히 협상에 나서고 울산교육청, 울산시, 울산고용지청 등 관련 기관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날 레미콘 제조업체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중재안을 제시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석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가동 중단사태를 극복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양측이 더 이상 불필요한 소모전을 지양하고 접점을 찾아 사태해결에 주력하자"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제시된 중재안이 보다 조기에 실효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기자회견 직후 기존 2개 업체 외 3개 업체가 5천원 인상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나머지 제조업체 12개사도 조기 인상을 단행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울산레미콘 협동조합 고광석 부장은 4일 통화에서 "5개 업체가 5천원 인상을 결정했기 때문에 나머지 제조업체들도 이에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