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경상적자 45억달러… 코로나때 넘어 사상 최악
수출 감소-여행수지 적자 여파
올 1월 경상수지가 무역수지에 이어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수출 감소가 심화된 데다 해외여행 재개로 서비스수지 적자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쌓여 외국으로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대외부채 부담을 늘릴 수 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0년 이후 가장 큰 적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으로 2020년 4월 기록한 종전 최대 적자(―40억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11월 2억2000만 달러 적자에서 12월 26억8000만 달러 흑자로 전환됐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 악화를 이끈 건 역대 최대 적자를 낸 상품수지(―74억6000만 달러)였다. 상품의 수출입 차이를 계산한 상품수지는 수출 감소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품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낸 것은 1996년 1월∼1997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지난해 1월 8억3000만 달러에서 올 1월 32억7000만 달러로 급증한 것도 한몫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여행수지 적자(―14억9000만 달러)가 1년 전의 약 3배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해외여행 늘며 여행수지 적자 3배로… 반도체 수출 43% 급감
1월 사상 최대 경상적자
상품수지 역대 최대 적자 영향
한은 “연간으론 흑자 보일것” 전망
상품수지 및 경상수지 최대 적자는 핵심 품목인 반도체 수출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한 영향이 크다. 1월 수출은 지난해보다 14.9% 줄었고 수입은 1.1% 늘어 상품수지 적자 폭을 키웠다. 이 중 반도체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43.4% 급감했다. 이 밖에 전기·전자 제품(―33.2%), 철강 제품(―24.0%), 화공 제품(―18.6%) 수출도 크게 줄었다.
지역별로는 중국(―31.4%), 동남아(―27.9%), 일본(―12.7%) 순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유럽연합(EU·0.3%)과 중동(4.5%)은 수출이 늘어났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주요 선진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동안 한국은 중국의 고성장에 힘입어 수출이 성장세를 이어갔는데 이번에는 그런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상품, 서비스, 자본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상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아져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글로벌 긴축 기조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또 달러로 결제되는 대외부채의 원리금 부담을 높여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가격을 높여 고물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가 연간으로는 흑자를 보일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2월은 1월보다 무역적자가 상당 폭 축소된 만큼 경상수지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200억 달러대 경상수지 흑자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2차전지, 승용차 등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2월에는 경상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경상수지 적자를 부추기는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요인이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담할 수 없기에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와 맞물려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