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주부 우모씨는 그 날만 생각하면 여전히 등골이 오싹하고, 오금이 저린다. 33층짜리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창문이 날아가던 그 순간을…. 그 때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이 아파트 주민들은 곰팡이가 덕지덕지 붙은 벽을 껴안고도 환기 한번 마음 놓고 시킬 수가 없다.
입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지금까지 주민들은 행여나 아파트값이 떨어질까 속 시원히 원망 한번 털어놓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시공사인 대우건설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준공 승인을 받기 이전인 2010년 5월께 한창 마무리 공사를 진행하던 아파트에서 발코니 창문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한번 쯤은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거니…’ 했었다. 그런데 입주 이후에 벌어진 세번의 같은 사고는 무엇으로 설명할텐가. 사람 목숨을 담보로 한 아파트에서 살 수가 없다. 언제 내 머리 위로 창문이 떨어질 지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아파트에서 한시도 못 살겠다”.
머리띠와 피켓으로 중무장을 한 50여명의 주민들은 얼마 전 시공사인 대우건설 사옥 앞에서 이 같이 울부 짖었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대형 발코니 창문이 차량위로 떨어져 창문은 물론, 창문 밑에 깔려 반파된 차량이 담긴 아찔한 사진이 있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06년 5월 대우건설이 분양한 시흥5차 푸르지오다. 당시 분양가는 3.3㎡당 1100만원대로 단지 주변의 은행동의 기존 아파트에 비해 100만원 이상 비쌌다.
랜드마크라더니… “창문 추락사고로 유명세”
첫 번째 창문 추락사고가 벌어진 것은 2010년 5월께로, 아직 준공승인이 나지 않았던 시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해 6월께 계약자들의 입주가 마무리될 즈음부터 다시 불거졌다. 13층과 20층에서 동시에 대형 발코니창이 떨어진 것이다. 분명 그 날은 다소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창문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세기가 강하지는 않았다는 게 입주자들의 전언이다.
주민 김모씨는 “문제는 추락사고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고층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환기를 시키던 창문을 닫으려다 창문과 창틀의 이음새 역할을 하는 경칩이 떨어져 나가면서 창문이 떨어져 나갈까 잡고 있는 사고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일반 아파트와는 달리 주상복합 아파트는 고층으로 지어지기 때문에 빌딩처럼 안쪽으로 열리는 시스템창호가 설치된다. 때문에 일반 아파트에 비해 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아파트에 설치된 시스템창호는 세대 안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열리도록 돼 있다. 무려 세번의 사고가 터지면서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대우건설 측에 하자 보수를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황당했다. 준공이 된 이후에 벌어진 사고였던 만큼 ‘사용자의 부주의’라는 것이다.
결로(건물 외부와 내부의 온도차로 습기가 차는 현상)로 인한 곰팡이 문제는 아파트 전체(426가구)가 겪고 있다. 보통 아파트를 계약할 때, 발코니 확장 여부는 계약자가 결정할 수 있지만, 이 아파트는 발코니 확장 공사가 의무적이었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물론 결로가 있다고 모두 곰팡이가 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창문이 날아갈까 환기를 제대로 못 시키고 있다면 얘기는 다르다.
주민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과 벽에서 흘러내린 물 때문에 바닥이 흥건하다. 우리는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 권리가 있다. 세대당 1000만원이 넘는 확장비를 부담하고도 부당하게 참고 있을 수는 없다. 창문에 대한 보수와 함께 이 후에도 이런 사고가 터질 경우, 사용자 과실이 아닌 시공사의 시공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서면 약속을 바란다. 더욱이 결로를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주민들은 전 세대의 창호를 이중창으로 교체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2.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