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새해 첫 시무식을 하네, 새로 맞이하는 병신년에 실천하고픈 혹은 이루고픈 새해 계획을 세우네 어쩌네 바쁘지만
쥔장은 그냥 물 흘러가는대로, 세월에 낚이는대로 살겠다고 마음 먹었다.
뭔가를 계획한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별 것도 아닌 것 같이 여겨질 나이 쯤이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본래 헛 약속이나 빈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특별한 계획같은 것 없이 새해를 맞긴 했었다.
아마도 그런 특별하지 않음에 대해 별 불만이 없다는 것은 안성이라는 공간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나서 부터가 아닐까 싶은데
시골살이라는 것이 자연을 마주 하면서 쓸데 없이 거창함을 주종목으로 하는 오류를 범하게 하지는 않는 듯하다는 생각.
아니면 일단 약속을 하거나 계획한 것은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하는 성격 때문에
나이 들어서까지 뭔가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꽉 조여져야 하는 삶에 질리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긴 한다.
그냥 바람처럼 그 어느 것에도 걸림 없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지는대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 지금의 처지이기도 한...
어쨋거나 개인적으로 일상의 시무식은 두편의 영화보기로 시작되었다.
천만 관객의 히말라야, 천만 관객을 무난히 넘길듯한 영화 내부자들.
하지만 개인적으로 우리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어서 국내 영화를 볼때마다 신중을 기하는 편이기도 하고
선택된 영화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을만큼 자신을 갖고 영화를 즐기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리 많은 국내 영화를 관람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뻔한 줄거리와 소재 그리고 기법들이 너무나 훤하게 눈에 보이기 때문인 것이다.
말하자면 선택한 영화 관객으로서 그 즐김이라는 것이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화면 촬영은 어찌 했는지 음악은 어떤 것이 쓰여져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지
실제로 배우들의 호흡은 어땠는지 까지 생각하면서 보느라 다른 사람들 보다 힘들게 보는 편이긴 해서
스트레스 풀러 영화를 보러 갔다가 넉다운이 되어 돌아올 때도 있으니 예전처럼 쉽게 아무 영화나 보지도 못하고
그러 할 일 없이 아무렇게나 선택한 영화는 더더욱 보기가 싫고 시간 낭비 같아 즐겁지도 않고 뭐 그렇다는 말이다.
암튼 그런저런 이유로 선택되어진 "히말라야"는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기본 구성으로 하였고
개인적으로는 티비 영상자료를 통해 엄홍길 대장과 박무택 대원의 인연 과정 전편을 섭렵하였기에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까 염려를 했었지만 웬걸? 영화 "히말라야"는 강추하고 싶을 만큼 절대적으로 뛰어난 작품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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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기가 막히도록 압도하는 촬영이 대단하였고 배우들 하나하나의 탁월한 연기가 베스트 였으며
그중에서도 황정민 , 정우의 완벽한 케미는 영화를 끌어당기는 힘이기도 하다.
더불어 영화 히말라야의 배경으로 쓰여진 음악이 조화를 이뤄 그야말로 굿굿굿이었다.
전편에 흐르는 사람냄새 또한 두말 하면 잔소리요 와중에 섬세한 내면 연기까지 두루 보여주는 장면장면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니
그동안 산을 주제로 하는 영화 몇편 본 것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엄홍길의 역할로 나온 황정민이 "이젠 지쳤다" 고 읊조리는 장면에서는 울컥...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어찌 엄홍길 대장만 그러하겠는가.
삶이라는 여정에 함께 돛을 매단 사람들은 누구나 그러할 것이며 특히 가장의 자리에 선 아버지들이 그럴 것이며
그중에서도 리더라는 자리에서 진두지휘 해야하는 많은 선봉장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가 걸어가는 늦은 밤, 계단을 휘청거리듯 걸으며 짙은 페이소스를 전달하는
골목길의 반듯하지 않은 등의 뒷모습은 외로움의 극치를 보줌은 물론 또 얼마나 쓸쓸해보이던지 가슴 저리도록 울컥.
안다...산을 선택한 사람들의 운명이 어떠할지.
그리고 그 산사나이를 가장으로 둔 가정의 식구들은 또 어떠할지 보인다.
산악인만 그러하겠는가.
전 국민의 전 직업군단이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특히나 산악인들의 이야기에 더욱 더 공감하고 그들이 가는 길에 박수를 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목표를 향해 가는 그 자리에 다른 이들과 달리 그 산 정상에는 대가 없는 메아리와 해냈다는 성취감만 존재할 뿐.
말하자면 엄홍길 대장처럼 이룬 목표에 대해 주어지는 보상은 없다는 것이요
16좌 성공에 대한 엄홍길 이름 석자만 존재할 뿐이지만 그것도 관심있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끈한 산 사람의 우정 속에서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의리를 지키기에는
우정과 인간애와 실제와 생존 사이를 오가는 절묘한 갈등 또한 현실이기도 하다.
허나 그들은 생활의 생존을 택하지 아니하고 산악인으로서의 의리를 택했다.
휴머니스트 원정대라 이름짓기엔 그들의 그릇이 무한대인 셈이니 단어로 정리하기가 어려울 터.
끝까지 죽은 자를 산 밑으로 내려놓기 위해 애를 쓰던 산악인들의 처절함과 고군분투가 어찌나 절절하던지
결국엔 박무택 대원의 아내가 결단, 결정의 한 마디를 전달하는데 그 또한 울컥이다.
"오빠야는 산에서 친구들과 살고 싶은 것'이라는.....그 결정적인 한 마디로 박무택 대원은 돌무덤의 주인이 되고 말았지만
그를 사랑한 또다른 산악대원이자 동료, 형제, 가장들의 목숨은 구한 셈이 되겠다.
영화 히말라야 전편에 인간애가 넘쳐난다.
살면서 잊고 살았던 혹은 잃어버리고 말았던 성정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사람에 대한 애정, 인간에 대한 조건없는 사랑...마음이 따스해졌다.
비록 눈물을 흘리기는 하였지만 영화라 할지라도 내면을 건드려 진정성을 읽게하는, 알게하는 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은 꼭 한 번쯤 들여다 보심이 좋을 듯 하다.
끝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도록 실화를 바탕으로 진솔하고 근사한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며
주 조연의 역할을 착실하게 해내준 배우 한명 한명에게 모두 박수를 보낸다.
쥔장에게 "히말라야" 라는 영화가 주는 감동은 대단했으며
그 감동은 아직도 유효하다.....
추신 : 사진은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슬쩍 촬영한 것이며 그로 인해 약간의 민페를 끼치기는 했다.
그리하여 "내부자들"의 사진은 단 세컷...내일은 영화 "내부자들"에 대해 한 마디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