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느린 현상은 공동체 생활에서 외톨이, 부주의, 부정적 교우관계로 나타날 수 있다. 부모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모의 기대 수준에 따른 영향으로 배움이 느려진 학생인지, 난독증으로 인한 것인지 관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배움이 느린 현상을 진단할 수 있는 전문적 안목이 필요하다. 학부모 상담을 통해 진단과 처방을 제시할 수 있다면, 서로 간 신뢰가 생겨 불필요한 갈등을 줄여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카톨릭 의대 김영훈 교수의 『배움의 느린 아이들』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도 공통으로 고민하는 사항인지라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영훈 교수는 책에서 배움이 느린 아이를 학습 속도가 느린 아이를 정의하고 있다. 흔히 혼동하는 것 중에 하나가 학습 장애와의 구분이다. 학습 장애는 보통 뇌에 이상이 있거나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과 같은 장애를 지니고 있는 경우라서 치료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경계선 지능(IQ 70~84)을 포함하여 가정적 환경, 부모의 양육 태도, 기타 사회적 요인으로 배움이 느려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임을 먼저 고려하고 읽어야 한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배움이 느린 아이를 판단할 때 직관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을 가지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학업 성적이 지극히 낮거나 학습을 따라오는 속도가 떨어지는 경우, 공부를 싫어하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에 배움이 느린 아이로 분류한다. 물론 그들 중에는 특별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김영훈 교수는 배움이 느린 아이는 배우는 과정에서 누군가 도움을 주면 해낼 수 있다라고 한다. 가장 좋은 파트너는 부모이겠지만 가정만큼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상황인지라 담임 선생님의 역할도 무척 중요할 것 같다. 배움이 느린 아이들의 유형으로 글자를 유창하게 읽지 못하고 구구단을 잘 외우지 못하는 기본 학습력 부족한 아이,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 기질 상 느긋한 아이, 공부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아이, 의욕이 없는 아이, 재촉하는 부모를 둔 아이 등이 있다.
배움이 느린 아이의 특징은 주의력 부족과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어휘력도 떨어지고 심리 정서적 측면에서는 오래된 학습 무기력, 학습 동기 저하, 불안과 위축으로 낮은 자아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징을 감안하여 배움이 느린 아이를 만났을 때 적절한 칭찬과 보상으로 학습 외적 동기를 끌어 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지속적인 격려와 신뢰다. 누군가가 자기를 알아봐주거나 인정해 주면 좋아지는 것처럼 배움이 느린 아이에게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부모(교사)와의 상호작용이 과제 수행력과 자존감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어떤 모습이든 항상 힘이 되어주는 어른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다.
배움이 느린 아이에게 가장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부모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생각, 대화 방식, 식생활, 수면 습관의 역할 모델이 되어주어야 한다. 긍정적인 양육 태도는 아이의 뇌를 자극해 재능을 꽃 피우게 할 수 있다. 분노와 두려움, 혐오와 불안은 학습 참여에 장애물이 된다. 따라서 배움이 느린 아이가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배경 요인을 가정에서부터 만들어주어야 한다. 40년간 하와이 섬의 아이들을 종적 연구한 에미 워너는 가정에서부터 회복탄력성을 키워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움이 느린 아이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갈등이나 문제가 생길 확률이 비교적 높다. 단순히 읽지 못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에 아이에게 난독증이 있을 경우 반드시 진단과 치료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난독증은 듣고 말하는 기능이 떨어져 머릿속으로 글자의 소리를 처리하면서 동시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능력이 부족한 현상을 말한다. 난독증 아이가 낭독하는 모습을 보면 문장에서 읽기 어려운 단어를 빼먹고 읽거나 다른 단어로 바꿔 읽는 경우가 있다. 난독증은 신체의 평형 감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평형 감각은 운동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읽기 능력도 좌우한다. 리듬 감각도 마찬가지다. 신체 활동을 유도하거나 규칙적인 음악 놀이도 난독증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이들을 향한 정서적 지지와 신뢰로 자기 주도성을 키워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한 가지 더 혹시 가정에서 부모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 배움이 느린 자녀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