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종·다언어 무슬림이 이끄는 캐나다 변화
37개국 출신이 빚어내는 무지개빛 문화 융합
캐나다의 무슬림 인구가 180만 명을 넘어서며 기독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종교 집단으로 자리잡았다. 2021년 인구조사 결과 전체 인구의 4.9%를 차지했으며, 이는 2001년 2.0%와 비교하면 20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캐나다 무슬림의 70% 이상이 토론토, 몬트리올, 밴쿠버 등 대도시권에 거주하고 있다. 에드먼턴과 캘거리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80%에 달한다. 특히 토론토는 전체 무슬림의 절반이 모여 사는 중심지로, 손클리프 파크와 미시사가 등에 대규모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무슬림 사회의 인종 구성은 매우 다양하다. 남아시아계가 37.6%로 가장 많고, 아랍계 32.2%, 서아시아계 13.0%, 흑인 11.6% 순이다. 30%는 캐나다 출생이며, 나머지는 파키스탄(12.7%), 이란(5.8%), 모로코(4.2%), 알제리(4.2%) 등 37개국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슬림 인구의 평균 연령은 30세로, 전체 국민 평균 41.2세보다 훨씬 젊다. 15~64세 경제활동인구 비율도 67.4%로 전국 평균 65.4%를 웃돈다. 이러한 젊은 인구 구조는 캐나다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언어 사용에서도 다양성이 두드러진다. 가정에서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비율이 47.3%로 가장 높고, 아랍어(18.1%), 프랑스어(15.3%), 우르두어(13.0%) 등이 함께 쓰이고 있다. 이러한 다언어 환경은 캐나다의 문화적 다양성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무슬림들의 정치 참여도 활발하다. 소말리아계 최초의 연방의원인 아메드 후센 전 이민부 장관, 이슬람 혐오 반대 법안을 발의한 이크라 칼리드 의원, 다문화주의와 여성 권리를 옹호하는 살마 자히드 의원 등이 캐나다 정치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기술, 금융, 의료, 소매업 등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소규모 자영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규모의 기업을 운영하며 캐나다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무슬림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밴쿠버 출신 시각예술가 사라 칸, 토론토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S.K. 알리, 수단계 캐나다인 시인이자 음악가, 영화감독인 무스타파 아메드 등이 새로운 문화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다. 무슬림 복지센터와 이슬라믹 릴리프 캐나다는 난민 지원, 푸드뱅크 운영,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 무슬림 위원회(NCCM)는 시민권과 인권 보호를 위한 법률 지원과 정책 제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2017년 퀘벡시티 모스크 총격 사건과 2021년 런던 온타리오 차량 테러는 반이슬람 정서의 위험성을 보여줬다. 특히 해외 학위나 자격증을 인정받지 못해 전문직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민자들의 취업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이슬람 혐오 대응 특별대표실을 설치하고 반이슬람 범죄 통계를 집계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캐나다 문화유산부는 다양성 증진과 반차별 프로그램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1870년대 첫 무슬림 이주민이 도착한 이래 150년이 지난 지금, 캐나다 무슬림 사회는 캐나다 다문화주의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무슬림 커뮤니티는 캐나다의 사회, 문화, 경제 발전에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