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황제도 즐겨 먹었는데.." 한국에선 흔하게 먹는 '시장 반찬, 쑥갓'
시장이나 마트 채소 코너에 가면 천 원 남짓한 가격으로 손쉽게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초록색 잎채소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매운탕이나 우동 위에 고명으로 살짝 얹거나,
끓는 물에 데쳐 집된장과 참기름에 조물조물 무쳐 먹는 아주 친숙한 반찬입니다.
너무 흔해서 그 영양적 가치를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운 식재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소박한 집밥 반찬으로 여기는 이 채소는 과거 중국 황실에서 귀하게 대접받던 궁중 식재료였습니다.
황제가 즐겨 먹던 진미라고 하여 중국에서는 지금도 황제의 채소라는 뜻의 '황제채(皇帝菜)'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평범한 외양 뒤에 중장년층의 건강 관리에 유익한 영양소를 골고루 품고 있는 이 채소의 정체와 가치를 짚어봅니다.
과거 중국 궁중의 식탁에 올랐던 이 식재료의 정체는 바로 '쑥갓'입니다.
중국 인민일보에서도 쑥갓을 두고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영양 가치가 높아 고대 궁중 요리에 쓰이면서
황제채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국물 요리의 향을 돋우는 부재료로 쓰이지만,
살짝 데쳐서 '쑥갓나물'로 무쳐 먹으면 잎과 줄기의 영양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쑥갓을 씹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쌉싸름하고 향긋한 내음은 '벤즈알데히드'와 '알파피넨' 같은 방향성 정유 성분에서 비롯됩니다.
이 정유 성분들은 후각과 미각을 자극해 위액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소화 기능이 예전 같지 않거나 환절기에 입맛을 잃었을 때 쑥갓나물을 곁들이면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인체는 호흡과 대사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활성산소를 만들어내며,
과도하게 쌓인 활성산소는 세포막을 손상시키고 노화를 촉진합니다.
또한 중장년기에 접어들면 망막의 시각 세포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면서 눈의 피로감이나 건조함이 쉽게 나타납니다.
이때 녹황색 채소에 풍부한 항산화 영양소를 꾸준히 보충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촌진흥청 식품영양 자료를 보면 쑥갓은 엽채류 중에서도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습니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 흡수되면 비타민 A로 전환되어 시각 유지에 필수적인 로돕신의 재합성을 돕고
점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평소 쑥갓나물을 자주 섭취하면 체내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침침해진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장내 유익균의 균형을 맞추고 원활한 배변 활동을 유지하려면 충분한 수분과 함께 불용성 식이섬유를 섭취해야 합니다.
식이섬유는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대장까지 이동해 변의 부피를 늘리고 장벽을 물리적으로 자극합니다.
이와 함께 혈관 내 삼투압을 조절하는 무기질인 칼륨은 체내 수분 및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합니다.
쑥갓에는 조직이 부드러우면서도 장의 연동운동을 자극하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평소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이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쑥갓 100g에는 다량의 칼륨이 포함되어 있어 국이나 찌개 위주의 식습관으로 인해 체내에 쌓이기 쉬운
나트륨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혈관 벽이 받는 압력을 완화하고 전반적인 혈압 및 혈관 건강을 관리하는 데에도 유익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쑥갓의 핵심 영양소인 베타카로틴과 뼈 건강에 관여하는 비타민 K는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 성분입니다.
생으로 쌈을 싸서 먹는 것도 좋지만,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숨이 죽을 정도로만
살짝 데친 뒤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둘러 나물로 무치면 체내 영양 흡수율이 한결 높아집니다.
여기에 으깬 두부를 넣어 '쑥갓두부무침'으로 만들면 쑥갓에 부족한 식물성 단백질과 칼슘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어
영양학적으로 훌륭한 궁합을 이룹니다.
다만 쑥갓 특유의 향을 내는 정유 성분과 비타민 C는 열에 약해 오래 가열하면 쉽게 휘발되거나 파괴됩니다.
나물로 조리할 때는 끓는 물에 줄기 부분부터 넣어 20~30초 내외로 짧게 데친 후 곧바로 찬물에 헹궈 잔열을 식혀야
아삭한 식감과 영양소를 온전히 지킬 수 있습니다.
줄기가 너무 굵지 않고 잎에 광택이 돌며 손으로 꺾었을 때 경쾌하게 부러지는 것을 고르면 더욱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특별하고 값비싼 보양식을 찾는 것도 좋지만, 진정한 건강 관리는 매일 마주하는 일상 식탁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시장에서 흔히 마주치던 소박한 쑥갓 한 단에는 과거 황실에서도 인정했던 알찬 영양소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는 향긋한 쑥갓을 살짝 데쳐 고소한 들기름과 두부를 곁들인 나물 반찬 한 접시를 올려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