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상추 밭을 중동으로… K스마트팜 수출 돌풍
미국·네덜란드 능가하는 ICT 접목 스마트팜, 잇따라 해외로
강우량 기자 입력 2023.05.09. 03:00 조선일보
지난달 26일 오후 3시쯤 찾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농업회사 플랜티팜의 스마트 수직농장인 ‘티팜’. 높이 약 10m 컨테이너형 건물 1층, 2층에 높이 4.8m의 재배실이 마련돼 있었다. 위생복을 입은 작업자들은 흙 대신 검은색 스펀지로 채워진 채소 모판을 8층 선반에 하나씩 끼워 넣고 있었다.
이곳에선 ‘유럽의 상추’라 불리며 샐러드용으로 쓰이는 프릴아이스를 동시에 27만5040포기까지 생산할 수 있다. 단일 수직농장 중에선 아시아 최대 생산능력이다. 그런데 우리 기술로 개발된 이런 수직농장이 중동의 척박한 땅에도 세워질 예정이다. 플랜티팜 관계자는 “쿠웨이트에 200평 규모 수직농장을 건립했고, 오는 7월 가동 예정”이라고 했다. 쿠웨이트에서 가동되는 ‘1호’ 한국산 수직농장이다.
농산물 수출에 그치지 않고, ‘한국형 스마트팜’을 수출하는 기업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작년 1억달러 수준이던 스마트팜 수출액은 올해 70% 늘어난 1억7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한국 농부입니다 - 지난달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농업 회사 플랜티팜의 수직 농장 '티팜' 내 재배실에서 위생복을 갖춰 입은 직원이 '유럽의 상추'로 불리는 프릴아이스 12포기가 심어진 모판을 나르고 있다. /김영근 기자
◇ICT 기술 접목한 K스마트팜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작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해주는 농장이다.
예컨대 이날 찾은 티팜 재배실 선반 천장엔 파란색, 빨간색 LED 조명이 켜져 있었다. 파란색은 프릴아이스가 단단하게 자라도록, 빨간색은 옆으로 퍼지도록 해준다고 한다. 재배실 온도는 23도, 습도는 75%에 맞춰져 있었다. 모판 바닥엔 배양액이 섞인 물이 흘렀는데, 물의 pH(수소 이온 농도)는 6도 안팎으로 자동 조절된다.
이렇게 공장형 건물에서 환경을 조절하면, 그냥 땅에선 포기당 100~120g 정도로 자라는 프릴아이스가 포기당 150g까지 자란다고 한다. 비바람 등 악천후 걱정도 없다. 365일 수확도 가능하다. 플랜티팜 관계자는 “쿠웨이트에서도 이런 생산 능력을 똑같이 발휘할 수 있다”며 “UAE와 몽골, 베트남에도 현지 유통 회사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안에 스마트팜 건립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공간 효율 높아 중동서 관심
적은 공간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도 한국형 스마트팜의 장점 중 하나다. 티팜의 생산 규모(27만5040포기)를 땅에서 키우려면 축구장 41개 크기인 29만7520㎡가 필요하다. 하지만 티팜 재배실 면적은 축구장 절반만 한 3835㎡에 불과하다. 면적당 생산량이 77배에 달하는 것이다.
다른 스마트팜 업체인 넥스트온은 옥천터널과 같은 폐터널을 농장으로 바꿔, 엽채를 한 해 17작까지 생산해내고 있다. 일반 시설재배(4~6작)의 3~4배 생산성이다.
미국, 네덜란드 등 스마트팜 선진국보다 한국은 적은 면적에서 많은 물량을 생산하는 데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병학 플랜티팜 부장은 “첨단기술에선 미국, 네덜란드가 앞설지 몰라도, 생산을 표준화해 수익을 늘린다는 게 우리의 장점”이라며 “특히 독자적인 작물별 생육 데이터를 토대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서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의 관심이 높다”고 했다.
농장 자동화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는 비닐하우스를 발전시킨 스마트팜인 ‘지능형 온실’에 적용할 수 있는 ‘레일형 방제 기기’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사람이 하면 10분 넘게 걸리는 병해충 방제 작업을 1분 30초 만에 마칠 수 있다고 한다.
◇올 스마트팜 수출 70% 성장 목표
농식품부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농업 시장 규모는 2020년 374억달러에서 2025년 571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를 ‘K스마트팜 수출 원년’으로 삼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직 스마트팜 수출에 애로 사항도 적잖다. 작년 6월 ‘스마트농업 육성 사업 추진 현황과 개선 과제’ 보고서를 낸 국회예산정책처의 변재연 분석관은 “해외 각국과 판로를 구축할 역량이 있는 선도 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스마트팜 기술을 수출해도 현지 운용 인력을 찾기 어렵다는 호소도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외 현지에 기술자가 없다는 애로가 있어 스마트팜 혁신밸리 수료생을 수출 기업에 연계해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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