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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간생활에 있어서
세가지 기본요소가 의. 식. 주 라고 한다.
이 세가지만 충족이 된다면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지난해 말 [알뜰한 우렁각시의 대담한 카드결재]라는 제목하에
첫번째인 '의'에 관련된 이야기를 언급했으니
이번에는 두번째인 '식' 관한 이야기를 할려고 한다.
우리들이 흔히 내뱉는 말중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라는 관용구가 있다.
낙도오지에서 한주간의 근무를 끝내고서
주말을 뭍(육지)에서 보내기 위해서 목포의 아파트로 나온 어제 저녁/
아내인 우렁각시가 자꾸만 뱃속이 허전하단다.
이것은 필시 무슨 군것질이라도 해야겠다는 선전포고 싸인인 것이다.
이런 저런 - 별의 별 사유를 갖다붙이며
마치 어린아이가 보채고 투정부리듯 귀찮게 하기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잠시 후,
거실로 후다닥 뛰어나가서 인터폰을 받는 우렁각시/
조금전 전화로 주문한 그 군것질거리가
문앞에 도착한 모양이다.
또다시
등대지기의 낡은 지갑속에서 겨울잠을 곤히 주무시던
세종대왕님과 퇴계선생님께서 부시시 일어나 졸지에
배달원을 따라 나가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서
현관물을 열어 주문한 물건(군것질거리)을 배달원으로부터 건네받는 우렁각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동작이 민첩하고 또 일사불란하다.
세종대왕님과 퇴계선생님을 가슴아프게 떠나보내고
그 대신으로 넘겨받은 저 비닐봉투/
깊어가는 이 겨울밤에 우렁각시가 그토록 먹고싶어 안달한
문제의 그 군것질 꺼리가 무엇일꺼나...........???
문칸방에 상을 차리고서
배달된 비닐봉지를 열어서 내용물을 하나 하나 꺼내놓는 우렁각시/
아하!
이제서야 대충 짐작이 간다. 저 놈들의 정체가.....///
바로 앞자리에서 전봇대처럼 멀쭘미 서 있는
콜라병이 결정적인 힌트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니까 치킨을 시킨 모양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아하니 종이상자가 두개인 것 같다.
아니!
한 상자라도 족할텐데 굳이 두 상자씩이나 주문을.......???
입이 헤 벌어진 우렁각시가 앞에 놓여진 종이상자부터
조심스럽게 열었더니............???
예상대로
누런 치킨이 수북하게 담겨져 있었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후라이드 치킨인 모양이다.
등대지기는 사실
후라이드보다 양념치킨을 더 좋아하는데...........///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양념치킨으로 시켰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그래도 군것질의 주인공은 우렁각시이기에
등대지기가 가타부타 딴지를 걸 수 없는 군번이다.
그런데 또다른 종이상자를 개봉했더니
아니다 다를까 그곳에는 양념치킨이 복닥복닥 들어있었다.
우렁각시의 설명인즉슨
요즘에는 후라이드와 양념을 반반씩 시킬 수도 있단다.
그 옛날 등대지기의 팔공산 동편자락 산골/
고향마을에서는 읍내로 전화해서 주문하면 한가지로만 가능했었는데.......///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무엇이든지 주문만하면 문앞까지 금방 배달되는 시대/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하는 심적 갈등과 번민을
장장 1시간 동안 거듭하고 나서
결국에는 먹는쪽으로 어렵게 결정을 내리고
군것질에 초연한 이 등대지기를 온갖 감언이설로 협박하더니만
끝내 소원성취한 군것질거리(치킨)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우렁각시............///
낙도오지에도 치킨집이 유일하게 한 군데가 있긴 있는데
도회지처럼 주문이 그렇게 쉽지가 않다.
어떤 날에는 모처럼 치킨을 한마리 시켰더니
치킨재료가 바닥이 나서 주문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날따라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어 이틀간 여객선이 통제되는 바람에
육지에서의 재료공급이 원활치 않은 결과이었다.
다음날 아침/
주방에서 평소보다 유난히 더 부산스럽게 뚝딱거리는 우렁각시/
얼릉 얼릉 대충해서
아침밥을 지어먹으면 될 일이지 도대체 뭐 한답시고.......???
바짝 긴장을 하고서
가까이로 한번 접근을 해볼랍니다.
우렁각시의 평소 습성이 자신의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서
반응이 천차만별입니다.
만약 컨디션이나 분위기가 하강곡선으로 치달을 때에는
임의로 카메라를 들이대었다가는 어떤 반격을 받을 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등대지기에게 있어서 저 주방구역은
때에 따라서는 접근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우범지대로 둔갑을 해버립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짐이 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어젯저녁 치킨의 효력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가 봅니다.
우렁각시가 싱크대에다 도마를 받쳐놓고서
노련하게 칼질을 하고 있습니다.
불그스럼한 색깔을 보아하니
당근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 그런데 무슨 특별음식을 만들 요량으로
시방 당근까지 썰고 있을꺼나........???
당근요리에 문외한인 남정네 - 등대지기로서는
선뜻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그래서 우렁각시의 눈치를 실시간으로 살펴가며
주변 일대를 조심스럽게 정탐하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정황을 포착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한쪽에서는 큰 그릇에
쌀밥이 가득 담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군데군데
까만 알갱이는 또 무엇인가요.........???
그냥 대충 넘어갈랍니다.
궁금하다고 해서 미주알 고주알 캐물어 보았다가는
자칫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행위로 변질되어
주방에서 쫓겨나는 빌미를 제공하는 자충수를 두게 됩니다.
또한편 가스렌지 위의
후라이판에는 넓적한 소세지가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습니다.
우렁각시가 오늘따라 웬지
별스럽게도 음식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정황을 포착하려고 주변일대를 수색하다보니
사건은 오히려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그런데 바로 옆에 있는 적나라한 풍경을 보고나서는
대충 감이 잡힐려고 합니다.
옆에 있는 풍경이라는 것이
바로 이 놈들이옵니다.
하나같이 길쭉 길쭉한 장신들로서
날씬한 몸매를 자랑합니다.
이 재료들이 이렇게 만반의 발진 준비를 갖추고 있으니
이제 감이 잡히는 그 주인공격인 재료만 찾으면 끝입니다.
오늘아침 우렁각시가 별스럽게 시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정답이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아, 여기에 있었군요.
보세요.
마른 김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우렁각시는 아침부터 이 김밥을 만들려고
이토록 부산스럽게 뚝딱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어디로 소풍이나 나들이를 간다는 사전합의가 없었거늘
어찌하여 분위기에 걸맞지 않게시리 김밥을..........???
그런데 우렁각시가
정말로 김밥을 제대로 만들 수는 있는 걸까요?
예전에 몇번 얻어먹어 보기는 했습니다만
직접 만드는 장면은 한번도 보지 못한것 같습니다,
어쭈구리!!!
우렁각시가 손수 김밥을 만들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었습니다.
오늘따라 우렁각시는 상당히 부드러운 편합니다.
각도를 잡고서 셔트를 눌러대도 별다른 짜증을 부리지 않네요............///
우렁각시 나름대로는 위생상황을 고려해서
비닐장갑을 끼고서 김밥의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하여 얼렁뚱땅
최종작품으로 어렵사리 아침밥상에 올린 풍경이........???
자- 자- 자- 자안~
드디어 우렁각시표 김밥이
하얀 접시에 담겨져 만방에 공개되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알록달록한 김밥들이 얼핏 보기에는 먹음직스럽지만
아무래도 뭔가 한가지가 빠진 것 같습니다.
인천공항의 검색대는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등대지기의 예리한 눈썰미는 빠져나가기 쉽지 않습니다.
알록달록한 내용물중에 약방의 감초처럼 김밥속에 마땅히 들어가야 할
파란색 나물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장기판에서 차와 포가 빠지면 싱거운 포졸판이 되듯
이것 역시 완벽한 작품이 결코 아닙니다.
우렁각시의 어설픈 변명인즉슨
아파트 입구의 마트에서 공교롭게도 그 시금치나물이 다 떨어졌더라는 겁니다.
그래도 지아비인 등대지기가 김밥을 먹다가
행여 목구멍이라도 막힐까봐 어묵국물도 준비를 했었네요.
아무튼 어젯밤 치킨 한마리를 억지로 시켜주고서
보답차 이 김밥을 대접받았다는 겁니다.
우렁각시가 만든 [앙꼬없는 찐빵] 비스무리한 김밥을
한개씩만 맛보시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시금치 나물이 빠진 것이 내내 양심의 가책으로 남아 있었든지
우렁각시의 특별 이벤트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우렁각시표 김밥으로 배를 채운 같은 날 저녁/
또다시 주방의 싱크대 앞에서
얼쩡거리는 우렁각시/
십중팔구 저녁밥을 짓고 있을 시간인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최대한 심리적 낮은 포복으로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싱크대 위에는 늙은호박이 반토막으로 잘린 채
시뻘건 내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며칠전 낙도오지의
인심좋은 할머니 한분이 갖다주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렁각시는 또 뭐 할려고
반토박난 호박을 저토록 빤히 응시하면서 깊은상념에 잠겨있는 걸까요.........???
드디어 마음에 결심을 굳힌 듯
갑자기 늙은호박 속의 내장을 속속들이 파내기 시작하는 우렁각시/
내장속에 박혀있던 호박씨가
수류탄의 파편처럼 싱크대 아래쪽으로 내동댕이쳐집니다.
옛날 옛적 등대지기의 유년기 시절에는
저 호박씨도 말려두었다가 고소하다며 다 까먹고 했었는데.............///
시대가 변하고
또 먹거리가 풍성해지다보니 찬밥신세로 전락한 모양입니다.
그리고는 늙은호박을
동강 동강 썰기 시작하는 우렁각시/
아침에 김밥을 먹었으면 그만이지
저녁에도 특식을 하려는 조짐이 엿보입니다.
아따 마 -
기껏 치킨 한마리에 되돌아오는 것이 갑절이니...........???
그런데 우렁각시가 이 늙은호박으로
무슨 음식을 만들려는 속셈인지.................???
자, 보십시요.
우렁각시가 식칼에 손가락을 베여가며 일일이 썰어놓은
늙은호박 조각들의 축제..................///
이것을 믹스기에 넣고서 가는 것을 보고나서
등대지기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에............///
어느 새 가스렌지에는
큰 냄비가 떡하니 올려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썰어지고 갈아뭉갠 늙은호박의 내용물들이
저 냄비속에 들어간 게 분명합니다.
이렇게 냄비를 가스렌지 불에 올려놓고서 달이고 있는 동안
우렁각시의 행방은.............???
짬을 내어 서재실 책상위에 놓여있는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적거리기 시작합니다.
뒷쪽에서 슬쩍 훔쳐본 결과
호박과 관련된 요리들의 그림들이 스쳐지나가고 있습니다.
세상에나~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요리를 시도하다니..........???
하늘같은 지아비인 이 등대지기가
무슨 임상실험 대상인가? 아니면 731부대의 마루타인가?
드디어 한참동안 가스렌지 불위에 올려져 있던 냄비가
내려진 모양입니다.
이제 우렁각시가 그렇게도 꿈꾸던
호박관련 요리가 완성된 모양입니다.
특종을 노리는 전국의 취재기자들은 몰려 오십시요.
그리고 긴장을 하십시요.
자- 자- 자- 자안~
냄비뚜껑을 열어제끼자
드디어 누렇게 생긴 우렁각시의 요리작품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자세히 보아하니
호박죽이 아닙니까?
아무리 인터넷을 뒤적거려가면서 시도했다지만
호박죽까지 만들어내는 우렁각시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리하여 우렁각시의 두번째 이벤트
샛노란 우렁각시표 호박죽이 밥상위에 올려졌습니다.
그런데 호박죽의 맛은 어땠냐고요.......???
제말 꼬치 꼬치 묻지를 말아주세요.
우리가 돼지를 잡을 때
돼지의 인물을 보고서 잡지 않듯이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정성이 가상하여 목구멍으로 그냥 넘기는 것입니다.
아침 밥상에 올려진 김밥속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시금치나물을
대충 삥땅하더니만
이번에는 호박죽에 반드시 넣어야 할
찹쌀가루가 쬐끔 부족한 것 같다고 투덜댔더니만
호박죽 그릇을 그대로 되가져가 버리는 겁니다.
그러더니 주방쪽에서 한참동안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주방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저 둔탁한 소리가
찹쌀가루를 더 집어넣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3차대전 발발 신호탄인지 쬐끔 어수선합니다.
이렇게 하여 치킨 한마리로 시작된 군것질 이벤트가
무자비한 김밥에다 호박죽까지 반강제적으로 대접받는 결과를 넘어서
자칫 3차대전의 도화선이 될 지도 모르는
공포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을꺼나???
아! 정말 먹고 살기가 힘들구나.
시금치가 빠졌든 찹쌀가루가 부족하든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서
주면 주는대로 그저 큰소리로
[아멘]이라고 복창하고서 군소리없이 먹었어야 하거늘
이 등대지기가 소위 요즘 말하는
간 큰 남자에 속하는걸까요....???
2010/ 1/31등대지기
첫댓글 잘 했능거 같아요 맞 없으면 없다고 맞 있으면 맞있다고 해야 마땅
하지여 맞없는거 맞있다고 먹으면 평생 맞 없이먹는거 알라요 ㅎㅎ
그래도 해 줄때가 행복 한것이여요 ㅎㅎ
으매...부러분거...
행복이 넘치네요
늘~~ 그러하시길 바랍니다
가끔은 투정을 부려야 맛있는 음식이 대령될때도 있어요~ ㅋㅋㅋ 아무소리 안 하면 다 좋은줄 알고 걍 아무거나 해주는 사람(선녀)도 있걸랑요 ㅎㅎㅎ
좋아보이시네요......
항상 즐겁게 글을 읽고 있습니다. 행복해 보입니다.
맛은 만든사람도 알아요. 못 만들 뿐이지 맛까지 모르는건 아니니까.. 그냥 맛있다고 해주세요.그래야 담에 또 여러가지 시도 할 힘이 생기지요.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ㅎ ㅎ ㅎ 성의가 대단 하구만요. 아침 저녁으로 별식을 해 드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