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경영승계 5년 지나 상속 분쟁
구광모 상대 모친-두 여동생 소송
“상속유언 없어 법정비율로 나눠야”
LG “수차례 협의… 적법한 상속”
자산 규모 국내 4위인 LG그룹이 구본무 회장 별세 5년 만에 자녀 간 상속 분쟁에 휘말렸다. 단순 상속 분쟁이 아닌 ㈜LG 지분을 둘러싼 남매 간 경영권 분쟁으로 점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룹 전체가 파장에 휩싸였다.
10일 LG그룹 등에 따르면 구광모 ㈜LG 대표(사진)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는 최근 구 대표를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은 2월 말∼3월 초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접수됐다. 상속회복청구권이란 상속권이 없으면서도 사실상 상속의 효과를 보유한 사람(참칭상속인)에 대해 진정한 상속인이 상속의 효과를 회복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구 대표는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었으나 LG가(家) 전통인 장자승계 원칙을 이어가기 위해 2004년 큰아버지인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김 여사는 구본무 회장의 배우자이며 구연경 대표는 구 회장의 장녀, 구연수 씨는 차녀다. 구연경 대표는 블루런벤처스의 최고경영진인 윤관 씨를 남편으로 두고 있다. 블루런벤처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다.
소송 제기 소식이 알려진 10일 LG그룹이 낸 입장문에 따르면 구 회장이 남긴 유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 원 규모였다. 이 중 구광모 대표는 ㈜LG 지분 8.76%(약 1조4200억 원)를 상속하고, 구연경 대표는 ㈜LG 지분 2.01%(약 3300억 원)와 기타 개인 자산, 구연수 씨는 지분 0.51%(약 830억 원)와 기타 개인 자산, 김 여사는 개인 자산 일부를 상속하는 것으로 2018년 11월 합의 완료됐다.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이 가져간 부분은 총 5000억 원 규모다.
이날 LG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구 회장 별세 이후 5개월간 상속 비율에 대해 가족 간 수차례 협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합의에 따라 4년 전 상속이 적법하게 완료됐으며 제척기간 3년도 이미 지났다”고 밝혔다. 다만 법조계에선 상속이 완료된 지 4년이 넘었더라도 합의 당시 인지하지 못했던 상속권 침해 사유가 있었다면 원칙적으로 소 제기는 가능하다고 본다.
LG그룹은 “재산 분할을 요구하며 LG의 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건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며 “LG는 창업 이후 LG가의 일관된 원칙과 전통을 바탕으로 집안 어른들의 양해와 이해 속에서 경영권을 승계해 왔고, 75년 동안 경영권은 물론이고 재산 관련 분쟁이 단 한 차례도 없었음은 모두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와 구연경 대표, 구연수 씨 측은 상속과 관련된 구 회장의 유언이 없었으므로 법정 상속비율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조영욱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본 소의 제기는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의 화합을 위해 상속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상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곽도영 기자, 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