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주간 수요일 강론>(2024. 7. 31. 수)(마태 13,44-46)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 기념일)
복음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44-46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44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45 또 하늘 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46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신앙인은 보물과 진주를 ‘이미 얻은’ 사람입니다.』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또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마태 13,44-46).”
1) 유아세례를 받았든지, 구원의 진리를 찾아 헤매다가
발견했든지, 어쩌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든지,
어떻게 시작했든지 간에 신앙인은 ‘하늘나라’ 라는
대단히 귀한 보물과 진주를 ‘이미 얻은’ 사람입니다.
<우연히 얻든지 적극적으로 찾아서 얻든지 간에
그 모든 일에는 ‘하느님의 섭리와 부르심’이
작용한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여기서 ‘보물’과 ‘진주’는, 하느님 나라,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 하느님 나라에 관한 복음(기쁜 소식),
구원의 진리 등을 모두 가리키는 말입니다.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사람이 그것을 다시
숨겨 둔다는 말은, ‘기쁨’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가진 것을 다 판다는 말은, ‘기쁨’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고,
발견한 그 보물이 그만큼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가진 것을 다 팔아야만 겨우 얻을 수 있는 ‘값비싼’
보물이라는 뜻이 아니라, 가진 것을 모두 기꺼이
버릴 정도로 크게 기뻐한다는 뜻이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최선을(전력을) 다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 그래서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기뻐하며’ 라는 말입니다.
보물과 진주의 가치를 알아본다고 해도 그것을 발견한 일을
기뻐하지 않으면, 그것을 차지하려고 애쓰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 그것을 차지한다고 해도 기쁨 없이 한 일이라면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고,
사실상 차지한 것이 아닌 것이 되어버립니다.
복음을 들었을 때, 복음이 구원의 진리라는 것을
알아들었다고 해도 기뻐하지 않는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혹시 받아들인다고 해도 겉으로만 받아들이고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쁨’은 신앙생활의 필수 요소이고, 핵심 요소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기쁨 없이 하는 것이라면,
그 생활은 신앙생활이 아니라 강제노동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강제노동 수용소가 아닙니다.
그 나라는, 복음을 들었을 때 정말로 ‘크게 기뻐하면서’,
그곳에 들어가서 살기를 간절하게 원하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나라, 그리고 들어가서 참 기쁨과 행복을
영원히 누리게 되는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에 관한 소식을 복음,
즉 기쁜 소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기쁨을
주는 소식이기 때문인데, ‘모든 사람’이 듣고 기뻐하는 것은
아니고, 하느님 나라가 아닌 다른 것을 원하는 사람은
복음을 들어도 기뻐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으니까
그 나라에 들어가려고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3) 모든 것을 다 판다, 또는 전력을 다한다는 말은,
다음 말씀에 연결됩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탑을 세우려고 하면, 공사를 마칠 만한
경비가 있는지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지 않느냐? 그러지
않으면 기초만 놓은 채 마치지 못하여, 보는 이마다
그를 비웃기 시작하며, ‘저 사람은 세우는 일을 시작만
해 놓고 마치지는 못하였군.’ 할 것이다(루카 14,28-30).”
하느님 나라에 관한 보물과 진주를 얻었다고 해도 그것은
‘씨’를 얻은 것이고, ‘열매’를 맺는 일의 시작일 뿐입니다.
세례를 받고 신앙인이 되는 것은
구원을 향한 여정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끝까지 잘 가야만, 즉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서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온전히 받아야만 그 여정이 완성됩니다.
만일에 끝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그만둔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게 됩니다.
4) 하느님 나라, 또는 하느님 나라에 관한 복음은, 다른
사람들 모르게 감추고 숨기면서, 혼자서만 가지고 있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 하는 것입니다.
보물과 진주로 표현되어 있긴 하지만, 금고 같은 곳에
감추고 숨겨야 하는 물건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랑하고 나누어야 하는 ‘구원의 등불’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비유는 ‘등불의 비유’에 연결됩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4-16).”
함지 속에 감추어져 있는 등불은 제 구실을 못하는
‘빛 없는 등불’이고, 그것은 더 이상 등불이 아닙니다.
‘복음’이라는 보물을 얻은 다음에, 그것을 혼자서만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나누지 않으면,
그 보물은 더 이상 보물이 아닌 것이 되어버립니다.
<하느님 나라, 또는 하느님 나라에 관한 복음이라는 보물과
진주는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소개하면서, 나누면 나눌수록
더욱더 확실하게 ‘나의 것’이 되는데, 다른 사람들 모르게
감추고 숨기고 있으면, 점점 빛을 잃다가 없어집니다.
신앙은 증언하면 할수록 더욱더 강해지고 깊어지는데,
사람들 모르게 신앙을 감추고 있으면 점점 힘을 잃다가
결국 사라져 버립니다. (실제로 그렇게 됩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안 믿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게 됩니다.>
[출처] 연중 제17주간 수요일 강론|작성자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