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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배 한중바둑대전, 조훈현 9단의 투혼에 경의를 표하며 | ||
아쉬운 한 판 승부였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제1기 강원랜드배 한중바둑대전. 한국과 중국의 세계 바둑 헤게모니 쟁탈전 1라운드는 중국의 우승으로 끝을 맺었다. 한국의 준우승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운 우리 선수들에게 바둑팬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 강원랜드배 최고의 스타는 누구일까? 단연 창하오 9단일 것이다. 그의 실력을 입증하는 무대마냥 창하오 9단은 예전보다 한층 더 무르익은 솜씨를 마음껏 뽐냈다. 안조영 9단을 시작으로 한국팀 주장 이창호 9단까지 파죽의 4연승을 거두며 중국팀 우승에 절대적인 공로를 세운 창하오 9단. 그 역시 그동안 세계대회 결승에서 이창호 9단에게 수없이 패한 아픔이 상기되었는지, 중국팀 우승을 확정지은 후 자국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이창호 9단을 이겼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중국의 우승보다 이창호 9단을 이겼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은 그동안 창하오 9단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창하오 9단은 덧붙여 조ㆍ이 사제를 철의 수문장으로 비유, 이전의 수많은 단체전 대회에서 두 사제의 막강한 힘이 한국팀 우승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말을 꺼내 새삼스레 조ㆍ이 사제의 활약을 치켜세웠다. 하긴, 그동안 창하오 9단을 비롯해 중국의 내로라 하는 초일류급 기사들이 조ㆍ이 사제 앞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가. ![]() ▲ 조훈현 9단과 창하오 9단의 강원랜드배 대국 장면 그의 그러한 발언을 대변하듯 창하오 9단을 상대로 한 조훈현 9단의 역투는 상당히 눈부셨다. 필자에게 강원랜드배 최고의 명승부를 꼽으라면 조훈현 9단과 창하오 9단의 대국을 서슴없이 선택할 것이다. 비록 조훈현 9단이 패했지만 초읽기 상황에서 2시간 넘게 363수까지 주고받은 대국은 ‘전신(戰神)’의 모습이 그대로 스며든 명국이었다. 필자의 오감을 더욱 자극했던 것은 긴박한 초읽기 상황에서 연속적으로 뿜어져 나온 조훈현 9단의 승부수. 감히 추측하건데 아마도 조훈현 9단은 자신이 패배하더라도 제자인 이창호 9단에게 최종국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는 듯(?) 승패의 유무를 떠나 끊임없이 창하오 9단을 괴롭히려 한 것 같다. 지천명의 나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전장을 향해 시종일관 돌진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필자는 불현듯 후지사와 슈코 9단이 생각났다. 후지사와 슈코 9단. 그가 누구인가?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바둑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시대의 풍운아. 후지사와 9단은 조훈현 9단의 제2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조훈현 9단이 일본 유학시절 후지사와 9단과 수천 판의 연습바둑을 둔 것은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일화다. 후지사와 9단이 일본 기성전 6연패를 이루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1970년도 막바지, 당시 그의 호탕한 발언들은 아직도 바둑팬들의 뇌리 속에 지워지지 않고 있다. “초반 50수까지는 내가 당대 제일이다” “나는 일년에 네 판만 이기면 된다” 53세의 나이에 일본 최고의 타이틀 기성을 쟁취, 일본 1인자 자리에 올라앉은 그 때의 모습 속에서 조훈현 9단의 향기를 오버랩 시키는 것은 지나친 상상력일까? ![]() ▲ 제1회 중일 슈퍼대항전, 후지사와 9단과 녜웨이핑 9단의 최종국 장면. 세기의 명승부로 기억되는 제7기 일본 기성전 후지사와 9단과 조치훈 9단의 7번 승부는 대반전 드라마 최고의 히트작으로 남아있다. 조치훈 9단에게 3연승 후 4연패를 당하며 타이틀을 상실했던 후지사와 9단. 당시 일본 기계는 후지사와 9단이 기성을 잃은 후 더 이상 타이틀 무대에 복귀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 예측이 들어맞는 듯 타이틀전 무대에서 후지사와 9단의 자취는 한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도 그의 나이에 타이틀 무대를 컴백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보일 뿐. 하지만 그는 67세의 나이로 당당히 타이틀전에 복귀한다. 기성전 이후로 9년 만에…. 그 타이틀 무대는 왕좌전. 하네 야스마사 9단에게 도전권을 들고 찾아간 후지사와 9단은 도전권을 쟁취했다는 자체만으로 기적을 만들었지만 3:1의 스코어로 왕좌 타이틀을 획득한다.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 최고령 타이틀 획득. 당시 일본기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바둑계는 그의 타이틀 획득에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조훈현 9단의 올해 나이는 몇일까? 조훈현 9단은 올해 53세다. 재미있는 것은 조훈현 9단의 나이가 후지사와 9단이 기성 타이틀을 첫 쟁취했을 당시와 똑같다. 최 근래 조훈현 9단의 행보가 뜸한 것 같다. 우리 바둑팬들에게 우승 소식을 전달하는 것을 혹시 잊었을까? 2002년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휴식(?)을 취하는 그의 모습이 바둑팬의 한사람으로서 많이 아쉽다. 최다 타이틀 보유자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조훈현 9단이지만 필자는 그가 아직까지 타이틀 무대와 이별을 고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이창호 9단은 바둑사를 통틀어 최고의 천재는 조훈현 9단과 우칭위엔 9단이라 언급한 적이 있다. 아마도 후지사와 9단의 최고령 타이틀 기록을 깨뜨릴 기사가 있다면 조훈현 9단이지 않을까? “바둑은 기술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제7기 일본 기성전 전야제 석상에서 후지사와 9단의 임전소감 중 하나다. 끝없이 무한한 바둑의 세계를 나타내는 후지사와의 말 속에서 조훈현 9단의 날카로운 눈매를 떠올려본다. 아직도 진화 중인 조훈현 9단의 바둑을 감상하며 그의 스승이 세워놨던 최고령 타이틀 획득 기록을 깨뜨릴 때까지, 전선을 누비는 영원한 ‘전신’으로 남아주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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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badugy79@cyberoro.com) |
첫댓글 조,이 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