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제주가 관광·물류의 거점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역내교통망체계와 역외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 광역교통망체계를 새롭게 구축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시각에서 도민 또한 자치도의 새로운 교통망확장정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도정은 이런 지역공동체의 분위기를 감지하여 역외지역과의 교통망개선차원에서 신공항건설을 크게 주창하고 있다. 특히 거미줄처럼 잘 연결된 기존지방도로의 기능을 과소평가하기라도 하듯 일주도로와 산업도로를 고속화도로로 변경하는 확장공사도 거창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당장의 건설경기부양이라는 외형성과를 제외하면 장래의 제주개발차원에서 보면 몇 가지 역기능이 우려될 뿐이다. 우선 현재의 (구)제주시중심의 편중 내지 불균형개발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또한 (구)제주시로의 인구유입이 보다 용이해짐으로써 (구)서귀포시 등 여타지역의 공동화를 재촉할 수 있다. 둘째로 최근 집중개발로(구)제주시의 정주여건이 크게 확장되는 상황에서 만일 영어교육도시가 조성될 경우 2만여 명 정주운운은 허튼 중산간의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로 새로운 고속화도로가 제주의 간선도로가 됨으로써 기존지방도의 기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특히 고속화도로에 대한 관리보수비 누증은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더 가중시킬 것이고, 그래서 도민편익을 위한 여타 공익사업을 위한 재정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넷째로 역내 간선도로의 고속화는 관광객의 제주체류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특히 산업고속화도로의 경우 거대 관광시설을 가진 외지자본가의 수입증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구)제주시와 여타지역의 관광시너지효과 내지 경제효과를 크게 반감시킬 수 있다. 다섯째로 고속화도로에 의한 관광노선의 최단선화는 역내 체험관광지의 쇄락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제주개발의 기본계획들은 외국 또는 육지의 그것과 달리 제주의 특성을 충분히 살려 입안되고 추진될 필요가 있고, 제주인의 혼과 삶의 여정이 그대로 묻어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제주적인 것들을 갈고 다듬어 세계인에게 자신 있게 보여 주겠다는 다부진 제주인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제주올레'프로그램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제주개발의 요체는 고속화도로를 만들거나 한라산을 무시하고 고층 콩크리트 빌딩을 제주상징화(landmark)하려는 안이하고 허튼 관료적 발상에서 벗어나서 느리고 투박하나 제주적일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제주인의 삶의 지혜와 제주다운 풍광에서 미래의 제주개발의 모델을 찾는 일이다.
지금 세계적 경제불황은 제주의 모든 것을 멈칫거리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정은 도로와 특별법제도를 고쳤음을 자랑하며 임기 내 개발치적을 들어 내세울 채비를 하고 있다. 도민 또한 우격다짐하면서 국제자유도시조성은 언젠가 당연한 것으로 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 위기상황에서 제주가 진정으로 거듭 나기를 원할 경우 여기에는 분명 열린 공동체정신과 부단한 성취노력, 내부적 자기개혁, 창의가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도정도 도민도 이런 보편적인 이치를 마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어 저만치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백승주 고려대(행정법)·C&C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 초고층화=제주랜드마크’ 발상은 위험(한라일보 2009.5.13)"
도의회 도시건축방향 설정 정책토론회서 지적
제주가 간직한 역사와 문화 자원의 가치 등을 무시하고 초고층화 건축물을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려는 경관정책은 위험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와 제주자치도 건축사회는 12일 의원회관에서 '문화경관을 담은 제주 도시건축의 방향 설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태일 제주대교수는 '제주인의 삶을 담은 도시건축, 문화경관 만들기'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제주다운 문화경관은 제주가 가진 독특한 땅에 대한 이해와 제주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통해 습득했던 공간, 그리고 제주적인 스케일에서 찾아야 한다"며 "오랫동안 인지해왔던 제주의 고유한 랜드마크를 무시하고 초고층화 건축물로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려는 것은 조화롭지 못한 경관을 만들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외국의 도시와 건축에 대해 부러움을 갖기 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의 생활공간을 품격 높은 건축물로 채우도록 실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성천 아름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물에 의한 도시경관 개선방안'으로 주민 참여를 통한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상세한 수립, 건축계획심의 보완, 시각통로 확보 등과 함께 제주 실정에 맞는 경관 컨트롤 수법 개발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