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숨은 명산을 찾아서
창녕 구현산(579m)
송이 향 진동하는 화왕산 전망대
창녕의 진산인 화왕산(757m)에서 곧장 남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 끝에 뿔처럼 솟은 산이 구현산이다. 산꾼들 사이에서는 이 산줄기가 화왕지맥으로 통한다.
구현산 산행은 보통 남쪽의 삼성암에서 올라 돌탑봉, 556봉을 지나 구현산, 쌍교산을 거쳐 여초리로 내려서거나 여초저수지에서 석대산으로 올랐다가 구현산, 쌍교산을 거쳐 법성불원으로 내려서는 코스를 택한다. 또 구현산에서 비들재 지나 화왕산, 관룡산까지 이어가는 능선산행도 인기다. 취재진은 가장 많은 이들이 구현산을 오르내리는 코스인 법성불원~쌍교산~구현산~석대산~여초리 코스를 택했다.
"아이고, 이래 더운데 우째 산에 갈라꼬 캅니꺼?"
물을 채우러 들린 법성불원 보살님은 취재진이 걱정스러운지 안타까운 얼굴빛을 내보인다.
법성불원 바로 앞길을 따라 마을 뒤로 오르니 금세 솔숲이다. 숲속으로 제법 너른 길이 보인다. 마지막 무덤 오른쪽 뒤로 산길이 이어진다. 어디를 둘러봐도 소나무 일색이다ㅣ. 올려다보니 솔잎 가득 깔린 꽤 가파른 길이 끝없어 보인다.
한참을 오르다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풀 몇 포기와 솔잎 낙엽 사이에서 뭔가 움직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뱀이다.
"엇, 독사네요!"
천왕산에 이어 까치살모사를 또 만났다. 보호색을 띄고 있어서 자칫 밟을 뻔했다. 몸을 움츠리며 취한 자세가 위협적이다. 스틱으로 뱀을 옆으로 치우고 다시 오르는 길, 발걸음이 괜히 겁에 질려 조심스럽다.
"진짜 소나무 많네. 다른 산에는 소나무가 사라져 가는데 여기는 천지가 다 소나무네."
앞서가던 김성수씨가 오름길에 나온 조망바위에 가방을 내려놓으며 던진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돌려보니 온통 소나무로 뒤덮였다. 이렇듯 한 가지 수종이 온 산을 차지한다는 게 가능키나 한 일일까 싶을 정도다.
"여기도 '준.희'님이 만든 팻말이 있네. 그 분 참 대단하시구먼."
씽교산 정상을 둘러보던 석재호씨가 한쪽에 떨어져 있는 플라스틱 팻말을 발견하고는 다시 잘 보이는 나무에 매단다. 조망을 위해 주변 나무를 자르면서 팻말이 걸린 가지도 함께 잘라버렸던 모양이다. 천왕산에서 보았던 '준.희' 이름을 다시보니 반갑다.
쌍교산에서부터는 능선이 비교적 완만하다. 지도에 표시된 486봉은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북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바위전망대에 닿는다. 가없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 멋진 곳이다. 허나 날이 흐려서 눈앞에 펼쳐진 화왕산~관룡산 능선이 흐릿하게만 보인다.
조망 빼어난 송이 명산
다시 구현산으로 가는 길, 갑자기 발밑이 환하다. 고개를 숙여보니 나도제비란이 앙증맞은 꽃을 피웠다.
"흔한 꽃이 아닌데 피었네요. 꽃술이 오리주둥이를 닮았다고 오리난초라고 부르는 꽃입니다."
잠깐 설명하자 일행들이 고개를 숙여 다시 살펴본다. 이름을 알면 다시, 또 다르게 보이는 게 꽃이다.
구현산 오름길이 꽤 가파르다. 중간쯤에 짧은 암릉이 나타나 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뒤돌아보니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은 쌍교산이 한눈에 든다. 그 너머 북쪽 멀리 창녕시가지가 흐릿하다.
구현산 정상은 솔숲에 둘러싸였다. 여기도 가지에 걸린 '준.희'님의 팻말이 반갑게 맞이한다. '화왕지맥 구현산 579m 희.준' 이라 적혔다. 이름 순서를 여기는 바꿔 적어놓았다. 솔가지에 매진 서울 산꾼들의 표지기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서울 廣津 文政男' 이라 적힌 표지기에는 4686산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매일 한 산씩 오르내려도 거의 13년이 걸리는 숫자다. 그런 정도의 표지기가 몇 개나 보인다. 기인열전이 따로 없다.
대구 김문암씨가 만들어 나무둥치에 매놓은 팻말에는 581.4m라고 적혔다. 최근에 발행된 25,000분의 1 축척 지형도에는 579m다.
구현산 다음의 556봉은 암봉이다. 이곳에서의 조망은 오늘 산행 중 최고다. 뒤돌아보니 화왕산과 관룡산을 배경으로 두른 구현산이 당당하고, 남쪽으로 옥천저수지 건너 우뚝 솟아 오른 병봉(674m)과 영취산(681m)이 가슴 시원한 풍광으로 펼쳐졌다. 여기서 동쪽 산줄기를 따라 내리면 중턱에 제비둥지처럼 들어선 삼성암이 가깝다.
석대산은 서쪽 건너편 봉우리다. 누군가 검은 페인트로 바위에 '창녕 석대산' 이라고 써놓았다. 옆 솔가지에는 '화왕지맥 석대산 564.4m 산그리움' 이라 적힌 팻말도 보인다. 눈맛 시원한 조망이 일품인 석대산은 몇 개의 조각난바위로 이뤄졌는데 그 끝 바위틈에 어린 소나무 한 그루가 뿌리내리고 산다.
석대산을 지나 내려서는 능선, 왼쪽으로 허리 높이로 소나무를 따라 묶인 녹슨 철조망이 계속 따라온다. 설치한지 오래된 듯, 묶은 부분이 모두 둥치를 파고 들었다. 잠시 후 '입산금지 산주 외 출입금지 1998.6.19'라 적힌 흰색 철판이 보인다.
"송이가 많이 나오나 보네요. 철조망을 둘러놓고 경고판까지 세운 걸 보면."
내려와서 확인한 사실이지만 이 일대는 주민들이 공동으로 솔밭을 관리하며 가을에 송이로 가구당 천만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철조망이 끝날 때쯤 전망바위가 나온다. 올라서니 지나온 석대산과 구현산, 쌍교산과 그 사이 안부 너머로 관룡산, 화왕산 줄기가 전부 훤하다.
다시 빼곡하게 뒤덮은 솔숲을 지나 얼마간 내려서니 키 높이의 소나무가 자라는 묵은 헬기장이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고도를 낮추기 시작한다. 연이어 묵무덤이 두 개 나타나는데, 첫번째 것은 터도 분명하고 풀이 무성하지만 봉분도 뚜렷한데, 두번째 것은 봉분 위치에 고밀도로 자란 소나무 때문에 무덤인지 뭔지 구분도 힘들다. 속을 들여다보니 소나무에 가린 상석 모서리만 확인된다.
두번째 무덤을 지나자 베어놓은 나무들 때문에 길이 보이지 않고 헤치고 나가기도 매우 어렵다. 특히 소나무 아닌 것은 죄다 베어 넘겼다. 여초저수지 둑을 바라보고 곧장 내려서는 수밖에 없다.
*산행길잡이
법성불원-(1시간)-쌍교산-(30분)-전망바위-(30분)-구현산-(30분)-삼성암 갈림길-(5분)-석대산-(15분)-능선 전망바위-(25분)-묵무덤-(20분)-여초저수지-(10분)-법성불원
말발굽 모양으로 굽어도는 소나무산
법성불원 바로 앞 밭길을 따라 1분 가면 울창한 솔숲 사이로 넓은 길이 이어진다. 잠시 후 경주최씨 부부 무덤과 잘 만든 축대 위에 조성된 비석 없는 무덤을 연이어 지나면 울울창창한 소나무가 빼곡한 가파른 능선이 계속된다. 등산로가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솔숲 오른쪽 가장자리를 따라 오르면 된다. 쌍교산 직전에 작은 바위가 나오는데 앉아 쉴 만하다.
나무숲에 둘러싸인 쌍교산은 누군가 주변 나무를 잘라 조망을 틔워놓았다. 쌍교산에서 486봉 지나 바위전망대까지는 길이 순하다. 전망대를 지나면 안부로 내려섰다가 구현산으로 오르는데 길이 약산 험한 편이다. 숲에 둘러싸인 구현산은 조망이 별로다.
구현산 다음 봉우리인 556봉에 오르면 사방으로 조망이 트이며 화왕산과 관룡산, 지나온 능선과 주변 지형을 잘 살필 수 있다. 예서 동쪽 능선을 이어 삼성암으로 내려서도 된다.
구현산 바로 앞 봉우리가 석대산이다. 바위전망대를 갖춘 석대산에서의 조망도 압권이다. 이후 몇 곳의 바위전망대가 나타나고, 묵무덤 두 개를 지나 여초저수지로 길이 이어진다. 마지막 무덤 지나 여초저수지로 내려서는 곳은 소나무를 제외한 나무들을 잘라놓아 길이 사납다.
*교통
창녕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15번, 24번, 25번, 31번, 33번, 34번 버스가 산행기점인 여초리를 거친다.
승용차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나들목이나 영산나들목으로 나와서 5번 국도를 이용해 여초리의 현대오일뱅크 여초주유소 가면 된다. 창녕나들목에서는 남쪽, 영산나들목에서는 북쪽 방향이다. 창녕군내버스(영신버스 055-533-4221.
*잘 데와 먹을 데
산행기점인 여초리 일대는 아무런 시설이 없다. 가까운 창녕읍내로 나가는게 좋다.
창녕군청 옆에 25년 전통의 메밀국수 전문점인 대중분식당(055-532-8033)이 있다. 창녕뿐만 아니라 대구까지 소문난 맛집이어서 멀리서도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꽤 많다. '메밀국수' 하면 춘천이나 평창 등 강원도를 떠올리는 이가 대부분이겠지만 가원도 일대의 막국수로 이름난 집을 어지간히 다녀본 이게게도 대중분식당의 메밀국수 맛은 최고점을 받는다.
*볼거리
관룡사 관룡산 서남쪽에 자리한 관룡사는 통일신라 때 창건된 절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창건 경위나 시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후 조선 태종 원년(1401)에 대웅전이 건립되었지만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전소된 것을 광해군 9년(1617)에 다시 짓고 영조 25년(1749)에 보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경내에는 용선대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295호)과 관룡사 석조여래좌상(보물 제519호), 약사전(보물 제146호), 약사전 3층석탑(유형문화재 제11호), 부도 등 많은 불교 유적들이 있다.
우포늪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와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와 세진리에 걸쳐 있는 70만평의 자연생태 늪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한다. 부들과 창포, 갈대, 줄, 올방개, 붕어마름, 벗풀, 연꽃 등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으며 가시연꽃도 볼 수 있다.
1997년 7월26일 생태계보전지역 중 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1998년 3월2일 람사협약 보존습지로 지정되었다.
글쓴이:이승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