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과 더불어 찾아온 봄기운
계절은 어김이 없습니다. 특히 사계(四季)의 시간표는 경계가 조금은 흐릿하게 변질되었지만 조금도 망설임 없이 우리 곁으로 찾아옵니다. 제가 어릴 적 자라 온 서울의 계절적 환경보다 지금 많이 변해왔지만 그 원인은 인구과밀이 불러온 생태계 파괴가 주원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밀집이 여백을 몰아낸 결과입니다. 도심권이었던 4대 문 안, 그 성곽 한양성 동서남북 방향의 대문을 깃점으로 네 갈래 십리길 까지는 도심권역에 사용할 농산물 재배지가 있었고 그 주변으로 흐르는 물은 외사산으로부터 흘러 온 물로서 한강의 지천입니다. 그리고 문에서 십리 너머의 길 주변에 펼쳐진 평전과 숲과 계곡은 생태계가 살아 있는 자연이었습니다. 이러하니 늘 사계는 자기 몫을 본래대로 챙기고 있어 계절마다 지니고 있는 고유의 생기가 돌았습니다. 그랬던 것이 문명이 촘촘하게 성외곽을 넘어까지 들어서더니 기후환경을 비롯하여 생활환경까지 많은 변화가 뒤를 따랐습니다. 엄청난 변화였습니다. 하긴 10년 세월이면 산천도 변한다고 하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사계가 순환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생각이 들면서도 이 추세대로 흘러간다면 머지않아 기존적으로 유지되어 오던 질서는 송두리째 사라질 것 같은 위기도 느껴집니다. 동해 안에서 그렇게 많던 물고기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어 우리들 식탁도 위협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짙어져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러 날 동안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더니 시간이 3월로 접어들면서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격인 영춘화가 움을 터트렸으며 남녘 산사 뜨락을 차지하고 오랜 세월을 지탱해 주고 있는 매화나무 움도 터져 개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몇 차례 꽃샘추위가 다시 움츠려 들게 만들겠지만 계절의 대세는 역시 봄기운으로 기울 것입니다. 이른 아침 첫 내원환자 자격을 갖으려 의원을 찾을 계획을 어제부터 세워 두고 있었습니다. 2개월에 한 번 찾는 내과의원입니다. 공 박과 인연을 맺은 지도 35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우선 방문하면서 제출할 서류를 챙기기 위하여 노트북과 연결된 프린터기기에 전기라는 생명을 넣어준 후 작동여부와 인쇄품질을 확인하기 위하여 테스트 과정을 거쳤습니다. 결과는 완벽하여 정식으로 인쇄를 요구하는 여러 가지 적정한 버튼을 클릭한 후 출력을 누르자 서류가 완성되어 제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작은 봉투에 혈압체크리스트를 접어 넣고 집을 나섰습니다. 어제와 많이 다르게 날이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찬 기운이 많이 사라 진 길을 걸으며 봄기운의 기류를 더듬어 4층으로 이동한 후 접수계로 가 성명과 생일을 기록한해 놓고 잠시 기다렸습니다. 진료내실 요청을 받고 입실, 인사를 나누고 서류를 넘겼습니다. 잠시 검토한 주치 공 박께서 혈압이 참 안정적이라고 말을 하며 혈압계를 좌측팔목에 걸고 청진기로 관찰한 후 극히 정상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잠시 미소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슬쩍 요즈음 약주는 어떻게 하시느냐 물어 왔습니다. 망설임 없이 잘 먹지 않는 반면 한 달에 한번 정도 악우 선후배가 만나게 되면 폭음을 한다고 하였더니 절 때 하지 마시라고 권유하며 폭음 말고 반 병 정도만 드시라며 권유를 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물러 나와 같은 층에 있는 약국에 들러 처방전을 내려놓고 약을 2개월치 구매하고 나오며. 새삼 결심을 세워보았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 언제나 기억하며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간혹 또 잊고 지내기도 하지만~~~
세월이 참 빠르군요.
저는 3월이면
나도 꽃, 너도 꽃,
우리 모두 꽃이 되자.
하는 마음으로
야생화를 찾아 나서는 곳이 있습니다.
back peack에 카메라와 여러 가지 랜즈, 그리고 삼각대와 행동식과 물을 챙긴 후 집을 나섭니다. 옛적에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운길산, 화야산, 그리고 설악산과 곰배령,, 오대산을 찾았지만 지금은 팔당호 주변에 부챗살처럼 퍼져 있는 산을 찾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등산로는 피합니다. 등산로는 사람들의 발 길에 야생화가 살아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스틱이라는 괴물이 등산인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생태풀 군락과 들꽃은 점점 사라지고 반들거리는 거북이 등과 같은 맨땅만 존재하니 다시 그 자리에서 풀꽃은 볼 수 없습니다. 풀이 떠난 자리는 한해마다 찾아오는 긴 장맛비 영향으로 길은 깎이고 파헤쳐져 갈수록 산기슭은 망가져 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60년대 후반 설악산 하계등반을 십여 일 다녀오면서 막영구와 운행장비등을 보수하고 세탁하기 위하여 서울로 귀경하면서 찾던 곳은 팔당댐 주변 산 숲이었습니다. 북쪽으로는 예봉, 예빈산이 있고 강 건너 남쪽으로는 검단산으로 구성된 지형인 협곡을 한강이 아닌 두미강으로 불렀습니다. 한강에서 가장 물 살이 빠른 곳입니다. 물 살이 빠르다 보니 (강원 깊은 산골에서 벌목되고 채취된 나무와 산채들을 한양으로 운반할 때 뗏목을 만들어 물류의 수로를 만들었습니다). 길고 긴 항해를 하다 급물살 협곡에 도착하게 되면 물의 영향으로 흘러든 각종 암초를 만나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게 되어 마의 수로라는 악명으로 불렸던 강줄기가 바로 두미강이었습니다.. 난파의 영향으로 수많은 땜목꾼들이 불귀의 객이 되자 이 지역에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영혼을 위로해 주는 당집(巫堂)이 무려 여덟 집이 생겨 지명도 팔당(八堂)으로 바뀝니다. 또한 땜건설로 두미강 안쪽으로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되고 이어서 경안이라 부르던 경기도 광주(廣州)에서 흘러 온 경안천이 합수되어 협곡에 도달한 물은 급물살이 되어 이 지역에 강의 환경을 바꿔 놓습니다. 암초지역을 빠져나온 물은 고운 입자의 모래를 쓸고 내려와 미사리라는 지명도 만들어집니다.. 이 지역에는 예로부터 촌락을 구성하고 살던 신분적으로는 양반이라 부르고 인격적으로는 사대부라 불렸던 진보성향의 남인(南人)들이 흩어져 살던 곳입니다. 그 대표적으로 정약용 가문은 마재, 이벽은 배알머리 부근에 살았습니다. 강을 끼고 있는 숲은 대부분 생태계가 분명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두미강 남쪽 검단산 기슭에 오솔길 사이로 초등학교 분교가 있었습니다. 설악산으로 하게 등반을 다녀오면서 분교를 빌려 교실에 머물며 막영구와 기타 장비와 옷을 세탁하고 정비하며 3일 정도 머물며 설악산의 길고 긴 종주 산행의 여독을 풀고 집으로 돌아갔던 것입니다. 지금은 아스팔트 길이 열려 분교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간편한 복장으로 검단산 등산을 하며 만난 나리꽃을 비롯하여 각종 야생화가 개체별로 아름답게 핀 군락지를 발견한 후로 자주 찾는 뜰 꽃 촬영지가 된 것입니다. 특히 고구마처럼 생긴 산마도 많았습니다. 이후 검단산과 용마산, 남한산 종주산행을 해가며 만난 봄철 야생화의 기억을 되살리며 요즈음도 야생화 걸음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특히 예봉산, 예빈, 검단, 용마산에는 철쭉군락지가 여러 곳 있습니다. 이런 추억이 3월에 접어들면서 들꽃 걸음 여행을 소환하고 있어 금년 풀꽃 걸음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떠나기 전 미리 보는 꽃 중에 잔설에 위에 피는 복수초와 바람꽃, 노루의 귀를 닮았다는 노루귀 등등을 떠올리며 훈풍을 닮은 미소를 짓고 있는 중입니다.
봄기운이 깃든 양지가 살짝 걸쳐 있고 음습한 산기슭 숲에 제일 먼저 찾아오는 봄의 전령사격인 야생화는 잔설 위로 솟아오르는 복수초가 있습니다. 제일 빠르답니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서. 학명은 Adonis amurensis Regel & Radde입니다. 북쪽 지방에서는 눈 사이에 피어난 꽃을 볼 수 있으므로 눈색이 꽃이라고 도 부른답니다., 중국에서는 눈 속에 피어 있는 연꽃이라 하여 설연이라 부르지요 이른 봄에 노랗게 피어나는 꽃이 기쁨을 준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복과 장수를 뜻하는 복수초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가지마다 꽃이 열린다 하여 가지복수초라 부릅니다. 복수초가 지나간 후 곧 이어서 봄 꽃 길을 열어주는 야생화는 바람꽃입니다.
쌍떡잎식물강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바람꽃 속에 속하는 속씨식물. 학명은 ‘Anemone narcissiflora L.’입니다. 'windflower'라는 영어 이름은 그리스어인 'anemone'에서 온 것으로 꽃이 바람이 불면 활짝 핀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영어로는 'pasqueflower'라 하는데 부활절을 뜻하는 옛 프랑스어인 'pasque'에서 왔습니다. 아네모네 마텐스, 아네모네 파르텐시스, 유럽할미꽃과 같이 부활절을 상징하는 꽃들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13종의 바람꽃이 자라고 있습니다. 꿩의바람꽃과 외대바람꽃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한라산에는 세 바람꽃, 설악산에는 바람꽃과 홀아비바람꽃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 밖에 미나리아재비과에는 속하지만 바람꽃 속은 아닌 식물에 '바람꽃'이란 이름이 붙은 종류도 많습니다. 너도바람꽃과 나도바람꽃, 만주바람꽃, 매화바람꽃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특히 너도바람꽃은 경기도 북부에서, 매화바람꽃은 북한의 관모봉에서, 나도바람꽃은 강원도 북부에서, 만주바람꽃은 경기도 북부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봄에 피는 봄 전령사 꽃 걸음 여행을 기다리며 기타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청춘을 만끽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며 당시 부르던 노래의 원곡을 소환해 함께 들으려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