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희숙 시집 ‘느 아버지 부탁혀’
“용이 돼지헌티 시집왔당게//예날 옛적/열아홉 살 용이/스물네 살 돼지헌티/시집왔당게//용/내 이름은 박성규고/나이는 아흔네 살 할미여//내 이야기를 쭉 써내려간 이는/우리 막내딸여//막내딸이/몰래/내 맘속으로/들어와 버렸당게”
이희숙 작가가 시집 ‘느 아버지 부탁혀’(인간과 문학사)를 냈다. 작가의 어머니가 평소 하시던 사투리 말투를 그대로 시에 담았다.
제1부는 「뭣이 뭣인지도 몰랐당게」, 제2부 「이것이 인생여」, 제3부 「알 것 같으니 이별이더라고」, 제4부 「느 아버지 부탁혀」로 엮었다.
시를 읽다 보면 작가의 어머니가 시집온 이후부터 돌아가시기까지 삶이 눈앞에 그려진다. 마치 독자의 가정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공감하게 된다.
“근게 나를 중매헌 사람은/저 아래 방죽 옆, 마산댁이여/마산댁이 친정집을 왔다갔다험서/욕심을 낸 것이지//우리 신랑이/마산으로만 장가간다고 떼를 썼다네/인연이 될라고 그랬지” - ‘열아홉에 시집왔어’ 부분 -
작가는 부모님의 애정 어린 모습도 놓치지 않았다. 비록 작가의 어머니 일생에 대한 노래지만 독자들의 가족이야기와 흡사해서 어느덧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건만/눈망울은 또랑또랑혀//내가 가면/우리 영감/누가 똥 치운대여//밥이야 큰아들이 챙겨 주는디/기저귀는 어떻게 갈어 준대여//똥 싸고 오줌 싸면/분칠까지 다 혀야 짓무르지 않는디/누가 분칠을 혀 준디야//손톱, 발톱은/자식들이 깎어 주것지만/누런 이를 누가 깨끗이 닦어 준대여//나 홀로 떠나는 길/하나도 겁나지 않은디/우리 영감/홀로 남겨두고 가는 것은 참말로 겁나” - ‘나 길 떠나면’ 전문 -
부부가 한 번 맺은 인연은 죽어서도 끊지 못하는 것일까. 작가의 어머니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남편에 대한 걱정을 놓지 않는다. 임종을 눈앞에 두고 남편에 대한 돌봄을 자녀들에게 당부한다.
“눈을 떠 보니/온 식구가 다 모였네//”느 아버지 부탁혀.“//딸막거리는 어미 입에/귀를 대던 큰아들이/얼굴을 묻고 울어싸/”흑흑, 어머니, 걱정마셔요.“//인제 되었다/인제 눈감어도/원이 없고만//‘야들아, 꼭 느 아버지 부탁한다.’ - ‘느 아버지 부탁혀’ 전문 -
이희숙 작가는 전북 김제 출생으로 우석대 대학원 문예 창작학과에서 문학을 공부했으며 2019 한국여성문학대전 효 부문 동화 최우수상을 받았다.
저서로 그림동화 『꽃파리_꽃을 피운 똥파리』, 시집 『느 아버지 부탁혀』, 공저 『효자 장개남 이야기』 『효자동 도담이』 『춤추는 해바라기』 『오두막집 할머니』 『아빠의 말씀』 『하영이의 낙서』 등이 있다.
교사를 정년퇴직한 후 현재 전북아동문학회, 전북작가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원, 동화마중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두현 기자
출처 : 이두현 기자, <아시아뉴스전북>, 2023.02.03.
첫댓글 이희숙 선생님^^
시집 <느 아버지 부탁혀>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랍니다~
정광덕 작가님, 어머니의 건강과 평화를 빕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