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시험칠 때 시험지에 잘 먹히는 필기구 좀 추천해 주세요.”, “필기구가 중요하다는 점을 많이 들었습니다. 유독 악필이라 더더욱 신경 쓰이는 부분인데 어떤 필기구가 적합할까요?”
이처럼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5급 공채), 자격시험 등 2차시험에서 논술형으로 치러지는 시험의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필기구 선택.
제2차시험의 답안지에는 통상적인 농도와 굵기의 흑색 또는 청색 필기구를 사용하되, 동일 답안지에는 색상, 굵기 등 동일한 필기구만을 계속하여 사용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답안 작성시 동일한 색상과 굵기로 계속하여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사용할 펜의 선택에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글씨가 느리거나 괴발개발 악필일 경우 평가에 감점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원본이 아닌 사본에 의한 채점을 하기 때문에 필기구의 선택에서도 글씨가 너무 굵어서 뭉쳐지거나 가늘어 필기구의 심의 농도가 흐린 것 등 피해야야 할 사항도 많다. 어떤 필기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글씨체, 답안 작성 속도 등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법률저널이 행정고시(5급 공채) 수험생을 대상으로 필기구의 선호도를 알아봤다. 지난 11월과 12월에 각각 발표난 행정고시 행정직과 기술직 2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32명 중 38.3%가 2차 답안을 작성할 때 쓴 필기구나 추천하고 싶은 필기구로 ‘제트스트림’을 꼽았다.
제트스트림은 유성 볼펜으로 부드러운 필기감이 특징으로 꼽힌다. 잉크찌꺼기가 억제돼 깔끔한 필기가 가능하다. 또한 두툼한 고무 그립으로 빗살이 각인되어 있어 손에서 미끄러지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복사가 잘 된다는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다만 중간 중간 끊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수험생들이 구입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평이다. 주로 0.7㎜, 1.0㎜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도 행시 기술직에서 전산직의 최고득점자인 유민정씨는 “글씨는 눌러서 쓰는 편이라 필기수는 제트스트림 0.7㎜을 사용했다”고 했다. 전기직 수석을 차지한 정성욱씨도 “수험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필기구를 돌아가며 써 봤지만 제트스트림이 제일 손이 갔다”고 말했다.
일반토목의 수석인 김태훈씨는 역학의 경우 제트스트림 0.5를 사용하였고, 측량학과 토질역학은 제트스트림 0.7을 사용했다. 화공직 수석의 김영재씨 역시 제트스트림을 사용했다.
다음으로 합격생들이 꼽은 필기구는 ‘에너겔’로 32.8%를 차지했다.
에너겔 메탈포인트는 노크식 중성펜으로 차세대 겔잉크를 사용해 부드러운 필기감을 느낄 수 있다. 고무그립이라 오래 잡고 있어도 피로감이 덜하며 안전노크 방식으로 만들어져 잉크가 새는 현상을 방지한다. 메탈 팁형으로 힘들이지 않고 필기시 미끄러지듯 써지는 장점이 있다.
2013년 사법시험에서 생동차로 합격한 박장순씨는 “글씨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라 시험장에서는 글씨가 보기 좋지는 않지만 필속이 가장 빨랐던 에너겔 펜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행시 기술직에서 일반기계 수석을 차지한 남경석씨는 에너겔과 사라사로 답안을 작성했다.
에너겔 다음으로 ‘사라사’가 7.8%로 뒤를 이었지만 1, 2위와의 격차가 컸다. 사하라는 젤 볼펜으로 노크식이다. 필기감이 부드러우며 굵기가 얇은데도 무게감이 있어 불안하지 않다. 라바 재질로 감싸 있어 그립감이 부드럽고 안정감 있게 잡힌다는 평이다.
한 행시 합격생은 “글씨를 잘 못 쓰는 분들은 사라사펜이 가장 좋지 않나 싶다”며 “사라사펜이 가장 미끄러지지 않아서 알아 볼 수 있게 쓰기에 가장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 볼펜, 플러스펜, 마하펜, 만년필, 유니볼, 시그노, 브이볼, 제브라, 트라디오펜 등을 꼽았다.
2013년 사법시험 최고령으로 합격한 한석현씨는 글씨 쓰는 속도를 위해 그립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플러스펜을 사용했다고 했다. 사법시험 수석을 차지한 신지원씨는 트라디오펜을, 최연소로 합격한 김수현씨는 0.7mm짜리 zebra z7-n 펜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