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 경기둘레길 20코스(용추계곡-가평도심)
1.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가평에 있는 ‘용추계곡’을 찾았다.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 주차장에는 차를 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약간 아래 쪽 공터에 주차했다. 용추계곡 주차장, 이곳이 경기둘레길 20코스의 출발점이다. 여기서부터 용추계곡을 따라 가평 도심으로 진입한다. 용추계곡 옆에 잘 정돈된 길을 따라 시원한 계곡을 바라보며 걸었다. 계곡 뒤쪽으로 ‘연인산’이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다. 여름의 중심을 걷는다.
2. 사실 ‘가평’ 도심으로 온 적은 없다. 항상 ‘가평’은 주변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 경유하던 장소였다. 북한강 길을 걸을 때, 남이섬을 갈 때, ‘가평’을 지났을 뿐이다. 용추계곡에서 20-30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가평 도심으로 들어선다. 경기 둘레길 또한 시야가 뚫린 명백한 길에는 잘 표시되었지만, 어느 순간 갈림길에서 길을 잃는다. 최근 둘레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것은 길 표시를 할 때, 이 곳을 전혀 모르는 답사자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시를 담당한 사람은 그곳이 익숙하기 때문에 성의없이 연결하거나 표시하기 쉬운 곳에 이정표를 설치한다. 하지만 갈림길이나 중요한 장소에서는 항상 길을 잃고 표시가 사라진다. 가평의 경기 둘레길도 마찬가지다.
3. ‘경기둘레길’ 표시와 관계없이 가평 도심을 답사한다. ‘가평군청’에 들러 관광지도를 얻고, 거리를 둘러본다. 군청에서 조금 더 이동하면 가평버스터미널이다. 가평 곳곳을 갈 수 있는 시간표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용추계곡도 18:50까지 막차가 있었다. 버스가 없으면 택시를 타야하는데, 그때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런 점에서 지방 여행을 할 때 공용버스 노선과 시간표는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특히 가평에는 산이 많다. 대표적인 산만 해도, 연인산, 명지산, 유명산, 화야산 등이 있다. 버스시간표를 잘 이용하면 산에 주차를 해도 버스를 타고 귀환할 수 있는 것이다.
4. 가평 도심을 지나 ‘가평역’까지 걸었다. 여기까지가 경기 둘레길 20코스이다. 길따라 걷지는 못했지만, 도심의 분위기는 제대로 파악했다. 소박하고 정갈한 지방 도시이다. 경기도에서 드문 ‘군’이기도 하다.(경기도는 대부분 시이며, 연천과 가평만 군이다.) 막차를 이용하면 너무 늦을 것같아 막차 전 17시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가평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는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오는 길에 ‘아쿠아 슈즈’를 한 켤레 구입했다.
5. 용추계곡에 돌아와서 식당에 들러 계곡을 바라보며 ‘감자전’을 먹었다. 시원한 풍경이다. 감자전은 100% 감자로 만들어져 매우 맛있었다. 여행을 다닐 때, 기회가 되면 감자전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 번 설악산 식당에서 먹은 감자전 이후로 괜찮은 감자전을 먹을 수 있었다. 막걸리를 같이 먹을 수 없어 아쉬었지만 말이다. 이제 운전을 할 때에는 한 잔의 술도 마시지 않으려 한다. 중요한 것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6. 집에 돌아오려는 데, 무언가 허전하다. 구입한 ‘아큐아 슈즈’가 사라진 것이다. 배낭에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중간 약간 불쾌했던 경험이 평정을 잃게했던 것일까? 집중력 부족이 분명 분실의 원인일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어떤 이상적인 가치를 삶의 중심에 놓고 생활하려 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수시로 밀려오는 불쾌감과 모욕적인 태도를 어떻게 수용할까에 대한 문제이다. 분명한 것은 본질적이거나 핵심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무시하고 둔감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순간적인 감정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자신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가치’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삶의 이상은 불완전하고, 불쾌하며, 부정적인 것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이 나의 평정을 흔들어놓아서는 안 된다. 신발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흔들렸다는 증거이다. 실수를 통해 다시 배운다. 외부의 것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 않는 ‘스토아적 평정’이 필요하다.
첫댓글 - 불완전하고 부정적인 것들이 나의 평정을 흔들어놓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