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있는 사람들
A.랭보
김학준 옮김
종창을 앓아 거무튀튀하고, 곰보 자국에, 눈 주위는 푸르
스름하게 그늘지고,
뭉툭한 손가락들은 대퇴골 근처에서 경련하며,
오래된 벽에 피어 있는 곰팡이 처럼
애매한 심술이 덕지덕지한 앞이마를 하고,
그들은 터무니없는 애정 속에서
의자의 검고 커다란 뼈대에 자신들의 뼈만 남은 괴상한
몸뚱아리를
붙이고 있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굽은 창살처럼 마른 다리를 꼬고서.
그 늙은이들은 항상 의자들과 한데 얽혀서,
피부를 스치는 싱그러운 햇살을 느끼거나,
눈 녹는 창밖을 바라보며
두꺼비들처럼 고통스런 전율에 몸을 떤다.
<의자>는 그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있으니, 갈색으로 절은
밀짚은
그들 허리의 각을 따라 부드럽게 한다.
알곡이 익던 밀짚 다발 속에서는
기억 속 태양의 넋이 가려진 채 빛난다.
그때 <앉아 있는 사람들>은 무릎을 입에까지 끌어올리
고, 서투른 피아니스트들처럼
의자 밑으로 열 손가락을 늘어뜨려 톡톡 소리를 내면서,
자신들 속에서 찰랑거리는 슬픈 뱃노래를 듣는다.
그들의 머리를 사랑스런 흔들림에 내맡기고서.
오, 그들을 일어서게 하지 마라! 그건 낭패다.
얻어맞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리며, 천천히 견갑골을
펴면서
그들은 몸을 일으킨다, 오, 분노여!
허리를 폄에 따라 바지는 온통 부풀어오르고.
그리고 당신은 그들의 벗겨진 머리들이 어두운 벽을
들이받고,
꼬여진 다리가 서로 부딪고 부딪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 옷의 단추들은 야수의 눈동자들,
회랑의 구석에서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다가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살인적인 손이 있다.
되돌아 오는 그들의 시선에서, 발길에 채인 암캐의 눈에
번지는
어두운 독기가 스며나오면,
당신은 그 끔찍한 동공에 사로잡혀서 진땀을 흘린다.
다시 앉은 그들은, 더러운 소매부리 속에서 주먹을 움켜
쥐고
그들을 일어나게 한 이들을 떠올린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빈약한 턱 밑 목울대를
지치도록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엷은 잠에 고개가 떨구어질 때
그들은 편안한 의자의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거만한 관리들이나 앉을
안락의자에 대한, 진실되고 애틋한 애정을 꿈꾼다.
잉크빛 꽃들은 잠자리들이 글라디올러스들 위로 날아다니듯
쉼표 모양의 꽃가루를 흩뿌리면서,
꽃받침이 웅크러든 생김을 따라 그들을 흔들어 재운다.
-그러나 그들의 몸을 밀짚 꺼끄러기에 시달리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