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봄 나무
지난 월요일에 홀가분하게 1호선 전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목적지는 연천군 청산면 초성리였습니다. 양주 덕정역에 내려 기다리던 자동차로 갈아탔습니다. 꽃샘추위에도 봄꽃은 봉오리를 활짝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동두천의 유명한 미군부대들을 지나치자마자 한탄강변 구석기 선사 유적지 마을에 다다랐습니다. 그곳부터는 새로운 세상처럼 느껴졌습니다.
맨 처음 들른 곳은 해피트리 까페입니다. 모두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베이커리와 떡 공장이 까페와 함께 나란히 붙어 있었습니다. 한가한 시골풍경 중에서 유독 사람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거의 유일한 장소였습니다. 이곳은 함께 감리회 본부에서 일했던 김용택 목사의 생활공간이 있는 곳입니다. 그는 초성리에 ‘주님의 가족’이란 공동체를 세우고 함께 농사짓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공동생활을 합니다.
얼마나 환영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가는 곳마다 공동체를 위해 경운기를 마련해준 목사로서 톡톡히 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시달린 남의 속도 모르고, 번번히 환영치레를 해주는 바람에, 마치 큰 기부자나 된 양 더욱 더 겸양을 떨어야 했습니다. 부족한 돈은 ‘기다림 초’를 팔아 그 이익금으로 다 갚았습니다.
이미 2006년부터 기도로 준비해온 공동체였습니다. 세 가정이 함께 통일의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자고 마음을 모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2008년 5월, 선택한 곳이 DMZ가 가까운 연천군이고, 파트너로 삼은 사람들이 탈북민이었습니다. 그들은 탈북민이야말로 통일시대를 미리 연습하도록 하나님께서 보내신 전령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는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까지 주님의 가족으로 포함하려는 열린 비전을 품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까페에서 준비한 돈까스로 점심을 먹고, 옆 건물에 있는 ‘행복한 떡’ 집과 베이커리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사회적 기업 (주)해피트리의 사업장입니다. 베이커리 안에는 여러분 탈북 아주머니들이 모여 쿠키를 빗고 있었습니다. 흰 모자와 작업복을 입은 모습은 여느 대기업 직원들과 구별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해피트리가 운영하는 분야는 빵과 떡 생산은 물론 대안학교와 까페 그리고 자연농장 등입니다. 현재 공동체 식구들인 장애우,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족 등 모두 12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월 평균 매출이 2천 만 원 규모라고 합니다. 마침 군인들 간식으로 떡을 제공하도록 방침이 정해져서 떡 공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깨끗하게 방앗간 시설을 관리하는 이유였습니다.
공동체의 꿈은 누구나 꾸지만, 철저한 결단과 자기 비움 없이는 흉내 내기조차 어려운 일입니다. 김 목사는 예수님 당시, 집을 떠나 유리하던 많은 무리들이 예수님께 나아와 하나님나라의 복된 소식을 듣고 새 삶을 찾은 것을 모범으로 삼았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도 가정, 학교, 교회의 신앙적 대안을 찾아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불러주신 곳이 ‘주님의 가족’이라고 공동체의 의미를 설명하였습니다. 김 목사 가정은 유달리 큰 대가족인데, 그가 현실적으로 선택한 대안은 가족의 축소가 아닌 더 큰 가족으로 확장인 셈입니다.
이렇게 모인 가족들은 초성2리 복지회관을 빌려 대안학교를 운영합니다. 주민들은 마을회관을 통째로 내주었습니다. 요즘 시골에서 청소년들의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데, 자녀들과 함께 이 동네를 찾아준 공동체가 기특하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방과 후에는 주민 자녀들을 위한 방과 후 교실도 엽니다. 평소 자녀교육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게 자유로운 피난처가 되었습니다.
농장에서는 한창 감자를 심으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공동체의 식구는 40명 가까이 되지만 정작 농사를 전문으로 짓는 사람은 세 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물론 수확 철에는 모두가 참여합니다. 비닐하우스 두 동과 천 평이 넘는 밭은 하염없이 넓어보였습니다. 그래서 중고일망정 무쇠팔 무쇠다리 경운기가 꼭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돌아올 때 한 상자 가득 꾸려준 시금치와 새끼 열무, 또 따로 바리바리 꾸려준 빵 봉지를 고맙게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동행해준 이에게 모두 주었습니다. 여기저기 들러 들러, 전철로 버스로 집에 까지 들고 올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상자의 무게도 부담스러워하는 마당에, ‘주님의 가족’을 넘어 ‘해피 빌리지’를 만들려는 꿈의 무게는 과연 얼마일까?
봄 길을 걷는 김 목사님의 대가족과 동반자들에게 은강의 빛이 총총하길 빕니다.
“대저 여호와는 네가 의지할 이시니라 네 발을 지켜 걸리지 않게 하시리라”(잠 3:26).
(잠시 잃어버린 3속의 선교공동체 연결 대상은 ‘해피트리’입니다).